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살이-김재석 작가] ep3. 들꽃에게 지혜를

  • 정치/행정
  • 충남/내포

[詩골살이-김재석 작가] ep3. 들꽃에게 지혜를

시골사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며 시

  • 승인 2019-12-08 22:52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Oct 23. 2019

김재석 작가
제3화 들꽃에게서 지혜를 빌리다



'시는 메타포(은유)다.' 라고 한다. 나의 마음 상태나 가치, 지혜를 어떤 대상에 빗대어 쉽게 표현하거나 낯설게 할 수도 있다.

가령 나의 시골살이를 민들레에 비유했다고 하자. 민들레는 토종민들레도 있고 물 건너 온 서양민들레도 있다. 토종은 자가수분을 하지 않지만, 서양민들레는 자가수분도 할 줄 알고, 토종 암술에 붙어 교잡을 시도하기도 한다. 토종과 서양민들레가 처음 교잡을 하면 유전자를 반반씩 갖는다. 다음 세대인 그 잡종에 또 서양민들레 꽃가루가 붙으면 이번엔 4분의 3이 서양민들레의 유전자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낸다고 미워하는 감정을 가진 시골분이 많다. 그분들은 토종민들레와 같다. 나이만 들어가고 더 이상 번식할 힘이 없다. 내 입장에서 보면 그분들과 섞이면서 자연스레 동화되어 가는 편이지만 나와 같은 서양민들레가 하나씩 늘어나면서 자리를 뺏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골 빈집이 있어도 그냥 두면 두었지 잘 내놓지 않는 이유에는 그분들의 불편한 감정이 섞여있다.

서양민들레는 토종과 자리다툼을 하기 보다는 자가수분이라는 독립성과 교잡이라는 어울림으로 점점 자기색채를 드러내면서 정착했다고 봐야한다.

도시민이 시골에 와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이 텃세라고 한다. 경제적으로도 새롭게 기반을 닦아야 하는 힘든 나날들이 이어지는데, 여기에 지역민과 사소한 갈등으로 감정이 폭발한다면….

temp_1575804989709.1110493214
2018년도에 발생한 봉화군 엽총 사건은 도시민 유치 위주의 귀농귀촌정책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었다. 정착과정에서 갈등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시책이 쏟아져 나왔다. 한마디로 갈등관리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나도 순창에서 귀농귀촌 관련 일로 밥벌이를 하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쨍그랑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물론 갈등이라는 것이 어디 시골 살이 뿐이겠는가.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으로 진보와 보수가 서로 총만 안 들었지 싸울 기세가 등등하다. '보이콧 일본!'을 외치며 국가 간에도 갈등의 골이 깊어져만 간다.

어떤 이는 우리 사회를 갈등공화국이라고 빗댄다. 한 대기업 연구소 보고서를 보니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27%를 사회적 갈등관리 비용으로 쓴다"고 한다. 그 비용은 연간 최대 246조원으로 모든 국민이 매년 900만원씩을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데 쓰고 있다는 것이다.

갈등을 일으켜 전개를 증폭시키는 것은 드라마의 기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처럼 갈등을 일으켜서는 결말을 장담하지 못한다. 갈등은 사전 예방하는 것이 훨씬 비용 면이나 결과 면에서 좋을 수 있다.

서양민들레는 자리다툼으로 갈등을 조장하지 않는다. 자가수분이라는 독립성도 있거니와 몇 세대를 두고 자기색깔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시골살이는 다투는 삶이 아니라 천천히 가는 삶이다. 다만 뒤로 가지는 않겠다는 마음가짐의 삶이기도 하다.

temp_1575804989714.1110493214
들꽃에게서 지혜를



by 김재석



비주얼한 꽃을 들녘에서 찾으신다구요. 꽃집 간판을 찾는 게 빨라요. 선택받는 꽃들은 언제나 꽃집 온실에서 자라고 있죠. 내 이름은 들꽃입니다. 한 때는 물 건너와 꽃집의 새색시 같았죠. 뭐, 사랑이 한결같기를 바란 건 아니지만 어쩌다 들꽃이 되었네요. 잊혀진 이름이 되었네요. 낯선 이곳에 내가 설 땅이 어디 있겠어요. 시멘트 바닥 한 톨 땅 빈자리라도 나길 바랐고, 돌담 모퉁이 양지 바른 곳에서 한 줌 온기를 느낄 때면 나는 꽃잎을 펴 내가…, 내가…, 나를 사랑하게 해 달라고 햇님에게 빌었죠. 저요 사랑에 목말라하는 헤픈, 헤픈 꽃 아니랍니다. 나는 누구와도 다툴 수 없었기에 빈(貧)자의 자리를 찾아갔죠. 그래도 나의 꽃씨들은 나를 닮지 않았나 봐요. 훨훨 날아가 더 넓은 들녘에서 누군가를 사귀고 사랑하고 자기를 반쯤 닮은 꽃을 낳고, 또 낳고 이렇게 들녘을 채운 들꽃이 되었답니다. 아직 비주얼을 찾으세요? 그럼 들녘으로 오세요.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들꽃을 쓰다듬으며 걸어보세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 역 건설 사업 잠정 중단
  2. 당진시, 청주국제공항 직통 고속버스 신규 운행… 대중교통 이용 편의 대폭 향상
  3. 대전 중수청, 세종 임시 개청 후 옛 대전세무서 부지로 이전 추진
  4. “예술가의집 시민 환원” 못 박은 허태정…문화재단·예총 새 거처는?
  5. 순천향대 의대 11명 초과선발 파장… 2028학년도 모집인원 감축
  1. 한밭대 차기 총장선거 한달 앞으로…후보군 윤곽 속 선거전 본격화
  2. 충남도, 천안·아산·보령 등 하천 개선에 1477억 원 투입
  3. "대덕특구 공동관리아파트 부지, 국가차원 전략 수립을" 국회 토론회서 제기
  4. 대전 여야, 새 시당위원장 선출 등 조직개편 착착
  5. [중도초대석] 조성칠 대전시의회 의장 "시민에게는 더 낮게, 집행부에는 더 날카롭게"

헤드라인 뉴스


[르포] 선풍기도 없는 40.2도 정산부스… 폭염 속 공영주차장 근로자

[르포] 선풍기도 없는 40.2도 정산부스… 폭염 속 공영주차장 근로자

4일 오전 10시 50분 대전 중구의 한 노상공영주차장. 대전에 폭염경보가 발효되고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른 이날 주차정산원 이 씨는 뙤약볕 아래 놓인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금 정산 공간으로 사용하는 컨테이너형 부스에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한 대도 없었다. 기자가 디지털 온·습도계로 측정한 내부 기온은 40.2도였다. 이 씨는 차량이 들어오거나 나갈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안내하고 요금을 받은 뒤 다시 야외 의자로 돌아왔다. 그는 "부스 안은 너무 뜨거워 숨을 쉬기조차 힘들어 밖에 의자를 놓고 차량을..

돌아오는 온통대전…자치구 지역화폐와 연계·통합 가능할까
돌아오는 온통대전…자치구 지역화폐와 연계·통합 가능할까

민선 9기 대전시가 제1호 공약으로 '온통대전 2.0' 추진을 내세운 가운데 자치구와의 연계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지역화폐 사업을 운영 중인 중구에 이어 민선 9기 들어 동구와 서구, 대덕구가 도입 및 재발행을 추진하면서 중층 구조의 통합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4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대전시는 내달부터 온통대전 2.0 운영을 위한 추진 계획을 수립 중이다. 허태정 시장의 민선 7기 대표 브랜드였던 '온통대전' 이점을 살린 '온통대전 2.0'을 도입해 기존 캐시백 중심의 지역화폐 기능과 함께 정책 수당·교통·문화·복지..

李 "돈 없으면 취재도 못하나"… 해외동행 언론 부담 개선 지시
李 "돈 없으면 취재도 못하나"… 해외동행 언론 부담 개선 지시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돈 없으면 취재도 못 하나"라며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해외 동행 취재 언론인들의 출장비 경감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선관위 특검법안을 비롯해 공중화장실 불법 촬영 탐지시스템 의무화와 장애인 대상 성범죄 처벌 강화, 위기 사업자 세무조사 연기, 대전 중대범죄수사청 개청 예산 등도 의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4회 국무회의에서 최근 미국과 아메리카 3개국 순방과 관련해 "이번에 요구 출장비 수준이 2000만원을 넘었지 않았을까 싶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염에 도로 위 피어오른 ‘아지랑이’ 폭염에 도로 위 피어오른 ‘아지랑이’

  •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요’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요’

  •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