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기후 위기의 시대에도 에너지가 권력의 장난감인가?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기후 위기의 시대에도 에너지가 권력의 장난감인가?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5-07-15 09:45
  • 수정 2025-07-15 15:12
  • 신문게재 2025-07-16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역사에서 손꼽히는 드라마틱한 반전 중에는, 우리에게는 삼국지로도 잘 알려진, 중국 후한 말의 적벽 대전이 있다. 위나라 조조의 대군에 맞선 오나라 손권과 촉한 유비 연합군은 절대적인 열세상황에서, 오, 촉의 제1참모인 주유와 제갈량은 "필승의 전략은 화공(火攻)" 까지는 의견을 모았지만, 문제는 바람 방향이었다. 북풍의 계절에 화공은 자칫 불길이 아군을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제갈량은 바람의 방향을 남동풍으로 바꾸겠다고 호언장담한다. 며칠 뒤, 결전의 날, 제갈량이 실제로(?) 바람 방향을 바꾸고, 조조는 관우에게 목숨을 구걸할 만큼 궤멸 당한다. 이 장면은 독자에게는 꽤 인상적일 테지만, 이는 제갈량이 그 지역 기후의 주기적 리듬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럼 적벽대전으로부터 1800여 년, 21세기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 위기에서는 그 어떤 제갈량이 이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겠는가? 집권 2기를 맞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금도 기후 위기를 '사기'라 하고 기후 대응을 소홀히 하고 있지만, 이제 기후는 인간의 지식과 예측 능력으로의 관리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고, 그야말로 지구와 인류 생존의 문제가 되어, 에너지(혹 기후) 정책은 더 이상 수지타산이나 따지는 단순한 산업이나 수급 조절의 문제가 아닌 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이 위기에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라는, 미래 준비에 핵심이다. 트럼프가 집권한 미국을 차지하더라도 지난 몇 년간 우리 나라도 그 핵심 정책이 정치의 장난감이 되어왔다.

문재인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 초대 장관은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원전 조기폐쇄는 문재인 정부의 공식 국정과제인 탈원전의 최우선 에너지 정책이었고, 이어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에너지 안보 정책 기조로 급선회했는데, 이전 정부의 장관 기소는 정치 보복 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국가에너지 정책은 기후 위기와 지속 가능 관점만 아니라 국가 존속에도 매우 위태롭다. 탄소 중립, 탄소 국경조정제(CBAM), RE-100 같은 변화의 물결 속에서 기후를 통과하지 못하면 수출도 불가능한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에도 윤석열 정부의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런 담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에너지 소비는 수도권에, 발전원은 지방에 몰려 있는 불평등 구조를 그대로 두고, '에너지 안정성'이라는 이름 아래 지방의 희생을 지속시키는 구조를 방치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외에도 교육, 복지, 산업 등 지역 균형을 위한 어떤 정책도 볼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는 기후를 포함한 여러 가지 변화에 대한 대응 동력만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까지 모두 잃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이제 정권은 이재명 정부로 넘어왔다. 신정부는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을 국정 중심에 재배치하려 하고 있다. 특히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단순한 부처 개편이 아니라, 에너지를 산업·환경·복지·지역 균형이 통합된 프레임으로 올리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의 단순 계승만으로는 안 된다. 이전에 주민 수용성, 지역갈등 관리, 형평성과 속도 사이의 균형 등에서 한계를 드러냈던 것을 교훈 삼아, 분산형 전원 체계, 지역 주도 신재생 확대, 전력망 공공성 강화,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등 보다 포괄적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에너지는 정권의 구호가 아니라 국민 삶의 문제다. 기후위기의 시대, 에너지는 제갈량의 바람처럼 인간의 예측과 통제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고, 국민 개개인이 이제는 기후위기의 본질을 깨달아야 한다. 정권마다 바뀌는 선언이 아닌, 국민과 함께 설계하고 지속할 수 있는 사회적 약속으로서의 기후에너지 정책이길, 이재명 정부의 '기후에너지부'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정부·대기업의 '3대 메가 프로젝트'… 세종시는 소외되나
  2.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투자 공식화…"그룹 차원 충청 140조 투자"
  3. '소통' 약속한 오석진…교육공무직 요구안 어디까지 수용할까
  4. 대전권 4년제 기회균형선발 격차… 대전대 전국 평균 웃돌아
  5. 대전경찰청 간부, 여경 모욕·스토킹 혐의로 불구속 송치 후 수사중
  1.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고에 시민사회단체 "우주·방산 재검토 해야"
  2. 12년 대전교육 마무리한 설동호 교육감… "교육 향한 마음은 계속"
  3. 대전시, 민선 9기 온통대전 위한 숨고르기
  4. '탄소중립 권위자' 배충식 교수, KAIST 새 총장 맡는다
  5. 내달부터 지하철에 리튬배터리 구동 탈 것과 대용량 리튬배터리 반입 제한

헤드라인 뉴스


민선9기 지방정부 7월 1일 출범… 충청홀대론 극복 `발등의 불`

민선9기 지방정부 7월 1일 출범… 충청홀대론 극복 '발등의 불'

충청의 미래를 이끌어갈 민선 9기 지방정부(세종시 5기)가 7월 1일 공식적으로 닻을 올린다.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지방권력이 전면 교체된 충청권 4개 시·도지사들은 이날 취임식을 갖고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에 발맞춰 여당 출신 단체장들이 충청홀대론 극복과 지역 발전 견인은 물론 위기의 재정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이날 오전 10시 대전시청에서 취임하는 허태정 대전시장은 '우리 모두의 대전, 온통 행복한 시민'을 민선 9기 슬로건으로 확정했다. '우리 모두의 대전'에는 시민이 시정의..

이 대통령 2일 충남 아산서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주재
이 대통령 2일 충남 아산서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주재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충남 아산에서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주재한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 후속 행사로, 정책 방향을 재차 설명하고 세부적인 계획도 부연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30일 "이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주재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 보고회'에 이어 오늘부터 세 차례, 주요 성장 거점을 중심으로 국민 보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이날 오후 전남광주특별시에서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에는 삼성전자와 SK 하이..

"마트 규제하면 시장 살아 난다" 옛말 …유통정책 전환 필요
"마트 규제하면 시장 살아 난다" 옛말 …유통정책 전환 필요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전통시장이 살아난다는 정책 기조가 흔들리면서 변화한 유통환경에 맞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쇼핑이 유통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지만, 정책은 여전히 이전 환경에 머물러 있어 종사자들은 생존에까지 위협받고 있는 처지에 놓여있다.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24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둘째·넷째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관련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후 유통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수상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생존수영 여름철 수상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생존수영

  •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식 준비 분주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식 준비 분주

  • ‘성범죄 징계 없이 끝난 9대 대전시의회를 규탄한다’ ‘성범죄 징계 없이 끝난 9대 대전시의회를 규탄한다’

  • ‘끝까지 찾고, 끝까지 예우한다’…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 ‘끝까지 찾고, 끝까지 예우한다’…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