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대전부르스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대전부르스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 승인 2021-11-22 08:34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위드코로나 경고에도 가을 풍경이 그리웠습니다. 오랜만에 대전부르스 축제가 열리는 대전천을 찾아 한의약 인쇄특화거리와 중앙시장을 지나는데 차마 밟기도 아까운 노란 은행잎들이 도로 위에서 가을을 물들이고 있었지요.

대전천은 시민들에게 접근성이 좋도록 목재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그 가장자리에는 주황색 우단의 매혹적인 메리골드가 가을 햇살을 받으며 의기양양하게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과 우정으로 피어있었습니다. 대전천을 가로지르는 돌 징검다리에 물이 잠시 멈칫하는 사이 바람에도 길이 있나 봅니다. 흔들리며 쓰러지다가도 꺾이지 않는 배반을 꿈꾼 적 없는 물 억새가 은빛 물결로 공활한 가을 하늘을 두고 눈물도 없이 멀미를 하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대전역에서 구 충남도청까지 걷다 보면 더러는 아는 사람도 만날 수 있어 살가웠던 목척교는 소통의 장이자 추억의 길이었지요. 이제는 그 시절에 대한 추억과 공간에 대한 기억이 옅어졌지만 그런 삶의 스토리인 시절정경(時節情景)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누구나 한번쯤 중앙시장 먹자골목에서 술 한 잔을 걸치고 그 당시 대전의 번화가였던 중앙데파트, 홍명상가 광장에서 내려다보았던 대전천은 만인산 봉수레미골에서 발원한 대전의 모천입니다.

사실 대전부르스 축제는 대전역을 메인 무대로 개최되어야 제격이지만 예전의 모습도 기능도 변화무쌍하게 진화된 대전역 광장에서는 수십 년 된 추억을 소환할 수는 없었던 것이지요. '대전부르스'는 1959년 어느 날 밤 대전에 출장을 온 신세기레코드사 최치수가 밤 12시 40분경 대전역에서 젊은 청춘 남녀가 두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는 광경을 보고는 곧바로 숙소로 돌아와 가사를 썼으며 작곡가 김부해가 3시간 만에 곡을 붙였다지요. 그리고 가수 안정애가 음반을 내면서 히트를 치고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아 0시 50분 열차는 없어졌지만 1963년에는 '대전발 0시 50분'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조용필 장사익에 의해 리바이벌 되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애창되고 있지요.



그리하여 대전역의 대명사가 된 대전부르스를 그리워하며 기획된 '대전부르스 축제'는 바로 1970년대부터 1990년대를 재현하는 뉴트로(Newtro) 거리문화축제입니다. 뉴트로는 새로운(New) 것과 복고풍(retro)의 혼성어로 과거의 것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 맞게 해석하여 재창조된 기존 복고풍과의 차별성을 부여하면서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대전부르스 축제 역시 문화공감 프로그램인 감성충만 프리마켓, 버스킹 공연과 시간여행타임터널, 대전부르스도전골든벨, 요절애통가요제, 추억의가게와놀이, 전국레트로댄스경연대회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추억과 재미 그리고 공감의 무대로 마련되었습니다.

11월은 연두와 노랑과 붉은색의 교집합이 혼재하는 계절의 플랫폼입니다. 돌아오는 길 문득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대전역을 만나러 갔습니다.

#. 0시 50분 목포행 완행열차가 떠나고 있었어

안경이 없으면 당달봉사처럼 서너 발짝 앞의 사람도 알아볼 수 없었던 학수가 그날 술에 진탕 취한 채 역 광장에 넘어져 벗겨진 안경을 찾지 못하고 마지막 통학열차를 놓쳐버린 건 순전히 그의 첫사랑 영숙이와 헤어진 후였지 녀석은 그때 한창 유행하던 '나는 못난이'를 십팔번으로 달고 살았어 아마 마흔일곱 해 전 가을이었을 게야 그런데 말이야 오늘도 쉰도 넘기지 않은 우리 엄마가 아침밥도 거른 채 경상도에서 쌀 한 말을 이고 청승스럽게 대전역 플랫폼을 나서고 있네 가난한 양식이지만 나는 얼른 마중을 가야겠어 아직도 가락국수가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거든 그래 내 젊은 날들로 만나지는 대전역은 지금쯤 벌써 늙어버렸어야 하는데도 자꾸만 젊어지고 있는 거야 벤자민 버튼의 시계처럼 거꾸로 가고 있어

브래드피트가 된 나는 지독한 치매에 걸리고 말았어― 권득용의 시 '대전역' 전문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박정현, 문평동 화재에 "현장 상황 철저히 확인 중"
  2. [속보] 대전 문평동 자동차 부품공장 화재, 부상자 다수 발생(영상포함)
  3. 대전중부경찰서, 개그맨 황영진 보이스피싱 예방 홍보대사 위촉
  4. 화재발생 업체는 엔진밸브 생산 전문기업…국가소방 총동원령
  5. 육군 32사단 장병, 해안경계작전 중 화재 발견해 대형사고 막아
  1. UST '첨단로봇' 전공 신설, 2026학년도 후기부터 신입생 모집
  2. 충청권 국가하천 기본계획 수립 '속도'…준설하되 생태계 정밀조사도
  3. 벌목으로 집 잃은 대전 백로 1년만에 돌아와…"서식지 기억, 지켜줘야"
  4. 최교진 "국공립대 총장협의회 지역혁신 거점돼야"
  5. 지역사회 든든한 파트너…제5주년 의용소방대의 날 개최

헤드라인 뉴스


[대전 화재]연락 두절 직원 14명…폭발·붕괴 위험으로 내부진입 어려워

[대전 화재]연락 두절 직원 14명…폭발·붕괴 위험으로 내부진입 어려워

화재가 발생한 대전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14명과 연락이 닿지 않아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밸브 제작공장 쪽에서 처음 시작된 화재가 연결통로를 통해 바로 옆 두 번째 건물까지 빠르게 확산돼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은 20일 오후 3시 40분 문평동 화재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피해 발생과 구조 및 진화 상황을 설명했다. 해당 업체는 자동차용 밸브 제조공장으로 부상자는 당초 50명에서 더 늘어 현재 53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24명으로 중상으로 여겨지고 을지대와 건양대, 충남..

노시환·강백호 ‘19억 투자’… 한화, 타선 강화 승부수
노시환·강백호 ‘19억 투자’… 한화, 타선 강화 승부수

2026시즌 강력한 타선 구축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정규시즌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리그 대표 좌우 거포로 불리는 노시환과 강백호에게 한화는 올해 연봉으로만 19억 원을 투자하며 타선 강화에 힘을 실었다. 19일 KBO 리그 등에 따르면,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 간판타자 노시환이 연봉 10억 원에 사인하며 8년 차 선수 연봉 최고액을 기록했다. 종전에는 KT 위즈 소속이던 강백호의 7억 원이었다. 노시환의 연봉은 팀 내에서 류현진(21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올해부..

충청권 혼인 늘고 이혼 줄었다…대전 조혼인율 전국 1위
충청권 혼인 늘고 이혼 줄었다…대전 조혼인율 전국 1위

대전과 세종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조혼인율을 기록하며 '젊은 도시'의 면모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대전은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이 6.1건으로 전국 1위를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19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 건수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한 24만 건으로 전년보다 1만 8000건(8.1%) 증가하며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는 2018년(25만 8000건)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국가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앞두고 투표지 분류기 운영 실습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앞두고 투표지 분류기 운영 실습

  • 대전 자동차부품 제조 공장에서 큰 불…다수의 부상자 발생 대전 자동차부품 제조 공장에서 큰 불…다수의 부상자 발생

  • ‘번호판 키우고 더 뚜렷해졌다’…이륜차 전국번호판 도입 ‘번호판 키우고 더 뚜렷해졌다’…이륜차 전국번호판 도입

  • 지역사회 든든한 파트너…제5주년 의용소방대의 날 개최 지역사회 든든한 파트너…제5주년 의용소방대의 날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