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제20회 충청서도 초대작가전을 관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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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제20회 충청서도 초대작가전을 관람하고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5-06-01 11:1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2025년 5월 28일, 제20회 충청서도 초대작가전과 제6회 정예작가전이 대전예술가의 집 3층 전시실에서 막을 올렸다. 180여 명의 초대작가들은 반전지에 1~2편의 작품을 모아 220여편의 작품들을 전시 하였고 정예작가들은 국전지에 담은 작품들을 2점씩 전시했다 한다.

중산 조태수 명예회장은 인사말에서 "시작이 반이라고 지난 2004년에 출발한 충청서도 초대작가전이 어느덧 올해로 20회가 되었습니다. 새삼스레 세월이 빠르다는 걸 실감케 되었고 그동안 걸어 온 충청서도의 여정을 돌아보며 깊은 감회를 느끼게 됩니다"라고 하였다.



이인 정경애 회장은 인사말에서 "초대작가전은 형식과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을 함으로써 현대 서예의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전통의 깊이와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이 전시는 서도의 길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조태수 명예회장이나 정경애 회장 모두 '서도'라는 용어를 썼다. '서도'란, '서(書)'를 통해 '도(道)'를 닦는다는 의미를 부각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우리나라 서도가들은 '서도'라 하지 않고 '서예(書藝)'라는 말을 사용한다. 붓으로 글씨를 쓰는 예술행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서정목 화가의 매화 그림이다.

자신이 고고하듯 고고한 매화를 화폭에 담았던 것이다.

매화 그림은, 흰 매(白梅)든 붉은 매(紅梅)든 간에, 마치 화선지 위에 옅은 물감을 확 뿌려놓은 것처럼 종이의 전면에 고르게 퍼져 있다. 꽃잎의 표현은 흰 색과 옅은 붉은 색이 다같이 톤의 변화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 고고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서정목 화가와 대면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편안해진다.

1홍매
서정목 서도가의 홍매
다음으로 발길을 멈추게 한 작품이 중산 조태수 명예회장의 행서체로 쓴 심휴문 선생의 '장가행구'라는 멋진 시다.

'양춘포덕택 만물생광휘', 즉 '따뜻한 봄은 넉넉한 덕을 베풀고, 만물은 눈부신 빛을 내뿜도다.'시구의 내용과 중산선생의 성격이 어쩌면 저리도 똑 같을까?

중산 선생은 침묵함으로써 행동거지에 무게가 실려 있다. 또한 가끔 말을 하더라도 마음속 깊은 내용을 어필하는 느낌을 주어 그의 발언에 묘한 설득력이 생기게 마련인데 그래서 그런지 그의 문하생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무게가 있어 보인다.

2장가행구
조태수 명예회장의 장가행구
다음으로 발길이 멈춰진 곳이 정경애 회장의 '사미인곡'이라는 작품이다.

사미인곡은 조선시대 정철의 작품인데 정철 자신이 여성으로 변신하여 썼기에 여성 특유의 문체가 문장마다 실려 있다. 정경애 회장은 여성이다. 여성이되 쉼없이 노력하는 서도가인 것이다. 그래서 2음보 1구로 계산하여 전체 126구, 252자로 된 사미인곡 전편을 전지에 옮겨 실었다. 몇달이 걸렸을까? 맘에 안들면 버리고 다시 쓰기를 수 없이 반복했으리라. 그래서 그런지 글자 하나하나에 그 정성과 노력이 깃들어 있다. 손을 잡아 격려해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남녀가 유별하기에 멈칫하고 말았다.

3-사미인곡
정경애 회장의 사미인곡
다음으로 눈길을 끈 것이 규원 김월주 서예가가 쓴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란 작품이다.

'마하'는 크다(대), 많다(다), 초월하다(승)의 뜻이고, '반야'는 지혜, 깨달음의 뜻이며, '바라밀다'는 저 언덕에 이르다(도피안)는 뜻이다. '심경'은 핵심되는 부처님의 말씀이란 뜻이다. 따라서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은 일체를 초월하는 지혜로 피안에 도달하는 가장 핵심되는 부처님의 말씀을 일컫는다.

규원 김월주의 외모에서 풍기는 멋이 곱게 인생을 살아온 '지성미' 그 자체였다. 흰 백발이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수들이 노래 한곡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 번을 불러 익숙해진 다음에야 세상에 내 놓는다고 한다. 그 가수들의 끊임없는 반복의 노력이 김월주 서예가의 손끝에서 이루어 졌으리라 생각하니 저절로 존경심이 울어났던 것이다.

4-바라밀다
김월주 서도가의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다음으로 발길이 멈춰진 곳은 월곡 김용근이 행서로 쓴 주자의 '권학'이다.

休林坐石老人行(휴림좌석노인행) : 나무 아래 쉬고 돌 위에 앉으며 가는 노인의 걸음이란

三十里爲一日程(삼십리위일일정) : 삼십리가 하루 길이 된다.

若將一月能千里(약장일월능천리) : 만약 한 달을 간다면 천리를 갈수 있으니

以老人行戒後生(이노인행계후생): 노인의 걸음걸이로써 뒷 사람에게 경계를 준다.

5-권학문
김용근 서도가의 권학문
김용근 서도가는 노인의 걸음걸이로써 뒷 사람에게 경계를 준다고 주자선생의 말을 빌어 가르치고 있다. .

요즘 젊은이들이 충만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느릿느릿 걷는 노인들의 걸음 걸이에서 배우라고 했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일단 밖으로 나가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에 집중하고, 퀵보드나 전동차가 아닌 느림보 걸음에서 지혜를 배우라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고요한 행복에 다다를 수 있다고 하였다. 이른바 뒷 사람에게 경계를 준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쉽다. 이 전시장에 전시된 220여편의 작품들을 모두 소개 못하는 것이. 그러나 이 전시회가 21회도, 22회도 이어진다하니 다음을 기다릴 밖에.

그림에서는 기운(氣韻)이 생동해야 하고 골기(骨氣)가 있는 용필을 해야 한다는 등의 여섯 가지 법이 있고, 시에서도 평측법(平仄法), 압운법(押韻法), 대우법(對偶法) 등 법이 있다. 마찬가지로 서(書)에서도 '영자팔법(永字八法:'永'字 한 글자를 쓰는 과정을 통해 8가지 필법을 가르침)'과 같은 법이 있다.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문예활동이나 스포츠를 도(道)로 이해하려는 생각이 일찍부터 있었다 한다. 유도(柔道), 검도(劍道), 다도(茶道), 화도(花道)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 예술가의 집에서 전시된 글과 그림들은 서예, 서법, 서도는 용어는 달라도 붓끝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사실상 추구하는 예술성은 같다.

충청서도 초대작가전이 올해로 20회가 되었다 한다. 따라서 충청서도 초대작가전을 출발로 하여 이들 작가들이 서예의 멋스럽고 도를 닦는 듯한 정숙함을 서방 세계에 적극 알려야 할 것이다.

요즘 정치적 소용돌이로 다들 힘든 시기에 훌륭한 작품을 출품해 주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울러 전시를 주관하여 수고해 주신 이인 정경애 지회장님과 임원 여러분의 노고에도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김용복/평론가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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