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변호사 과잉 시대의 그늘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변호사 과잉 시대의 그늘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승인 2024-09-01 11:58
  • 수정 2024-11-13 17:28
  • 신문게재 2024-09-02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김이지사진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변호사 선발인원이 대폭 증가하면서 변호사 사무소나 로펌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예전처럼 문만 열어놓으면 의뢰인들이 찾아오는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변호사업은 원래 '면기난부(免飢難富)'라는 표현이 있어 '굶주림은 면할 수 있지만, 부자 되기는 어려운 직업'으로 일컬어졌는데, 이제는 우스갯소리로 '난면기난부(難免飢難富)'라는 자조적인 신조어가 생긴 듯하다.

이런 와중에도 사건들이 넘쳐나는 곳은 있다. 이런 곳들은 대부분 공통점이 있는데, 인터넷과 정보화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타고 있는 곳들이다. 쉽게 말해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홍보하는 곳들인 경우가 많고, 여기에는 조직과 자본력이 상당히 필요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개인 사무소보다는 여럿이 뭉쳐서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를 만든 곳들이 대부분이다.

변호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끔 들리다가 그런 부류의 특정 로펌 하나를 엄청나게 성토하는 것을 보았다. 어떤 키워드로 검색을 하든 그 로펌의 블로그 글로만 도배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런 글들이 자동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대량 생산되어 거기다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성실하게 사건을 연구하고 자기만의 글을 쓰는 변호사가 어떻게 눈에 띄고 살아남겠냐는 것이다. 과거 법률서비스의 문턱이 지나치게 높았던 것도 문제였지만, 이제는 법률서비스 자체가 대중화되면서 법조계 전체가 질적인 저하를 겪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

얼마 전 사법연수원 동기 몇 명과 점심식사를 같이 했는데, 법원에 재직 중인 판사 동기 한 명이 변호사들에게 진지하게 물어보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사무소가 여럿 있는 로펌 두 개를 언급하면서 '왜 그 두 곳의 변호사들은 첫 공판 기일에 출석할 때까지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는지, 반드시 출석해서 구두로 자백 또는 부인을 하는 데 혹시 무슨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그 동기의 생각으로는 그것이 혹시 그 로펌들이 가진 전략인지가 궁금했던 듯하다. 그러나 변호사들이 입을 모아 답해준 건 '필시 사건이 너무 많아서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의견서를 작성해서 낼 시간적 여유가 없어 그냥 첫 공판은 구두로 때우는 것'이다. 판사 동기는 '담당변호사가 재판 때마다 바뀌고 내용도 잘 모르는 것 같아 그런 곳에 의뢰한 피고인이 불쌍하더라'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변호사들과 판사들이라는 점이다. 반면 정작 알아야 할 의뢰인들은 이를 전혀 모른 채, 그저 눈에 띄고 규모가 크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의뢰를 하는 것 같다. 또,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더라도 '그렇다면 대체 누가 실력 있고 성실한 변호사인가? 그런 변호사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라는 난제 앞에, 그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가고 마는 것이다.

'재야에 얼마나 뛰어나고 성실한 변호사들이 많은데, 왜 그런 데를 가서 비싼 수임료 주고 저렇게 엉망인 사건 진행의 피해를 보느냐' 라고 안타까워한 동기의 말처럼, 잘못된 선택으로 나중에 피해를 입어도 이미 돌이킬 수가 없다. 그렇지만 송사(訟事)가 인생에 두 번 세 번 겪는 일이 아니다 보니 비즈니스적으로 말하자면 원래 재구매가 일어나기 어려운 분야이고, 실망한 고객이 다시 오지 않더라도 신규 고객의 유치에는 큰 지장이 없어 계속 성업 중이다.

결국 현재 상황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일반 국민에게 돌아가게 되니,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대한변호사협회나 각 지방변호사회에서 정당하지 않은 인터넷 홍보방법 등에 대한 제재를 엄격히 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사법부 차원에서도 변호사 선발 인원을 조정하거나 변호사 자격 유지를 위한 요건을 강화하는 등 이 문제의 해결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희망해 본다./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으로 힐링 가을여행 오세요"
  2. 대전 유성 노인회서 견학갔다가 80대 실종 9일째…인력 600여명 투입 '희망을'
  3. 대전A고 학교운영위원장 교권침해? 24일 '교보위' 촉각
  4. 대전경찰청,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5. [S석 한컷]서포터석에서 탐탐이 치는 K-리그 기자! 음치-박치-엇박자 서포터 현장팀 체험
  1. 프로야구 티켓 매크로 대량구입 암표되팔이 20대 '체포'
  2. [사설] CTX 개통 앞당길 방안 찾아야 한다
  3. 기계 정식용 양파 모종, 노지서도 안전하게 키운다
  4. [사설] 세종경찰 '빈약한 여건' 개선해야
  5. 대전가톨릭가정.성폭력통합상담소 젠더기반폭력 근절 캠페인

헤드라인 뉴스


24일 대전시 국정감사에 쏠린 눈… `창 대 창` 대결 승자는?

24일 대전시 국정감사에 쏠린 눈… '창 대 창' 대결 승자는?

24일 진행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 국정감사에 정치권 시선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인 박정현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감사위원들과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감장에서 벌어지는 전초전에서 누가 기선을 잡을지 주목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4일 대전시청을 찾아 대전시를 상대로 국감을 진행한다. 이날 대전시 국감은 지방 1반이 담당한다. 신정훈 행안위원장이 감사반장을 맡고, 감사위원으론 민주당 6명, 국민의힘 3명, 조국혁신당 1명의 의원이 참여한다. 지..

"우주항공산업진흥원, 대전에 설립돼야"
"우주항공산업진흥원, 대전에 설립돼야"

국가 우주항공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전담기관인 우주항공산업진흥원이 설립 예정인 가운데 대전시가 우주항공청을 방문해 유치전에 나섰다. 최성아 대전시 정무경제과학부시장은 22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을 방문해 노경원 차장을 만나 우주항공산업진흥원 대전 설립과 우주기술혁신 인재양성센터 인력양성사업 국비 지원 등을 건의했다. 우주항공산업진흥원은 정책개발, 기술이전 및 사업화, 창업 및 해외 진출 지원 등 국가 우주항공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전담기관으로, 우주항공청이 9월 공청회를 통해 설립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우주항공산업진흥원 설..

유류세 인하 올 연말까지 연장… 인하 폭은 휘발유 3%, 경유·LPG 5% 축소
유류세 인하 올 연말까지 연장… 인하 폭은 휘발유 3%, 경유·LPG 5% 축소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가 오는 연말까지 두 달 더 연장된다. 다만 인하 폭이 축소되면서 다음 달부터 휘발유는 25원, 경유는 29원가량 오를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10월 31일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는 12월 31일까지 연장된다. 기재부는 "유가 및 물가 동향,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국민의 유류비 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

  •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