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자녀의 자존감 높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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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자녀의 자존감 높이기

이창화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승인 2021-05-13 17:52
  • 신문게재 2021-05-14 19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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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대 이창화 교수.
5월은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는 가정의 달이다. 그래서 자녀 양육에 대한 글을 써 보려고 한다. 청소년들을 진료하다 보면 아이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저는 애들하고 같이 놀면서도 애들의 혹시나 날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예요.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소아와 청소년들의 정신적 질환을 치료하고 있는 필자는 10년 또는 20년 전에 비해 이런 생각과 그에 따르는 심리적 고통 때문에 자해나 자살시도를 하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아이들의 자존감, 자신감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왜 그럴까?

아이들의 자존감은 부모의 양육방법과 연관성이 크다. 우선 태어나서 만1세까지의 영아기가 매우 중요하다. 에릭슨(Erikson)이라는 발달심리학자는 이 시기를 심리적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하면서 이 시기에 아이가 반드시 얻어야 하는 발달과제(developmental task)를 '기본적 신뢰감(basic trust)'이라고 했다. 이 시기에 기본적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어야 이후의 삶에서 다른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고 또한 자존감의 바탕이 되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을 얻을 수가 있다. 기본적 신뢰감을 형성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어서 늘 친구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을 의심하게 된다. 또한, 자신에 대한 신뢰감, 자존감이 낮아져서 늘 친구들이 자신을 싫어하지 않을까, 외면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토록 중요한 기본적 신뢰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아이를 돌보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민감성', '즉각성', '일관성'이다. 다시 말하면 아이의 요구나 필요를 부모가 민감하게 느끼고, 그 요구나 필요를 즉시 충족시켜주며 이러한 민감성과 즉각성을 일관성 있게 지니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배가 고픈지 아닌지를 민감하게 느끼고 배가 고프다면 즉시 먹을 것을 주며 이러한 행동을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일관성 있게 수행해야 한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아기 이후에 청소년기까지 부모가 아이를 인정(認定)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변증법으로 유명한 헤겔(Hegel)은 사람에게는 누구나 '인정욕구'가 있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 투쟁을 한다고 했다. 그만큼이나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부모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정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동의(approval)'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받아들여 줌(acceptance)'다. 즉, 아이의 생각, 희망, 욕구에 동의를 해주고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인정'인 것이다. 물론 아이들의 잘못된 생각, 지나친 욕구, 그른 행동을 고쳐주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것도 부모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이런 고침의 역할과 인정을 해주는 역할이 서로 반대되고 충돌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인정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엄마나 아빠는 너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네 생각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너의 그 소중한 생각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인정이다. 또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에 대한 부모의 기대를 알아차린다. 설사 부모가 그 기대를 아이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아이들은 스스로 비하하면서 자존감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단지 이러한 과정 역시 본능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아이 자신도 그런 줄 잘 모를 때가 있을 따름이다. 가정의 달,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녀들이 건강한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금 생각해 보는 한 달이 됐으면 한다./이창화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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