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여성 집단희생 조치원 은고개 발굴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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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여성 집단희생 조치원 은고개 발굴 '하세월'

여성 보도연맹원 학살 암매장 추정
행복도시 개발로 능선과 골 사라져

  • 승인 2020-07-12 08:47
  • 수정 2021-05-10 06:02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보도연맹2
11일 오가낭뜰 근린공원에서 개최된 세종 보도연맹 희생자 위령제에서 서민정 소프라노의 추모노래에 맞춰 권덕순 작가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행복도시 조성으로 옛 지형이 사라지는 세종시에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집단희생지에 대한 조사·발굴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1950년 당시 조치원에 거주하던 여성들이 끌려가 군과 경찰에 희생돼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연기면 산울리 은고개 발굴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세종시 도담동 오가낭뜰 근린공원에서 조치원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회가 참여한 가운데 희생자 의령제가 개최됐다.

1950년 7월 8일께 연기군 남면 수멍재(비성골과 은고개)에서 경찰과 군인에 의해 조치원 주민들이 집단 학살된 사건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자리였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9년 발간한 진실규명결정서에 따르면 6·25전쟁이 발발한 직후 연기지역 보도연맹원들은 1950년 6월 26일부터 지서별로 소집·체포돼 구금됐다.

구금되어 있던 보도연맹원 200~300명은 연기에서 공주로 가는 1번 국도 옆 야산으로 끌려가 우리 군과 경찰에 학살을 당하고, 600m 간격으로 떨어진 비성골과 은고개라고 불리는 두 곳에 암매장됐다.

2018년 6월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가 LH세종특별본부에 의뢰를 받아 행정중심복합도시 6-3 생활권 도시개발 예정지에 있는 비성골에서 유해발굴을 진행해 보도연맹원 7명의 유해(미상)와 고무신과 안경, 단추 등 유품 168점을 찾았다.

보도연맹3
세종 국제고 인권동아리(HRW) 학생들이 세종 보도연맹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글을 낭독하고 있다.
또 총기류인 카빈·M1의 탄피가 각각 흙 속에서 발견돼 산등성 부근에 호를 60~70m 이상 길게 판 후 사람들을 꿇어 앉힌 채 총으로 사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유족들은 미발굴 상태에서 도시개발을 앞둔 비성골에 대한 조사와 명예회복을 위한 추모공원 조성을 요구했다.

2018년 발굴을 완료한 비성골에서 가까운 곳에 당시 보도연맹원이었던 조치원 여성들의 집단 학살지가 있으나 이곳에 대한 조사와 발굴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한 유족은 "어머니가 보도연맹원으로 몰려 은고개에서 희생되셨고 당시에 남은 가족이 남의 눈을 피해 어머니 유해를 수습해왔다"라며 "많은 유해가 산울리 일대에 그대로 남아 있을 텐데 도시개발로 능선과 골이 사라지고 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이춘희 시장은 "올해 과거사정리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국가 차원의 진실규명 활동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임병안 기자 victorylba@

보도연맹1
한문수 세종시 보도연맹희생자 유족회장이 제례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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