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CC 50년, 6]박정희의 제안을 '강민구가 완성'

  • 정치/행정
  • 세종

[유성 CC 50년, 6]박정희의 제안을 '강민구가 완성'

충청도 1호 골프장..박정희,김윤환, 서정화 등과 인연
1975년 7월21일 인수, 1976년 18홀 정규홀 개장
임업시험장 양질 소나무가 환경친화적 골프장 기반

  • 승인 2020-09-28 20:05
  • 수정 2021-05-06 09:58
  • 오주영 기자오주영 기자
박정희 강민구
유성CC 조성 제안자(박정희 전 대통령)와 이를 완성한 강민구 유성CC 명예회장이 1979년 쯤(추정) 어느 행사장에서 만났다.아이러니하게도 박 전 대통령은 유성골프장에서 라운딩은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강민구 명예회장의 유성CC 인수는 우연이었지만, 한국 여성 골프사의 한 획을 그은 일대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출발은 1968년 휴양차 유성온천을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뜬금포' 제안에서 비롯됐다.



유성온천과 계룡산국립공원이 있는 유성을 국제적 휴양지로 만들려면 번듯한 골프장이 있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만찬 자리에서 나온 것이다. 유성CC를 '복합 레저타운'으로 만들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골프장 내 옥녀봉 자락에 대전 최초의 야외 수영장인 '유성컨트리클럽 수영장'도 같이 만들어진다.

만찬에는 김윤환 충남지사(제13대,1967.10.1~1971.6.12)와 충남 최대 기업가(군납업체)인 유봉선 한국특수금속 사장 등 지역 유지들이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권유를 수용한 유 사장은 이듬해인 1969년 충남도 임업시험장(약 116만㎡)을 매입하며 '충청도 1호 골프장' 조성 공사에 나선다.

코스 내에 울창한 소나무가 즐비한 것도 이 자리가 임업시험장이었기 때문이다.

여름엔 덥지 않게 겨울에는 추위를 덜 느끼고 골프를 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소나무 덕이라는 게 차만석 대전골프협회장의 설명이다.

유 사장은 '유성흥업공사'를 세워 그해 12월 31일 유성골프장 및 호텔을 계룡산 국립공원 계획에 반영시켰다.

1970년 9월 14일 건설교통부가 아웃코스 9개 홀의 사업 승인을 내 준 것이 '유성컨트리클럽'의 출발점이다.

개장 초기에는 1일 내장객이 20~30명에 그쳐 상당한 경영 애로를 겪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특수금속 내 송사 문제가 겹쳐 유 사장은 심한 자금 압박을 받았다. 결국 모기업인 특수금속과 함께 유성CC는 부도가 났다.

인수자가 없어 충남도의 고민이 크던 차에 강 명예회장이 1974년 부임한 서정화 충남지사(17대, 1974.9.2~1976.1.12)에 지붕 개량 사업을 부탁하느라 대전에 있던 충남도청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운명'과 같은 제안을 받는다. 서 지사는 유성골프장 인수의 적격자로 강 명예회장을 '지목'한 것이다. 서 지사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인이다. 두 사람은 내무부 선후배(총무과장) 사이로 격의가 없었다.

지붕개량 사업 제안은 다음에 얘기하자고 한 뒤, 서 지사는 강 명예회장의 소맷자락을 잡고 난데없이 유성골프장으로 향한다.

당시만 해도 유성은 대전시가 아닌 충남도 대덕군 유성읍 덕명리 시절의 '촌동네'였다. 그는 "골프는 시기상조"라는 말로 선을 그었다.

그러나 부인인 김정희 여사가 판을 바꿨다. 김 여사가 남편과 상의 없이 이듬해인 1975년 제일은행이 실시한 경매에 단독 참여해 유성골프장을 낙찰받았다.

경락가격은 3억 7500만 원이었고, 대금을 5년간 무이자로 분할상환하는 조건이었다. 부인의 결정에 '질책'을 했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만큼 강 명예회장은 활로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2년여간 '주인'이 없어 잡초만 무성한 골프장에 앞날이 캄캄했지만 그에게는 그 순간이 위기이자 '기회'였다.

우선, 그간 몸을 담고 있던 한국건업(현 벽산건설)·한국슬레트(현 벽산)의 대주주인 김인득 회장과 친분이 깊었던 에스콰이어 이인표 회장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김 회장과 이 회장은 각각 33.3%의 주식 투자를 해줘 초기 운영자금을 해결할 수 있었다.

마침내 1975년 7월 21일 유성골프장을 공식 인수한 뒤 같은 해 10월 25일 골프장 등록에 이어 11월 5일 '유성관광주식회사' 법인이 설립됐다.

강은모 유성CC 대표는 "골프장 주변 정비 등을 마치고 18홀 규모의 골프장이 이듬해인 1976년 9월 19일 공식 오픈해 오늘날의 유성컨트리클럽이 됐다"고 말했다. 오주영 기자 ojy8355@
개장 기념식수
1975년 11월 5일 '유성관광주식회사' 법인으로 유성 CC는 새롭게 출발한다. 8번 홀에 있는 개장 기념식수.
법인 설립 후 1년여의 공사 후 이듬해인 1976년 9월 19일 정규홀(18홀)을 갖춘 현재의 유성CC가 탄생하게 됐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3. "방문 환경 개선" 양산 천성산 미타암, 새 공양간 건립공사 준공
  4. 대전 교사들 한국원자력연 방문, 원자력 이해 UP
  5. 낮고 낡아 위험했던 대전버드내초 울타리 교체 완료 "선제 대응"
  1. 대전우리병원, 척추내시경술 국제 교육 스파인워커아카데미 업무협약
  2.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심장­호흡재활센터 개소
  3. 유등교 중고 복공판 사용 형사고발로 이어져…안전성 이슈 재점화
  4.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졸업자 지역 취업 증가 목표…실현 가능할까?
  5. 충남대병원 안순기 예방관리센터장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기획] 철도가 바꾸는 생활지도… 2030년대 충청 `30분 생활권`

[기획] 철도가 바꾸는 생활지도… 2030년대 충청 '30분 생활권'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대전~옥천 연장, CTX(광역급행철도)가 2030년대 중반까지 순차적으로 개통될 경우, 대전·세종·충북을 오가는 시민들의 생활권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이동시간 단축이다. 현재 대전 도심에서 세종 정부청사까지는 교통 상황에 따라 40~50분이 걸리지만, CTX와 광역철도가 연결되면 통근 시간은 20~30분대로 줄어든다. 세종 근무자의 대전 거주, 혹은 대전 근무자의 세종 거주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교통체증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젊은 직장인과 공무원의..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美 연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원·달러 환율 향방은?
美 연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원·달러 환율 향방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10일(현지시간) 고용 둔화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 인해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최근 1500원대를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3.50∼3.75%로 내렸다. 이는 올해 9월과 10월에 이은 3번 연속 금리 인하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 사이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좁혀졌다. 파월 의장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