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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일 명예기자 |
2021년을 맞이했다.
해마다 연초에는 '새해 찬란한 새 아침이 밝았다."는내용의 인사나 축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그런데 금년 벽두의 화두는 단연 코로나로부터 출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의 격상과 백신 개발로 그 위세가 주춤하리란기대를 갖기가 무섭게 외국발 '변이 바이러스' 국내 유입 소식으로, '근하신년' 기분은커녕 오히려 스산한 느낌까지 감돈다. 이런 팬데믹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질병이, 죽음이 우리 곁에 바싹 다가와 있는 환경 속에 살고 있으므로, 한번쯤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고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이 세상의 모든생명은, 나고늙고병들고죽는과정을필연적으로, 그리고거의순차적으로거친다. 사람의한평생도 생로병사(生老病死)네 과정으로나누어 설명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 죽음이나 임종 관련 이야기는 시작조차 꺼리는 편이다. 죽음은 자신이나 가족이 겪게 되는 끔직한 혐오의 순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자녀들이 부모의 죽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마치 죽기를 바란다는 느낌을 주거나 재산 증여? 상속 등 잇속을 챙기려 한다는 오해를 받아 부모가 섭섭해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좋은 죽음' 얘기는 젊은이보다는 질병과 죽음이 코앞에 닥친 노년들이 시작해야 한다. 자기의 죽음 문제를 본인이 주도적으로 다뤄야 깊이 있고 개성에 맞게 아름다운 삶을 마무리 할 수 있다. 우리 실버들에게 '좋은 죽음'에 대한 관심과 사전 준비가 절실한 또 하나의 이유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죽음 준비'는 장례 준비에 치우쳤다. 상조회 가입의 문제, 장례 방식과 매장? 화장, 안치할 장소의 결정 등이다. 이러한 준비들은 본인(망자) 보다는 상주나 남은 가족을 위한 준비였다.
'좋은 죽음(well-dying)'이란 죽음을 앞 둔 사람이 자신의 죽음이 현실이라고 받아들이며,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가능한한 덜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아울러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금전관계 등 주변을 잘 정리하고 여기에 더해서 타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얼마나 했느냐 등이 행복한 죽음의 전제조건이 아닐런지?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죽음과 관련된 요건이 법률에 엄격히 정해져 있다. 지난해 4월 7일 공포 시행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그것이다.본인의 의사를 반영하여 생애 말기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방지하고 생이 끝나갈 환자들이 호스피스 서비스로 보다 편안하게 임종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제정했다.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을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에 대한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하려는 시책이다.
우리에게 아직까지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호스피스(hospice)는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와 그의 가족을 사랑으로 돌보는 행위로, 생명 연장이 아닌 육체적 고통을 줄여 주고 희망 속에서 삶을 마치는 순간을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삶의 마지막 계획은 가족과도 미리 얘기해 두어야 한다. 좋은 죽음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가족들 삶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떤 상황이 되면 요양 시설로 가겠다든지,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우면 고통완화 치료나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싶다든지 하는등 통증 관리, 좋아하는 돌봄 방식과 장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들을 폭넓게 대화하고 결정해 둔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이런 계획을 미리 서류로 작성한 것이며, '연명의료계획서'는 임종과정에서 의사와 본인, 본인의 의식이 없을 경우 법정대리인 동의를 거쳐 작성하는 공식적 준비이다.
팬데믹 시대를 사는 실버들에게 행복한 삶 못지 않게 '좋은 죽음'을 위한 공식적? 비공식적 준비는 필수적이다. 자기 생의 마지막고개를 후회없이 넘기 위해서…….
황영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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