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라이프]맹물의 미학(美學)

  • 사람들
  • 뉴스

[실버라이프]맹물의 미학(美學)

  • 승인 2020-07-08 16:01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noname01
바람도 새들도 나무숲도 깊이 잠들어 있는 시간입니다.

사방의 안팎은 어둡고 고요한 정적만 감돌고 나의 숨소리까지 감지되는 내 침실의 순수한 고요는 5경(04시)이 절정입니다.



이 시간엔 부지런했던 어제의 풀잎도, 꽃잎까지도 아침이슬 채비도 하지 않고 고단한 잠을 자고 있으니 삼라만사가 이보다 더한 정적과 고요함이 있으랴.

나는 이 고요와 정적을 깨뜨릴까봐 숨소리까지 낮추고 일어나 한잔의 맹물을 마십니다.



그 한잔의 맹물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구석구석 실핏줄까지 골고루 퍼져 온몸으로 순환하여 내 부자유한 심신을 회복시키는 듯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내가 나의 몸을 스스로 일으켜 세우고 한잔의 소소한 맹물을 들어올려 이렇게 마신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팔다리를 거동 못했을 때를 되돌아 보면 기적이나 다름없지요. 이렇게 고요와 정적의 절정의 시각에 나의 일상이 시작되곤 한답니다.

얼마전에 같은 시내에 거주하시는 신용협 교수(필명 신협.시인)님과 만나 유성온천 노천탕에 발을 담그고 이야기 나누다가 때가 되어 해장국 한그릇씩 비우고 나무그늘 벤치에 앉아 좌담하면서 반나절을 보냈답니다.

'물은 달지 않아서 좋다/ 물은 맵거나 시지 않아서 좋다/ 물가에 한 백 년 살면/ 나는 맹물이 될 수 있을까//'

원로시인 신용협 교수의 '맹물'이라는 시(詩)인데 4행의 짧은 톤으로 물맛의 경험을 통해 물의 성(性)을 중도(中道)로 이끌어 내어 시인의 중도주의를 단숨에 치고 올라서니 가히 노자의 도(道)를 넘나들어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교에서는 무상(無常)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일체만물이 끝없이 변하고 한순간도 정지하지 않고 변한다는 불교의 교리로 모든 현상은 인연으로 모이고 흩어지기 마련인데 인연에 집착하지 않고 있음과 없음, 높고 낮음과 크고 작은 것과,많고 적은것, 모두를 초월하여 무상의 의미로 수용하고 있음에 불교는 유신론(有神論)도 아니고 무신론(無神論)도 아닌 중도론(中道論)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도란 거문고 줄을 조정하는 것과 같아서 줄을 너무 팽팽하게 줄여도 소리가 나지 않고 너무 느슨하게 풀어도 소리가 나지않기 때문에 적당히 조정한 상태라야 제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이 상태를 '중도'라고 하는데 이러한 성질을 갖춰진 최상의 것이 '물'이라고 합니다.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에서 물과 같이 중도를 깨닫고 살아야 한다면서 물은 온갖 것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고 가장 낮은 곳에서 머물면서 다투지 않아 허물이 없으니 최고의 중도라고 했지요

'우물이 깊을수록/두레박의 끈은 길다/' 이하 생략

'서둘러 두레박을 내리지만/ 끈이 긴 두레박의 물은/ 쉽게 내 입술에 닿지 않는다/'

구재기 시인의 '목마르다'의 시의 일부입니다.

친한 친구이면서 동료시인인 구재기 시인의 대표적인 구도주의적(救道主義的) 시 한편을 읽으면서 맹물에 대한 가치와 소중함과 도(道)를 음미하면서 천천히 한잔의 물을 마십니다.

노수빈 명예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시민 김지민 씨 저소득층에 성금 100만 원 전달
  2.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3. 인천 미추홀구, ‘시 특색 가로수길 평가’ 최우수기관 선정
  4.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5. 대전상의, 청양지회-홍성세무서장 소통 간담회 진행
  1.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2. 공공사업 낙찰 규모 계룡건설산업 연말에 1위 탈환할까
  3. 이장우 시장 맞은 충남대병원, "암환자 지역완결형 현대화병원 필요" 건의
  4. 노사발전재단 충청중장년내일센터, '대전 기업 밋업데이' 개최
  5. 대청호 가을녹조도 하향추세…조류경보 '관심'으로

헤드라인 뉴스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침체를 겪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이른바, ‘K-스틸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가 경제의 탄탄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충청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여러 민생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었으며, 여야 갈등의 정점인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도 국회 가결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서 여야 합의로 상정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 의원 255명 중 찬성 245명, 반대 5명, 기권 5명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K-스틸..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