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진미령의 '소녀와 가로등'

  • 문화
  • 문화 일반

[나의 노래] 진미령의 '소녀와 가로등'

  • 승인 2021-01-26 11:10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KakaoTalk_20210126_110152115
어제 한겨레 신문에서 장덕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지금은 잊혀진 가수였는데 웬일인가 싶어 읽었다. 남이섬에 장덕 노래비가 세워졌다고 한다. 장덕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1990년 2월이라고 한다. 아득하다. 다량의 약물을 복용하고 숨졌다는 뉴스에 깜짝 놀랐었다. 장덕은 '천재 소녀'라는 닉네임으로 인기가 높았다. 오빠 장현과 듀엣으로 깜찍한 얼굴로 작사, 작곡에 능한 소녀였다. 개인적으로 진미령이 부른 '소녀와 가로등'을 제일 좋아한다. '조용한 밤이었어요 너무나 조용했어요 창가에 소녀 혼자서 외로이 서있었지요 밤하늘 바라 보았죠 별 하나 없는 하늘을 그리고 울어 버렸죠 아무도 모르게요~.' 이 노래를 중 2때 만들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소녀와 가로등'이 처음 선보인 건 1977년 서울가요제다. 그 때의 영상을 찾아 봤다. 인형같은 장덕이 빵모자를 쓰고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고 앳된 진미령이 노래를 불렀다. 창 밖의 가로등 불빛을 보며 소녀는 울었다, 아무도 모르게. 노랫말처럼 장덕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모의 이혼으로 오빠를 비롯 가족이 떨어져 살아 외로움이 컸을 것이다. 적막한 밤, 창백한 가로등 불빛은 어쩌면 자신의 마음과 같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쓸쓸한 불빛에 감정이입이 됐을 터. 창작은 경험의 소산이다.

깊은 밤 창 밖에서 빛나는 거리의 가로등 불빛은 상념에 사로잡히게 한다. 오랫동안 가만히 바라본다. 초등학교 꼬맹이 시절 큰 언니는 나에게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보고 싶고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언니였다. 막내인 나와 열 한 살 차이여서 엄마같은 존재였다. 그런 언니는 대전에서 직장에 다녔다. 맏딸이어서 집안 형편상 자신의 꿈을 펴보지도 못했다. 언니는 명절에나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명절을 손꼽아 기다렸다. 언니가 집에 오면 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나는 언니 껌딱지가 되어 포근하고 달콤한 언니 냄새에 취해 언니 곁을 떠날 줄 몰랐다. 3학년 설 때였나. 그 때 언니는 사정이 있어 집에 오지 않았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이었다. 설 당일에도 난 혹여나 언니가 올까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그날 밤에도 오매불망. 아랫집 개가 짖으면 언니일까 싶어 문 가운데에 있는 손바닥만한 유리에 얼굴을 박고 밖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싸리문 밖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언니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 했다. 언니가 내이름을 부르며 마당으로 들어서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늦은 밤까지 그렇게 언니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쓸쓸한 가로등 불빛이 야속했다. '괜시리 슬퍼지는 이 밤에 창백한 가로등만이~.' '소녀와 가로등'을 들으면 마음이 싸아 해진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3.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4.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5.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1.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2.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3. 4일 밤사이 세종·충남 1~5㎝ 적설 예고
  4.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장김치 나눔 행사
  5. [2026학년도 수능 채점]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시 전략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