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마리한화’라는 용어, 과연 이대로 써도 괜찮을까?

  • 사람들
  • 뉴스

[독자칼럼]‘마리한화’라는 용어, 과연 이대로 써도 괜찮을까?

황의석(대전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센터장)

  • 승인 2025-04-24 15:52
  • 수정 2025-04-24 23:22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temp_1745476055867.-1870958417
2025년 KBO 리그 개막과 함께, 대전의 신축구장과 한화 이글스의 상승세가 맞물리며 야구 팬들의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한화 팬덤은 유난히 창의적인 언어를 즐기기로 유명한데, 그중 최근 자주 회자되는 표현이 바로 '마리한화'다.

'마리한화'는 '마리화나(대마초)'와 '한화'를 결합한 신조어로, 마약에 취한 것처럼 한화의 경기에 빠져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열렬한 팬심을 유쾌하게 표현한 단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언론과 콘텐츠 제작자들도 이를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언어는 현실을 반영할 뿐 아니라 구성하는 힘을 지닌다. 문제는 이 표현이 단순한 놀이 문화를 넘어, 마약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긍정적 이미지로 소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팬 커뮤니티에서는 "오늘도 마약 제조 들어간다"는 말로 선수 라인업을 소개하거나, "이쯤 되면 중독이지"와 같은 표현으로 자신의 열정을 묘사하기도 한다. SNS에서는 '#마리한화 #중독야구 #마약구단' 등의 해시태그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유튜브 콘텐츠와 언론 기사 제목에서도 '중독 주의보', '마약 같은 경기력' 등의 표현이 사용되며, 마약이라는 단어가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것'으로 이미지화되고 있다. 이는 언뜻 보면 유쾌한 팬 문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언어의 힘과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국립중독연구소(NIDA)는 중독 확산의 3대 환경 요인으로 접근성(Accessibility), 가용성(Availability), 수용성(Acceptability)을 강조한다. 물질 자체의 위험보다도, 그것이 얼마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언어와 놀이문화는 사회적 수용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매개체다.

이러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선 마리화나가 일부 합법화된 이후, 'Weed mom', 'Wake and bake'(일어나자마자 대마초를 피운다는 뜻) 같은 표현이 대중문화 속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마약이 더 이상 '범죄'가 아닌 '트렌드'로 인식되기도 한다. 영국에선 'Charlie'(코카인을 의미하는 은어)가 방송과 음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실제 청소년들의 약물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제로 이어졌고, 이에 대해 BBC와 The Guardian은 "언어가 중독을 무디게 만든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우리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마리한화' 같은 표현은 팬심을 표현하는 창의적 언어로 시작되었지만, 마약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긍정적 이미지와 결합될 때, 대중의 무의식 속에 중독에 대한 경계심을 허무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는 단지 팬덤의 언어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인식에 영향을 주는 문화 코드가 되는 것이다.

한화 이글스의 팬들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열정적이고 독창적인 응원 문화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그 열정이 진정한 가치를 가지려면, 표현 방식 역시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동반해야 한다. '마리한화'라는 단어 없이도 한화의 경기는 충분히 뜨겁고, 팬들의 응원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언어는 감정의 포장일 뿐 아니라, 행동을 유도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제는 팬덤 스스로도 자신들의 언어가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때다.

황의석(대전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호국보훈의 달] 나라를 지킨 참전영웅들…어린이 위로공연에 '눈물'
  2. 아산시, 취약지역 하수도시설 일제 점검
  3. 아산선도농협, 고추재배농가에 영농자재 지원
  4. 아산시, 반려동물 장례문화 인식개선 적극 추진
  5.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교통약자 보호 및 시민 보행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1. 천안시, 제77회 충청남도민체육대회서 주택안심계약 홍보
  2. 천안시의회 정도희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마을행정사 운영에 관한 조례안 본회의 통과
  3. 천안법원, 신체일부 노출한 채 이웃에게 다가간 20대 남성 '벌금 150만원'
  4. 천안시의회 유영채 의원, '전세피해임차인 보호조례' 제정… 실질 지원과 안전관리까지 법제화
  5. 여름휴가와 미래 정착지 '어촌' 매력...직접 눈으로 본다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대표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완성 의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집권 초부터 PK 챙기기에 나서면서 충청권 대표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은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자칫 충청 홀대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대목인데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가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와 장대교차로 입체화 추진 예정지 등 주요 사업지를 찾아 현장점검을 벌였다. 산업건설위원회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현장, 교육위원회는 서남부권 특수학교 설립 예정 부지를 찾았는데, 을 찾았는데, 이번 현장점검에 직접 나선 조원휘 의장은 "앞으로 민선 8기 주요 사업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13일 유성구 일대 교통 현안 사업 현장을 찾았다. 먼저 유성복합터미널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는 유성구..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힘입어 경기 당일 주변 상권들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야구장 중 주변 상권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구장은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다. 15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2022~2025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개막 후 70일간 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022년 대비 2023년 13%, 2024년 25%, 올해 31%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 명의 데이터 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