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칼럼] 삼매당(三梅堂)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 칼럼] 삼매당(三梅堂)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 승인 2025-05-28 16:57
  • 신문게재 2025-05-29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2025041601001397700057281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매화라는 식물은 우아하여 속되지 아니하고 깨끗하여 더럽지 아니하며 보기에 모양은 괴이하고 향기는 더없이 그윽하여 식물 중에서도 고귀한 품종에 속한다. 그래서 이미 작고한 평양군의 박공 계립이 이어 회남 가양리에 좋은 위치를 골라 집을 지어 놓고 친히 뜰에다 매화 세 그루를 심어 놓았다. 박공의 손자 첨추(僉樞)를 지낸 만선은 나의 선조 우암 선생의 학생이다. 그는 선조가 남겨 놓은 매화를 가꾸고 옛집을 수리하여 가문을 계승하였으며 후대의 본보기로 살아가다가 삼매당에서 세상을 떴다." 이 글은 송달수의 삼매당 제영서(序)이다. 박계립이 호를 삼매당이라 한 것은 이곳 삼매당에 매화 세 그루를 심었다 해서 연유한다. 조선시대 때 만들어진 회덕읍지에도 삼매당에 대한 기록이 있다. 회덕읍지에 "삼매당은 현의 남쪽 10리 되는 가양리에 있는데 소제의 기국정과 서로 바라보고 있다. 찰방을 지낸 박계립의 별서이다." 라고 되어 있다. 그 후 이 건물은 1876년에 삼매당의 7세손 박재정이 수리를 하였고, 다시 1891년에 8세손 박윤석이 수리를 하였다. 침수가 우려되어 1930년에 삼매당의 9세손 박태흥이 홈내로 옮겼다가 1973년 현재 동구 가양동 동대전 중학교 옆으로 이건 되었다.

박계립의 손자 박만선은 우암 송시열 선생의 문하에서 수학한 인연이 있어 우암은 '삼매당'이라는 편액과 '삼매당 팔경'을 지어 보내기도 하였다. 삼매당에서 본 소제호 주변의 팔경은 계악숙운(鷄岳宿雲)-비 온 후 계족산에 쉬고 있는 구름, 용산낙조(龍山落照)-해거름 무렵 계룡산의 저녁노을, 소호채연(蘇湖採蓮)-개나리(소제호)방죽의 연 캐는 풍경, 명평삽앙(椧坪揷秧)-홈통 골 들판의 모내기 모습, 석촌취연(石村炊煙)-석촌(성남동)마을의 밥 짓는 연기, 갑천어화(甲川漁火)-멀리 갑천에 횃불로 물고기 잡는 모습, 화암효종(花菴曉鐘)-화암에서 울리는 새벽 종소리, 금암만적(琴岩晩笛)-늦은 밤 금암에서 들려오는 피리소리로 전통시대 소제호에서 바라본 지역의 경관을 유추할 수 있는 팔경 시이다. '삼매당 팔경'으로 당시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소제호 주변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이 팔경 시에 의하면 삼매당의 위치는 현재 소제산의 대성여자고등학교 둔덕을 따라 대동천 가제교로 이어지는 인근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소제호에 접하여 우암의 기국정과 마주 바라볼 수 있으며 삼매당 팔경의 경관이 조망되는 곳이다.



전통 시대를 거쳐 삼매당이 있었던 소제호 부근은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지역경관을 대표하는 장소였다. 그러나 현재 가양동으로 옮겨진 삼매당이 처한 환경은 우암이 찬한 팔경이 무색할 지경이다. 굳게 닫힌 문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하며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그 모습은 처참하다. 지금 삼매당이 있는 곳은 주택가와 산기슭에 묻혀 있어 주변과 단절된 곳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대전의 근대도시 형성 과정에서 왜곡된 전통 시대 지역의 정신적 상징이었던 공간의 상징물들은 이제 전통 공간의 정체성의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복원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전의 근대도시 형성 과정에서 사라지고 왜곡된 지역의 역사를 도외시 해서는 안된다. 새로이 조성될 소제동의 공원에서는 근대공원의 편의시설이나 명분도 없는 새로운 건축물들이 세월질 것이 아니라 기국정, 삼매당이 원래 자리를 찾아 복원 이전되어 그동안 균열 된 문화정체성의 정립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울대 10개 만들기 동행 모델' 띄운다… 한밭대 등 국공립대 연대 STU 제안
  2. 짙은 안개에 미세먼지까지… 충청 출근길 사고 잇따라
  3. 대전 학교급식종사자들 "교육청 임금체불" 노동청에 진정 신청
  4. [썰] 권선택의 민주당 대전시장 '판' 흔들기?
  5. 세종 파크골프 저력… 신현주 선수, 中 챔피언십 왕중왕전 우승
  1. [대전에서 하룻 밤 더] 관광 소비액 5조원 목전 둔 대전
  2. ‘그날의 함성 다시 한 번’…인동장터 독립만세운동 기념행사
  3. 대전 대덕구, 덕암야구장 반려동물 놀이터 개장
  4. ‘반려견과 함께’
  5. [춘하추동]다문화 사회와 문화 정체성

헤드라인 뉴스


이 대통령 "추가 정부부처 분산 없다"… 세종 행정수도 의지 확고

이 대통령 "추가 정부부처 분산 없다"… 세종 행정수도 의지 확고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추가 정부 부처 분산은 없다”고 못 박았다.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0회 국무회의에서 ‘균형성장을 위한 지방 우대방안’과 관련한 토의에서다. 토의 중 해양수산부 장관 직무대행이 ‘부산 이전 성과’를 언급하자, 이 대통령은 "부산으로 옮겨서 실제로는 예측했던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며 "그래서 농식품부를 광주로 보내달라고 그러고, 강원도는 관광 도시니까 문체부를 강원도로 보내달라고 이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수부가 유일한 예외'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래서 다시 한번 명확하게..

[대전에서 하룻 밤 더] 공유숙박, 체류형 관광모델 활성화 필요
[대전에서 하룻 밤 더] 공유숙박, 체류형 관광모델 활성화 필요

대전은 최근 타지에서 유입되는 방문객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2025년 기준 9000만 명이 넘는 외지인이 지역을 찾았다. 주요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부터 '빵의 도시'란 이름에 걸맞게 성심당을 비롯한 여러 제과점을 탐방하는 이른바 '빵 관광'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쇼핑과 식·음료 업종에 소비가 집중되다 보니 방문객을 지역에 머물게 할 핵심적인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 방문객이 대전에서 지갑을 열고, 소비하게 되면 그만큼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중도일보는 대전 방문..

공공기관 2차 이전 `빨간불` … 지역 발전 고려 최우선해야
공공기관 2차 이전 '빨간불' … 지역 발전 고려 최우선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이른바 '집중 전략'을 언급하면서 대전과 충남의 공공기관 2차 이전 대응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치권 안팎에선 '집중 전략'은 사실상 행정통합 지역과 기존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을 집중 배치하겠다는 의중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사실상 행정통합 무산과 1차 공공기관 이전 수혜를 받지 못한 대전시와 충남도 입장에선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인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13일 충북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공공기관 이전을 포함한 국토 재배치와 균형발전 문제는 국가 생존이 걸린 문제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 ‘반려견과 함께’ ‘반려견과 함께’

  • ‘그날의 함성 다시 한 번’…인동장터 독립만세운동 기념행사 ‘그날의 함성 다시 한 번’…인동장터 독립만세운동 기념행사

  • ‘봄이 왔어요’ ‘봄이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