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한 식탁: 저는 채식주의자입니다] 5. '물살이'들 만나러 수산시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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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한 식탁: 저는 채식주의자입니다] 5. '물살이'들 만나러 수산시장을 가다

  • 승인 2021-08-24 16:45
  • 수정 2021-08-25 09:54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컷-비건

 





가족·친구와 '추억'이 깃든 곳
동물주의 렌즈 끼면 다르게 보일까



"비건을 접하고 3개월 동안은 고기만 안 먹었는데 이것도 생선에 대한 종 차별인 것 같아서 생선도 안 먹게 됐어요." 그는 대학교 비건 동아리에서 비건을 처음 접하고 3개월 동안은 유제품, 가금류의 알, 어류는 먹는 채식주의자인 페스코로 살다가 육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와 동물의 알, 꿀 등 동물에게서 얻은 식품을 일절 거부하고, 식물성 식품만 먹는 비건이 된 지는 4년 차다.

어미 젖소가 농장에서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자기 새끼에게 모유를 못 먹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유 대신 두유를 먹지만 '해산물은 괜찮아'라고 생각했던 차에 머리를 띵 맞은 기분이었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있듯이 소나 돼지와 같은 포유류의 고통에는 공감했지만 어류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포유류, 조류와 마찬가지로 어류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 동물에 해당한다.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집회에서 살아있는 물고기를 길거리에 내던진 단체에 대해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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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시장 수조의 한 '물살이'. 처음으로 그들과 눈을 맞춰본다.
수사기관이 어류에 대해 동물 학대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도살장과 달리 수산시장은 접근성이 편리했다. 수산시장은 가족·친구와 추억이 깃든 곳이다. 생일이 되면 도매시장에 싱싱한 회를 먹으러 가곤 했다. 그동안 인간중심 렌즈를 끼고 방문했던 수산시장을 동물주의 렌즈를 끼고 다시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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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수산시장에 미꾸라지들이 밀집된 수조에 갇혀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건 좁은 수조에 밀집해 갇혀있는 물살이들이었다. 바닥에 진흙이 깔린 시냇물이나 늪에 사는 생태적 습성을 가진 미꾸라지에게 수족관은 어떤 공간일까. 딱딱하고 답답한 공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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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수산시장에 대게가 수족관에 갇혀있다.
다른 수산물도 마찬가지였다. 자연 속 대게는 깊이 30∼1,800m 바다의 진흙 또는 모래 바닥에 산다. 수족관은 대게에게 너무 얕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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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 물살이들의 모습. 물살이가 있어야 할 곳은 자유로운 바다가 아닐까. 게티이미지
거리두기와 마스크마저도 답답한데 좁고 딱딱한 수족관 속 물살이들은 괜찮을까. 집으로 가는 길에도 수산시장의 호객행위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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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수산시장에 문어들이 놓여있다.

한 상인은 붉은 문어를 툭툭치며 방금 꺼낸 싱싱한 문어라고 소개한다. 문어 옆엔 산낙지도 있었다. 행법은 '척추동물'만 동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산낙지는 동물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해 4·15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 후보 5명이 선거에 나선 녹색당은 공약으로 '동물을 산 채로 조리하는 것을 규제하겠다'고 했다. 낙지와 같은 두족류도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식물은 뇌와 중추신경계, 통점이 없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동물주의 렌즈를 끼고 다녀온 수산시장은 사뭇 낯설었다. 축산업과 마찬가지로 수산업도 공장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어느 동물보호단체의 구호가 머리 속을 맴돈다. 느끼는 모두에게 자유를.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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