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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교수 |
한국에서 대학 입시는 단지 교육 양극화 문제뿐만 아니라 서울·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인한 지방 인구 소멸, 청년 실업, 경제적 양극화, 부동산 투기, 사회 문화적 차별 등 온갖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 말부터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대학 완전 평준화 방안, 국립대 협력 및 개방화 방안,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의 정책이 지속적으로 제안되었다.
그러나 교육 양극화를 해결하는데 백약이 무효인 듯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고등교육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정부 투자의 부족으로 보고 있다. 사실 이 진단은 틀린 것이 아니다. 현재 국·공립대의 비중은 20% 이하이며, 고등교육 민간부담률은 OECD 평균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0.5%를 훌쩍 넘어선 0.9%에 이른다. OECD 국가 중 한국만이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가 초·중등 교육 대비 적으며, 대학 발전을 개인 간, 대학 간의 무한경쟁으로 내몰아 왔다.
현재 대학 서열화는 '서울·수도권인가 아닌가' 그리고 '인기 전공인가 아닌가'라는 기준에 따라 더욱 강화되었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적성과 흥미보다는 인서울 대학의 브랜드를 좇아서 대학을 선택하고 있고, 내신과 수능 성적에 따라 대학교와 전공을 선택하고 있다. 이런 입시 지옥 내에서의 상대 평가식 무한경쟁은 청년들 사이에서 능력주의 사상으로 발전, 확산되어 이제는 그 공정성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는 지경이다.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소극적 투자 상황 속에서, 개별 대학 간의 무한경쟁은 오히려 교육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한 '2025 세계대학평가'에서 한국 대학은 상위 100위에 서울대(38위), 연세대(50위), 고려대(61위) 등 3개 대학만 포함되어, 지난해 대비 2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 10개(홍콩 5개 대학 포함), 일본은 4개 대학이 톱100에 자리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가장 먼저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라이즈 사업과 글로컬대학 사업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정책들은 지방 중소대학을 지역 혁신 거점으로 선정해, 지역 전체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려는 정책이다. 반면에 이재명 정부는 소수 거점 대학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려고 한다. 따라서 서울대 10개를 살리기 위해 지방 사립대 100개를 죽일 것이라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대학 지원자들의 인서울 대학 브랜드 선호 현상과 인재의 수도권 회귀 등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양질의 일자리가 준비된 서울·수도권으로 젊은 세대가 끊임없이 몰려드는 흐름을 바꾸지 않고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현재 전체 국토 너비의 11.8%밖에 안 되는 서울·수도권 안에 전체 인구의 무려 50.4%에 이르는 2606만여 명이 몰려 사는 것이다. 다들 이것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좋은 정책이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는 대학 개혁을 통해 지역 균형 발전과 경제 사회 양극화까지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다. 먼저 서울·수도권 인구와 기업의 지역 분산이 선행되어야 지역의 서울대 10개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국공립대, 수도권 대학과 지방 사립대 등을 포함한 전반적 대학 생태계의 균형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과 협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통해 거점 국공립대학과 더불어 지방 사립대들이 동반 성장하여 대학 서열화 완화와 지역 균형 발전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를 기대한다. /김정태 배재대학교 글로벌자율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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