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국민(國民)에서 시민(市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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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국민(國民)에서 시민(市民)으로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9-11-24 07:54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선말까지만 해도 이 땅의 주인공들은 백성(百姓)으로 불렸다. 백성의 유래를 살펴보면, 왕이 성(姓)을 하사해서 백성이라 불렀던 것으로 주로 벼슬아치를 뜻하다가 조선시대에 이르러 관직이 없는 보통 사람을 일컫는 말로 변형돼 사용되었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백성은 촌장 등을 가리키는 말이어서 국민이나 농민 일반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생성 유래를 떠나 백성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보다는 힘없는 통치대상일 뿐임을 숨길 수가 없다.

그러다가 일본 제국주의 통치가 시작되면서 백성은 천황의 신하라는 의미의 신민(臣民)이라는 치욕적인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 후 국민(國民)으로 바뀌어 널리 불리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백성이라는 말 자체가 시대착오적 왕조시대의 유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별다른 거리낌 없이 사용되는 이 국민이라는 말도 종전의 백성이라는 말 못지않게 이제는 시대를 벗어난 용어가 아닐까?

법적으로 국민은 국가의 구성원이 되는 법적 자격을 가진 모든 사람을 말한다. 이 용어가 갖는 가장 큰 긍정적 의미는 글자 그대로 나라(國)의 주인이라는 뜻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 제1조 제2항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분명하게 선언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정신이 갖는 헌법적 의미는 결코 과소평가 될 수 없다. 사실 우리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진리를 확립할 때까지 긴 세월 동안 그 얼마나 험난한 투쟁을 겪어왔던가?

그러나 다시 한 꺼풀 속으로 더 들어가 보자. 한자어인 국민의 우리말 표현은 결국 '나라 백성'이라는 뜻이 아닌가? ‘나라 국, 백성 민’이기에 말이다. 결코 봉건왕조시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국민이라는 말 속에는 전체주의의 그림자가 얼씬거리고 있다는 생각은 비단 필자만의 과민일까? 각자의 주체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라는 틀 안에 구성원을 가둔다는, 전체를 위해 개인이 존재한다는, 전체에 종속돼 통치권에 복종하는 개인이라는 느낌이 언제부턴가 필자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개성과 자유가 존중되는 현대에서는 더 이상 국민이라는 말로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을 통칭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제안해본다. 일상생활에서만큼은 시민(市民)으로 쓰자고. 이 말 속에는 다양성과 주체성을 강조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게다가 주민자치의 활성화가 우리가 지향할 열린 사회의 방향이라고 한다면, 시민이라는 말 이외에 더 적합한 용어를 붙이기가 어렵다. 이미 서구 선진국에서는 국적이라는 용어 대신에 시민권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일본은 비록 헌법에서는 국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노동기본법 등에서는 공민(公民) 혹은 시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며칠 전 있었던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가 '시민과의 대화'로 명명되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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