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마스크 착용 문화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 마스크 착용 문화

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 승인 2020-12-03 13:51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2020050701000453800018251
이승훈 원장
필자는 중학교에 입학해 시력이 나빠져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안경을 쓰신 분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처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학생 시절에 운동하거나 장난치다가 안경테가 삐뚤어지고, 부러지는 때도 많이 있었다. 아마 수십 개는 망가뜨렸을 것이다.

그리고 안경을 새로 바꾸면 며칠 동안은 적응하는 데 애를 먹은 것이 생각난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지금은 안경이 내 몸의 일부가 되었다. 코비드19가 장기화하면서 마스크는 이제 필수품이 됐다. 마스크를 착용한 지도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 점차 익숙해져서 어느덧 마스크가 내 몸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필자도 많은 사람과 같이 안경에 줄을 달듯이 마스크에도 줄을 달아서 목에 걸고 다닌다. 그래야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회용이 아니라 안경과 같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가 개발됐으면 하는 희망도 가져 본다.

20년 전에 일본 국립암센터 연구소에서 일 년간 연구원으로 있을 때 일본 사람들이 마스크를 많이 쓰고 다니는 것이 신기해 보였다. 일본 사람들은 봄에 꽃가루가 많이 날려 알레르기 예방을 위해서 쓴다고 하고, 독감이 유행할 때도 많이 쓰고 다녔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개인적으로 필자는 독감이 유행할 적에도 마스크를 써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고 다니게 된 것은 바로 미세먼지 주의보 때문이었다. 특히 초미세 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늘어나면서 외출 시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이 집에 황사마스크 한두 개쯤은 가지게 되면서 우리 국민이 마스크 착용에 친숙해지게 됐다. 이런 배경으로 코비드 19가 퍼지자 마스크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국민이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코비드 19 유행이 시작되던 지난봄에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 일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다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기에는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도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가 코로나19의 예방 방법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지 않다고 발표했고,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의학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미국 CDC 가이드 라인은 틀렸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마스크 착용만이 코비드 19 감염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전 세계 의학계는 잘못된 권고안이 얼마나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됐다.

코비드가 창궐하는 외국에서는 아직도 마스크 착용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대통령도 마스크 쓰는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고, 자신과 가족이 코비드19에 감염되기도 했다. 그럼 왜 그들은 그토록 마스크 착용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사회학자들은 문화권에 따라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얼굴을 가린다는 것은 훨씬 부정적이고 심지어 공격적인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종교적 이유를 들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이렇듯 마스크로 얼굴을 감추는 것에 문화적,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나라들이 많다는 것이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중동의 문화인 히잡과 부르카 착용을 금지했다. 프랑스는 부르카 금지법을 도입하여 공공장소에서 얼굴 전부를 가리는 부르카 그리고 일부를 가리는 히잡을 엄격하게 단속했고,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공공영역에서는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이 서구 사회의 문화적 전통이라고 한다.

이런 마스크에 대한 작은 문화적 차이가 코비드 19 유행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마스크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미국과 유럽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그래도 우리나라와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비교적 통제가 잘 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마스크 착용 문화는 자신의 건강을 위한 행동일 뿐만 아니라, 국민적인 협력과 타인을 위한 이타심의 발로로 평가되고 있다.

/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집 좁아 에어컨 무상지원도 못 받아" 폭염에 노숙 택한 쪽방주민
  2. 새 정부 출연연 혁신 정책에 쏠린 눈… PBS·종사자 처우 등 개선 전망
  3. 대전노동청, 2025년 제1차 정기통합 워크숍 성료
  4. 마을어장에 '수상낚시터' 허용, 어촌에 새 활력 기대
  5. [박현경골프아카데미]스크린 골프장 주인이 회원들과 내기 골프를 쳤다는데.. 결과는?
  1. 세종미래전략산업펀드, 1호 투자 기업 큐노바 선정
  2. '국정기획위와 세종시' 첫 만남...지역 현안 얼마나 담길까
  3. 세종 대안·특수학교 수요 증가… 학교 추가설립 속도 낸다
  4. "韓 정치 승자독식 깨야"…지방분권 강화도 양극화 해법
  5. ‘시원하게 장 보세요’

헤드라인 뉴스


여·야 전대 레이스 본격화… 충청 주자들 선전할까

여·야 전대 레이스 본격화… 충청 주자들 선전할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전당대회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충청 주자들의 선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에선 황명선 국회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이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황 의원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대통령과 같은 길을 걸어온 동지로, 국민주권 정부의 성공을 제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첫 민심의 평가다. 제가 승리를 책임질 야전사령관이 되겠다"고 밝혔다. 충남 논산 출생인 황 의원은 서울시의원과 3선 논산시장을 거쳐 22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뱃지를 달..

이 대통령 “분열과 갈등 격화… 종교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
이 대통령 “분열과 갈등 격화… 종교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격화된 점을 언급하며 포용적인 세상을 위해 종교 지도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종교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선거 과정에서 걱정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분열적이고 대립적이고 갈등이 많이 격화돼 참 걱정”이라며 “종교 지도자 여러분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라는 게 기본적으로 사랑과 존중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종교 지도자 여러분들의 역할이 더 많이 요구되는 시대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며 “각별한 관심..

세종 공동캠퍼스 `충남대 의대` 9월 문 연다
세종 공동캠퍼스 '충남대 의대' 9월 문 연다

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에 입주하는 충남대 의과대학이 오는 9월 문을 연다. 의정 갈등 여파로 한차례 개교 연기 끝 희소식으로, 앞으로 충남대 의대 입학생들은 의예과 1~2학년 과정을 세종공동캠퍼스에서 보내게 된다. 한석수 세종 공동캠퍼스 이사장은 9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임대형 캠퍼스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충남대 의대가 의정 갈등으로 입주를 못하다 보니 편의시설 미비 등 운영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 자리를 갖춰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종공동캠퍼스 운영법인(이하 공캠법인)에 따르면 2024년 개교 이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

  • 지상 ‘한산’ 지하 ‘북적’…폭염에 극과 극 지상 ‘한산’ 지하 ‘북적’…폭염에 극과 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