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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5-07-15 09:45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역사에서 손꼽히는 드라마틱한 반전 중에는, 우리에게는 삼국지로도 잘 알려진, 중국 후한 말의 적벽 대전이 있다. 위나라 조조의 대군에 맞선 오나라 손권과 촉한 유비 연합군은 절대적인 열세상황에서, 오, 촉의 제1참모인 주유와 제갈량은 "필승의 전략은 화공(火攻)" 까지는 의견을 모았지만, 문제는 바람 방향이었다. 북풍의 계절에 화공은 자칫 불길이 아군을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제갈량은 바람의 방향을 남동풍으로 바꾸겠다고 호언장담한다. 며칠 뒤, 결전의 날, 제갈량이 실제로(?) 바람 방향을 바꾸고, 조조는 관우에게 목숨을 구걸할 만큼 궤멸 당한다. 이 장면은 독자에게는 꽤 인상적일 테지만, 이는 제갈량이 그 지역 기후의 주기적 리듬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럼 적벽대전으로부터 1800여 년, 21세기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 위기에서는 그 어떤 제갈량이 이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겠는가? 집권 2기를 맞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금도 기후 위기를 '사기'라 하고 기후 대응을 소홀히 하고 있지만, 이제 기후는 인간의 지식과 예측 능력으로의 관리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고, 그야말로 지구와 인류 생존의 문제가 되어, 에너지(혹 기후) 정책은 더 이상 수지타산이나 따지는 단순한 산업이나 수급 조절의 문제가 아닌 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이 위기에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라는, 미래 준비에 핵심이다. 트럼프가 집권한 미국을 차지하더라도 지난 몇 년간 우리 나라도 그 핵심 정책이 정치의 장난감이 되어왔다.

문재인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 초대 장관은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원전 조기폐쇄는 문재인 정부의 공식 국정과제인 탈원전의 최우선 에너지 정책이었고, 이어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에너지 안보 정책 기조로 급선회했는데, 이전 정부의 장관 기소는 정치 보복 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국가에너지 정책은 기후 위기와 지속 가능 관점만 아니라 국가 존속에도 매우 위태롭다. 탄소 중립, 탄소 국경조정제(CBAM), RE-100 같은 변화의 물결 속에서 기후를 통과하지 못하면 수출도 불가능한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에도 윤석열 정부의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런 담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에너지 소비는 수도권에, 발전원은 지방에 몰려 있는 불평등 구조를 그대로 두고, '에너지 안정성'이라는 이름 아래 지방의 희생을 지속시키는 구조를 방치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외에도 교육, 복지, 산업 등 지역 균형을 위한 어떤 정책도 볼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는 기후를 포함한 여러 가지 변화에 대한 대응 동력만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까지 모두 잃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이제 정권은 이재명 정부로 넘어왔다. 신정부는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을 국정 중심에 재배치하려 하고 있다. 특히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단순한 부처 개편이 아니라, 에너지를 산업·환경·복지·지역 균형이 통합된 프레임으로 올리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의 단순 계승만으로는 안 된다. 이전에 주민 수용성, 지역갈등 관리, 형평성과 속도 사이의 균형 등에서 한계를 드러냈던 것을 교훈 삼아, 분산형 전원 체계, 지역 주도 신재생 확대, 전력망 공공성 강화,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등 보다 포괄적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에너지는 정권의 구호가 아니라 국민 삶의 문제다. 기후위기의 시대, 에너지는 제갈량의 바람처럼 인간의 예측과 통제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고, 국민 개개인이 이제는 기후위기의 본질을 깨달아야 한다. 정권마다 바뀌는 선언이 아닌, 국민과 함께 설계하고 지속할 수 있는 사회적 약속으로서의 기후에너지 정책이길, 이재명 정부의 '기후에너지부'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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