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17. 유수불부(流水不腐)

  • 문화
  •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17. 유수불부(流水不腐)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12-0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언젠가 지인 기자님이 특강을 하러 왔다. 회사 건물에 모 국가기관의 교육장 겸 회의실이 있는 때문이다. "어이구 오랜만입니다."

"홍 작가님 요즘도 글 열심히 쓰시죠?" "그럼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즐거움이 있다. 나의 즐거움은 글쓰기다. 글을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글을 쓰면 시간이 잘 간다.



고답적(高踏的)은 아니지만 골치 아픈 세상사도 잊을 수 있다. 심청사달(心淸事達)의 맑은 마음으로 치환됨은 물론이다. 이처럼 글자살이(글을 읽고 쓰면서 사는 생활)를 하는 습관은 20년 전부터다.

물론 나도 사람이고 남자다. 따라서 남들처럼 낚시나 등산, 댄스와 악기까지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다. 한데 그러자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럴 여력도 없었기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훨씬 편하고 좋았다.



그렇게 투자한 세월이 어언 20년이다. 그 20년의 누적기간에서 5년 전 첫 저서를 냈다. 작년의 두 번째 출간까지 더하면 '20 빼기2'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도출되는 값은 고작 '18년 허공세월'인 셈이다.

그럼에도 자위하는 건 '고양이는 발톱을 감춘다'는 속담을 믿는 때문이다. 이는 재주 있는 사람은 그것을 깊이 감추고서 함부로 드러내지 아니한다는 말이다. 서구와 일본제국주의 앞에서 중국은 150년간의 굴욕을 경험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미국과 당당히 맞서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오랫동안의 은인자중(隱忍自重) 덕분이다. 그렇게 비약적 성공과 발전을 이룬 중국과 달리 대한민국은 생존이 걸린 남북문제조차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지구상 가장 호화롭다는 미군기지를 제공하고 지상최대의 무기 쇼라는 한미군사훈련을 연례행사로 치렀음에도 트럼프에게선 여전히 무시를 당하고 있다. 설상가상 한국이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는 청구서까지 내밀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한다고 해서 반미를 주창하는 건 아님을 거듭 밝힌다. 다만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고민해보자는 취지이다.

뿐만 아니라, 2017년 기준 한국의 국방비는 392억 달러였다. 반면 북한은 18억 달러였음에도 우린 지금 북한에 속절없이 끌려 다니는 모양새다. 국민은 지쳐있고, 기업은 진퇴양난이며 정부는 힘이 딸린다.

교육문제로 돋보기를 옮기면 더욱 우울하다. 매달 애들 학원비만 100만 원 이상을지출하는 데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내기 어렵다.

[지식패권 1 - 보이지 않는 족쇄와 달콤한 복종](민음사 발간)의 저자 김성해 교수는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현실들을 자신의 저서에서 일갈한다. 맞는 말이다 싶어 이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라가 어려울수록 지도자(리더)의 가치가 돋보인다. 리더란 무엇인가? 자신을 따르는 사람보다 비전이 있고, 의지가 굳으며, 용기가 있고, 더 지혜로우며, 책임감과 동정심까지 있는 사람을 뜻한다.

리더십(leadership)의 첫 번째 순위에 유수불부(流水不腐)가 우뚝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이는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뜻으로, 항상 움직이는 것은 썩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지도자가 위민보국(爲民輔國)을 위해 유수불부로 초지일관해야함은 당연지사다. 이는 글을 쓰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다.

작가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손에 가시가 돋는다. 고된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면 마치 아이스크림이 뜨거운 온도에 녹아내리듯 피곤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글 쓰는 과정은 중단하지 않는다.

이 또한 '유수불부'인 때문이다. 글쓰기에 있어서 기승전결과 고빗사위(매우 중요한 단계나 대목 가운데서도 가장 아슬아슬한 순간)를 잇따라 만나는 것도 습작(習作)만이 지닌 희열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홍경석-작가-최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남동구 장승백이 전통시장 새단장 본격화
  2. 베일 벗은 대전역세권 개발계획…내년 2월 첫삽 확정
  3. 대전 횡단보도 건너던 50대 승합차 치여 숨져
  4.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 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놓고 '설왕설래'
  5. 고등학생 70% "고교학점제 선택에 학원·컨설팅 필요"… 미이수학생 낙인 인식도
  1. 전국 학교 릴레이 파업… 20일 세종·충북, 12월 4일 대전·충남
  2. 대전·충남 우수 법관 13명 공통점은? '경청·존중·공정' 키워드 3개
  3. [홍석환의 3분 경영] 가을 비
  4. 충남도의회, 인재개발원·충남도립대 행정사무감사 "시대 변화 따른 공무원 교육·대학 운영 정상화" 촉구
  5. [기고] 디지털포용법과 사회통합

헤드라인 뉴스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논란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논란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전국 거점국립대 9곳 모두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을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예상과 달리 평가에 따라 일부 대학에 예산을 몰아주거나 차등 지원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여기에 일반 국립대와 사립대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건의까지 속출하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9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전날인 18일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한 국회 예결위 예산소위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위한 '국립대학 육성' 사업비 심사를 보류한 것으로..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개막이 5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예술감독과 사무총장, 민간조직위원장 등을 잇따라 선임하며 추진 체계를 재정비하고, 전시 기본계획을 마련하며 성공 개최를 위한 시동을 켰다. 19일 조직위에 따르면, 도와 보령시가 주최하는 제1회 섬비엔날레가 2027년 4월 3일부터 5월 30일까지 2개월 간 열린다. '움직이는 섬 :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를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원산도와 고대도 일원에서 펼쳐진다. 2027년 두 개 섬에서의 행사 이후에는 2029년 3개 섬에서, 2031년에..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가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발주하는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을 확대하는 등 지역 건설업체 살리기에 나선다. 정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지방공사 지역 업체 참여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지역 건설사의 경영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지방공사는 지역 업체가 최대한 수주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우선 정부는 공공기관(88억 원 미만)과 지자체(100억 원 미만)의 지역제한경쟁입찰 기준을 150억 원 미만까지 확..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