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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 |
“지역대 총장 출신이라 희생양이 된 거다.”
“대전 국회의원들은 엄호했어야 했다.”
“충청 출신 장관이 1명은 있어야 하지 않나.”
이재명 정부 초대 신임 내각 후보 중 유일하게 충청 출신이던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의 낙마를 놓고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집권당 내에서 별다른 조력자조차 없이 장관 후보까지 지명돼 기대감을 모았던 이 전 후보. 인사청문회에서도 여러 논란을 정면돌파하면서 비판 여론을 일부 잠재우기도 했지만, 끝내 대통령실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인사청문회 전부터 쏟아진 의혹들 때문에 뭇매를 맞았다. 논문 표절과 자녀 조기 유학 논란이 수면 위로 오르기 전부터 모교인 충남대 일부 교수와 민주동문회를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이 시작됐다.
반면 충남대 총동창회와 대전·충청지역대학노동조합을 비롯한 여러 단체는 “전국 최초의 거점국립대 여성 총장으로, 교육의 구조적 개혁과 국가균형발전을 이끌어갈 최고의 적임자”라고 환영했다.
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라 충남대를 졸업한 충남대 총장 출신의 이 전 후보를 두고 충남대 내부에서조차 극렬히 대립했다. 지역 특유의 고질적인 ‘모래알 근성’은 충남대 출신 첫 교육부 장관 배출을 무산시켰다고 할 수 있다.
분열은 여러 의혹이 제기된 인사청문회에서 이 전 후보의 낙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이 전 후보의 고민이 가득 담긴 이재명 정부의 교육 현안은 제대로 언급되지도 못한 채 묻혀버렸다.
대전에서조차 힘을 받지 못한 이 전 후보는 집권당에서 시종일관 냉대를 받았다.
인사청문회 전후 더불어민주당 내 그 누구도 이 전 후보를 적극적으로 엄호하지 않았다. 유력 정치인의 추천이 아니다 보니 야당의 거센 공격에 맥없이 무너지는 이 후보를 사실상 지켜만 봤다.
특히 대전의 국회의원은 단 1명도 나서지 않았다. 7명 전원이 민주당 국회의원이고, 그중에서도 충남대 출신이 2명이나 있는데도 한마디 하지 않았다. 논문 표절과 관련해선, 이공계 특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해명됐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후보 지명 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은 21일 "사실은 여러 가지로 자격이 된다고 봤고, 여러 의혹도 많이 해명됐다고 봤다"며 "그런데 결국은 여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본인은 상당히 억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전을 향한 일침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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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녀 조기 유학 등 논란과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민주당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전·충청 출신의 여성 국무위원이 나오길 바랐던 지역민의 마음이 간절했기에 이 전 후보의 문제가 드러날수록 속상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인사의 지역균형은 단순한 나눠 먹기가 아니라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국정 전반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장치"라며 "충청 출신 장관 또는 후보는 1명도 남지 않았다. 국무위원의 다양성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후임 교육부 장관 인선에는 반드시 대전·충청 출신을 우선 고려해달라"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황운하 의원(비례)은 기자와 만나 “(이 전 후보가) 많이 힘들고 외로웠을 것”이라며 “충남대 내부에서조차 하나로 모이지 못했던 여론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 이 후보를 엄호하고 지지한 그룹이 없었다는 게 결정타였을 것”이라며 “그중에서도 모 의원과 가까운 충남대 출신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건 결국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임 교육부 장관 후보는 반드시 충청 출신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며 “충청권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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