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상징적인 필리핀의 대중교통 수단인 '지프니'는 필리핀 거리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다. 생동감 있는 디자인과 깊은 문화적 의미로 유명한 지프니는 종종 '도로의 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프니는 제 2차 세계 대전 후, 미국이 남긴 군용 지프를 필리핀 사람들이 독창적으로 개조한 차량이다. 지붕을 덧붙이고 차체를 늘린 뒤, 밝은 색상과 종교적 슬로건, 독특한 장식으로 꾸며 실용적이면서도 사람과 물품을 운송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프니(jeepney)'라는 이름은 '지프(jeep)'와 '지트니(jitney, 소형버스)'의 합성어다. 크고 열린 창문은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하며, 차량 크기에 따라 12명에서 최대 24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탑승한 승객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활기차고 친근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지프니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필리핀 사람들의 창의성, 실용성, 공동체 정신을 상징한다. 친환경 전기 지프니로의 전환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전통 지프니의 매력과 독특함 덕분에 여전히 많은 현지인들이 이를 선호하고 있다.
지프니를 타려면 손을 흔들어 차량을 세우고 뒤쪽 입구로 승차한다. 요금은 현금으로만 가능하며 운전사에게 직접 전달해야 한다. 운전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다른 승객을 통해 전달하기도 한다. 이때는 "바야드 포!"(Bayad po! - 여기 요금이요!)라고 말한다. 하차할 때는 "파라 포!"(Para po! - 여기서 멈춰 주세요!)라고 외치거나, 금속 손잡이에 동전을 두드려 신호를 보낸다.
현대적인 대안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 지프니는 여전히 사랑받는 필리핀의 문화 아이콘으로, 필리핀 대중교통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필리핀을 방문한다면 지프니를 타고 현지 문화를 체험해 보시길 적극 권장한다.
이선아 명예기자(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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