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준법운행도 위법이다

[공감 톡] 준법운행도 위법이다

  • 승인 2016-08-19 01:00
  • 김소영(태민)김소영(태민)
▲ 1차선을 비워두고 운행하는 독일의 고속도로 모습.
▲ 1차선을 비워두고 운행하는 독일의 고속도로 모습.


고속도로 추월선에선 준법운행을 계속해도 위법이다. 왜 그럴까?

폭염특보까지 발효된 올해 여름. 에어컨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무더위를 피해 우리 가족은 피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대 이동이 예상되는 휴가철이라 교통 체증으로 인한 불편은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여행은 즐거운 것. 일단 떠나고 보자. 즐거운 마음으로 떠났다. 그러나 고속도로는 진입로부터 예상과 들어맞았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떠나는 사람들로 고속도로는 제법 많은 차량들이 밀리고 있었다. 거기에 복사열까지 더해 이글거리는 열기로 아스팔트를 녹일 기세였다. 얼른 벗어나고픈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정체되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속도를 내어 달릴 수도 없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차량 행렬.

그런데 아까부터 전광판에는 ‘1차선 정속주행 집중 단속’이라는 문구가 나오고 있었다.

“1차선 정속주행 단속이라니? 이게 무슨 말이야?” 궁금했던 난 운전하고 있는 남편에게 그 뜻을 묻게 되었고 인터넷의 도움으로 자세한 답을 알게 되었다.

고속도로 교통법규에는 1차선은 추월차선, 2차선은 주행차선이라고 정해진 ‘고속도로 지정 차로제’가 있다. 즉, 1차선은 추월을 할 차들을 위해 비워 두고 운행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난 왜 잘 모르고 있었을까? 고속도로에는 ‘지정차로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1차로로 계속 운행하면 단속에 걸린다는 건 좀 생소했다. ‘지정차로제’라고 하면 버스전용차선이 적용될 때는 버스와 11인승 차만 빼고는 다른 일반 차는 버스전용차선으로 다닐 수 없고, 일반 차량이 아닌 트럭과 같은 차들은 1차선으로 갈 수 없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 고속도로가 정체될 때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응급차량을 위해 양쪽으로 붙어 가운데를 비워두고 운행하고 있는 독일 고속도로의 모습.
▲ 고속도로가 정체될 때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응급차량을 위해 양쪽으로 붙어 가운데를 비워두고 운행하고 있는 독일 고속도로의 모습.

운전면허시험을 준비할 때 분명 공부했을 텐데 평상시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던 부분이다.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법령이다. 또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것은 버스전용차선이 시행되고 있을 때는 버스전용차선 바로 다음 차선이 1차선 즉, 추월 차선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뿐만 아니라 이러한 법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운전자가 의외로 많았다. 평소 조금 빨리 달리는 운전 습관을 가지고 있는 운전자들은 1차로로 달리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고 그저 규정 속도로만 잘 운행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정규속도로 잘 가고 있는데 꼭 뒤에서 빵빵거리고 추월을 해나가는 차들이 야단을 떨었다. 그럴 때마다 ‘왜 저래? 난 정규속도 잘 지키며 가고 있는데 아줌마라고 무시하는 거야?’라며 투덜거렸다. 뜻하지 않게 그동안 난 소위 ‘김여사 운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로 위 운전은 실전이다. 특히 고속도로에서의 운전은 매우 위험하므로 이러한 기본규칙 조차 모르고 나오는 운전자가 있다면 사고로 이어질 경우가 많을 것이다.

고속도로의 추월차선에서 시속 100km로 고집하며 운전을 하고 있다면, 결국 다른 차들은 2, 3차선인 하위차선으로 무리하게 추월을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 그런 일들은 피서를 가고 있는 우리 눈앞에서도 행해지고 있었다. 아마 저렇게 1차선으로 가던 차들이 카메라에 찍혀 범칙금 고지서가 날아온다면 의아해 할 것이다. ‘왜?’ 라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누구나 운전을 하다 보면 간혹 급한 일로 규정된 속도제한보다 빨리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응급차량. 그럴 땐 거의 모든 차량들이 응급차량을 위해 길을 내어주지만 추월차선이 평소 때 잘 지켜지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를 들어보자면, 독일 고속도로는 속도 무제한인 ‘아우토반’이 시행되고 있다. 아우토반은 독일의 자동차 고속화도로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다. 모든 곳에서 그렇지는 않지만 아우토반은 제한속도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권장 속도는 130km/h이지만 법적으로 최대 속도 제한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우토반의 평상시 평균 주행속도는 시속 80km 이상이라고 하며, 교통사고율도 매우 낮다고 한다. 이유는 철저한 지정차로 준수 때문이라고 한다. 자기의 운행 속도에 준하여 매우 철저하게 자기 차선을 지키며 운행한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항상 추월 차선인 1차선은 틀림없이 비워둔다는 것이다.

▲ 김소영 시인
▲ 김소영 시인

하위차로로 달리다가 추월이 필요하면 1차선으로 추월을 하고, 추월이 끝나자마자 하위차로로 바로 복귀하는 차량들. 1차로에 절대 진입해서는 안 되는 대형 트럭의 모습이 지정차로를 지키지 않고 추월차로와 상위차로를 가리지 않고 운행하는 한국의 고속도로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독일의 운전자들과 한국의 운전자들의 의식구조 차이를 보여준다. 이것은 교육, 홍보 등의 훈련 차이인 듯하다. 아직도 한국은 1차로의 의미, 지정차로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운전자가 너무 많아 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도 철저한 기본 교육과 훈련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사회생활을 잘 한다는 것은 사회라는 집단에서 정해진 법에 따라 서로에게 피해 없이 더불어 잘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것은 어릴 때부터 철저한 기본 교육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사회는 혼자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에 기본으로 지켜야 할 것들을 철저하게 배우고 익혀 지켜야 한다.

이번에도 참 느끼는 것이 많았다. 나부터도 생명에 직접 연결 되어있는 운전을 하면서 이렇게 기본상식 없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니 한심하기까지 했다. 운전면허 하나만을 보더라도 운전을 하기위해서 겉핥기식 교육의 면허 따기가 아닌 철저한 기본교육이 동반되어야 차량을 운행하는데 문제점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준법운행은 나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며, 동시에 다른 이들의 생명까지도 지키는 일이다.

나의 무지함으로 다른 생명까지 위협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돌아오는 길. 역시 정체현상으로 인해 여름휴가는 짜증스러웠지만 운전자로서의 자세가 업그레이드되어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 추월 차선인 1차선으로 계속 운행해선 안 되지. 그리고 추월 한 다음엔 얼른 주행 차선으로 돌아와야지' 다시금 되새겨 본다.

/김소영(태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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