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사회적 거리 두기 유감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사회적 거리 두기 유감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0-04-27 11:23
  • 신문게재 2020-04-28 18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종학 교수
어찌 보면 미증유의 일이라 할 수 있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변화를 맞고 있다. 그 변화의 가장 큰 모습은 '비접촉 시대'의 도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과 고객이, 학생과 교사가 만나지 못하고, 스포츠나 예술 행사가 열리지 못하는가 하면, 교인이 교회에 가지 못하고 각종 집회 등이 봉쇄되고 있으며, 가족 행사조차 자제되고 있다. 이는 적절한 방역을 위하여 소위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의 장려에 따른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권에서 'social distancing'으로 명명되기 시작한 이 사회적 거리 두기는 우리의 생존과 안전을 위하여 불가피한 조치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표현을 접하는 필자의 마음은 그리 편하지가 않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인데 사회적으로 거리를 둔다는 건 인간의 본질에 반하는 모습이 아닐까? 방역을 위해 대면 접촉을 자제하는 것이야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이것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더 나아가는 건 결국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를 부인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위기일수록 우리는 더욱 연결되고 가까워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지만, 더 큰 고통의 귀속자들은 요양원의 어르신들이나 영세자영업자들과 같이, 흔히 말하는 사회, 경제적 약자들이 아니던가. 이들이 겪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우리 사회 전체가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감경하기 위해서라면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더욱 가깝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멀어질수록, 거리를 두면 둘수록 이들이 설 자리는 없기에 그렇다.



무슨 말이냐? 공동체가 코로나 전염병 사태와 같은 대규모 재난을 겪으면 겪을수록 오히려 사회적으로 더욱 긴밀히 연대하고 협력해가야만 하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자는 것은 그 표현과 방법이 잘못됐다는 말이다. 오히려 사회적 거리를 좁혀야 위기 극복이 가능한 것이기에 그렇다.

왜냐하면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어감 속에는 심리적으로, 관계적으로 더욱 '멀어지기'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피할 것은 직접적인 대면 접촉으로, 신체적이나 물리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것이지, 사회적, 관계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물리적 접촉이 어려울수록 관계적으로는 더욱 가까워지도록 모두가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용어 속에 우리도 모르게 마음마저, 관계마저 멀어져가도록 방치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제 적어도 국내적으로는 코로나 사태는 소강 국면에 들어섰고, 세계적으로도 어느 시점에 가면 진정될 것이다. 그에 따라 잔뜩 움츠러들었던 우리 사회도 다시 기지개를 켜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심리적 거리 두기는 좀체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한번 멀어진 사이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리적, 신체적 접촉 자제는 계속 유지해야겠지만 심리적, 관계적 거리는 좁혀져야 한다. 교사는 학생에게, 기업은 고객에게, 정부는 국민에게, 이웃은 이웃에게 더욱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사그라진 공동체적 역동성이 살아날 것이요, 그곳에서 꺼진 경제도 살아날 것이다. 아니, 사회적 존재라는 인간 본질이 회복될 것이다. 이제는 'social distancing'이 아닌 'social nearing' 운동을 깊이 생각할 때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논산 연무휴먼시아 아파트 입주민 ‘뿔났다’
  2. 대전시, 일류경제 실현 "집토끼 잡아라'"
  3. 충남공무원 3자녀 두면 우선승진한다… 15개 시·군 적용 될까?
  4. [대전다문화] 세계인의 날
  5. [대전다문화] ON 세상 TV
  1. 호국영령 기리며 태극기 꽂기 봉사
  2. [대전다문화] 대전광역시가족센터 신규 명예기자를 소개합니다
  3.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관불의식 하는 신도들
  4. 대덕특구 미래 담을 고밀도 개발 탄력 받는다
  5. 항소심 재판부, JMS 정명석 목사 고소인 제출 녹음파일 복사 허용

헤드라인 뉴스


[WHY이슈현장] `충청의 5.18`, 민주화 향한 땀방울 진상규명은 진행형

[WHY이슈현장] '충청의 5.18', 민주화 향한 땀방울 진상규명은 진행형

5·18민주화운동을 맞는 마흔 네 번째 봄이 돌아왔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온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5·18민주화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1980년 5월 민주화 요구는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뜨거운 열기로 분출되었는데, 대전에서는 그동안 교내에서 머물던 '계엄령 해제'와 '민주주의 수호' 시위가 학교 밖으로 물결쳐 대전역까지 진출하는 역사를 만들었다. 광주 밖 5·18, 그중에서 대전과 충남 학생들을 주축으로 이뤄진 민주화 물결을 다시 소환한다. <편집자 주> 1980년 군사독재에 반대하며 전개된 5·18민주화..

성심당 대전역점 입찰 서류 제출... 재계약 이뤄낼 수 있을까
성심당 대전역점 입찰 서류 제출... 재계약 이뤄낼 수 있을까

성심당이 대전역점 재계약을 위한 입찰 서류를 코레일유통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심당이 입찰에 적어낸 월 수수료는 기존과 같은 1억 원으로, 코레일유통이 공고문에 게시한 3억 5300만 원엔 턱없이 낮아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 유찰이 지속 되면 월 수수료가 내려가는 구조여서 여타 업체가 선정되지 않는 이상 재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성심당에 따르면 코레일유통이 낸 대전역사 내 2층 맞이방 300㎡ 임대 사업자 경쟁입찰에 서류를 제출했다. 성심당 관계자는 "입찰 서류를 제출하고 왔다"며 "금액은 기존과 동일..

대전 갑천 수변공간 물놀이장 조성 반대 목소리 나와
대전 갑천 수변공간 물놀이장 조성 반대 목소리 나와

대전시가 시민 여가 증진을 위해 갑천 수변공간에 물놀이장을 조성할 계획인 가운데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대전시와 대전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시는 내년 6월부터 유성구 도룡동 DCC 앞 갑천 둔치 일원에 시비 158억8000만 원을 투입해 물놀이장 및 편의시설을 조성한다. 시는 갑천 수변공간을 활용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물놀이장 설치 및 친수시설 등과 연계를 통해 일대를 관광명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갑천 물놀이장 조성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16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의정활동 체험하는 청소년 의원들 의정활동 체험하는 청소년 의원들

  • 대전 발전 위해 손 잡은 이장우 시장과 국회의원 당선인들 대전 발전 위해 손 잡은 이장우 시장과 국회의원 당선인들

  •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관불의식 하는 신도들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관불의식 하는 신도들

  • 호국영령 기리며 태극기 꽂기 봉사 호국영령 기리며 태극기 꽂기 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