[나의 노래] 애니멀스의 'The House of The Rising Sun'

  • 문화
  • 문화 일반

[나의 노래] 애니멀스의 'The House of The Rising Sun'

  • 승인 2021-03-03 11:10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house in the  slum for poor  people
게티이미지 제공
예술의 한계는 어디일까. 근사한 예술작품을 대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예술은 한 인간의 인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지상에서 예술만큼 위대한 분야도 없다. 천부적인 재능이 따라야 한다. 하늘이 내린 능력! 선택받은 인간이다. 대중가요만큼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게 있을까. 고단한 삶에 지친 이를 위로한다. 애니멀스의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은 내 가슴을 마구 뛰게 한다. 깊고 음울하면서 단조로운 기타 전주곡이 흐르면서 블루스 록의 달콤한 노래가 가슴을 파고든다. 멜로디는 단순하다. 알고보니 이 노래는 미국 민요란다. 1964년에 나왔다. 이 노래를 부르는 애니멀스의 동영상을 보면 참 촌스럽다. 뻣뻣하게 서서 노래부르는 모습이라니, 정겨워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렇지만 노래의 가사는 단순하지 않다. '뉴올리언스에는 집이 한 채 있는데 모두들 '라이징 선'이라고 부르죠. 그곳은 많은 불쌍한 소년들의 폐허랍니다. 그리고 저도 그 중 한 명이죠~' 뒷골목의 가난한 소년과 청년들. 미래에 대한 꿈도 없고 희망은 더더욱 없다. 뉴올리언스가 어딘가. 노예출신 흑인들이 사는 곳. 그 곳에 사는 백인들의 삶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정도상의 소설 '꽃잎처럼'에도 이 노래가 언급된다. '꽃잎처럼'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시대배경이다. 저녁에서 다음날 새벽까지 하룻밤을 다뤘다. 광주시청에서 어린 소년소녀들과 청년들이 계엄군이 밀어닥치기 전의 공포와 두려움, 비장감이 감도는 상황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도 이름없는 꽃들이다. 들판에,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나는 잡초같은 꽃들. 밟고 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민들레같은 꽃들 말이다.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해 공장에 나가 전투적으로 살지만 마음은 한없이 순수한 청년들과 대학생 청년들. 불의에 항거하는 청년들은 숨막히는 초조함 속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 중 하나가 애니멀스의 '더 하우스 오브 라이징 선'이다. 뉴올리언스의 청년과 80년 5월의 불의에 맞선 광주 청년들. 한 사람의 운명은 어디로 가는가. 인간의 삶은 운명지워질까. 독재자의 개가 되어 명령에 따라 곤봉을 휘두르고 총부리를 겨누는 특공대 청년들의 운명은 조물주의 장난인가. 두개골이 쪼개지고 내장을 흘리며 한 조각 마지막 숨을 내쉬는 청년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찌질한 인생들이라고 자조하지만 정의를 위해 목숨을 기꺼이 내놓은 청년들은 씩씩하게 '해뜨는 집'을 불러제낀다. '한 쪽 발은 플랫폼에 다른 발은 기차 위에 올리고 저는 뉴올리언스로 돌아갑니다. 발에는 족쇄를 차게 될 테고요~' 언제 들어도 가슴 뭉클해지는 노래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3. 대전 교사들 한국원자력연 방문, 원자력 이해 UP
  4. 낮고 낡아 위험했던 대전버드내초 울타리 교체 완료 "선제 대응"
  5. 대전우리병원, 척추내시경술 국제 교육 스파인워커아카데미 업무협약
  1.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심장­호흡재활센터 개소
  2.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3. 유등교 중고 복공판 사용 형사고발로 이어져…안전성 이슈 재점화
  4.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졸업자 지역 취업 증가 목표…실현 가능할까?
  5.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헤드라인 뉴스


공백 채울 마지막 기회…충청권, 공공기관 유치 사활

공백 채울 마지막 기회…충청권, 공공기관 유치 사활

이재명 정부가 2027년 공공기관 제2차 이전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대전시와 충남도가 '무늬만 혁신도시'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20년 가까이 정부 정책에서 소외됐던 두 시도는 이번에 우량 공공기관 유치로 지역발전 모멘텀을 쓰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배정에서 제외됐다. 대전은 기존 연구기관 집적과 세종시 출범 효과를 고려해 별도 이전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됐고, 충남은 수도권 접근성 등 조건을 이유로 제외됐다. 이후 대전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과 인구 유출이 이..

美 연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원·달러 환율 향방은?
美 연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원·달러 환율 향방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10일(현지시간) 고용 둔화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 인해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최근 1500원대를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3.50∼3.75%로 내렸다. 이는 올해 9월과 10월에 이은 3번 연속 금리 인하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 사이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좁혀졌다. 파월 의장은..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