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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수 컵피옥 대표가 컵피옥과 '보리단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손충남 기자 |
그러나 사실 그는 그보다 더 일찍 데뷔할 뻔했다. 1988년 제9회 MBC 강변가요제 대상에 빛나는 이상은의 담다디가 원래는 그의 곡이었다고 한다. 사실 담다디는 처음에 느린 곡이어서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다른 곡으로 예선에 참가했으나 안타깝게 떨어졌고, 담다디를 빠르게 재해석한 이상은은 그 노래로 대상을 타게 됐다.
그렇게 화려하게 가수생활을 하던 그는 1993년 잼의 해체 후 헤어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재즈보컬, 방송활동도 병행한 그는 책도 발간했으며, KNN, KBS 라디오 DJ를 지내기도 했다. 개인 유튜브도 운영 중이며, 이제 곧 신곡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는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기업 썬웨이의 이사로 재직 중이며,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 컵피옥의 대표를 맡고 있다.
조진수 컵피옥 대표가 현재 경영지원팀 이사로도 재직 중인 썬웨이 주식회사는 태양광을 시공하고 전력을 매매하며 발전소 매매도 하는 에너지환경과 사회책임에 앞장서는 기업이다. 썬웨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자재값 폭등 등에 의해 최근에 매출이 다소 떨어졌지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매출이 100억이 넘었던 부산의 중소기업이다.
그가 썬웨이에 들어가게 된 계기도 독특하다. 먹거리부터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는 그는 "현대인의 병 90%가 먹는 것 때문에 생긴다"고 단언했다. "마트에 가면 물건들이 너무 많은데 정작 먹을 게 없다"는 그는 이런 것들부터 이야기하다가 에너지까지 흘러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썬웨이 대표와 대화하다가 가깝게 됐다며 멋쩍게 웃었다.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지구를 지금 더럽히는 것은 우리가 돈을 미리 당겨쓰는 것과 똑같다"는 그는 지금 환경보호 운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어린 친구들이라며 "우리가 아이들에게 떳떳하려면 더 이상 석탄 기반으로 한 또는 원자력 기반으로 한 에너지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끊을 수 없으니 일단 쓰되 누구나 쓸 수 있는 태양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그는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운동화보다 석탄 기반으로 만든 운동화가 더 비싸다면서 "환경보호 탄소 중립을 위해서도 신재생 에너지 쪽은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평등한 에너지인 태양은 청구서를 원하지 않는다"는 썬웨이의 이념도 공개했다.
조진수 대표는 올해 4월 보수동 사거리에 에스프레스 커피 전문점인 컵피옥을 오픈했다. 컵피옥은 오직 에스프레스만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그림을 사고 파는 것이 가능한 갤러리 카페로도 알려져 있다.
조 대표는 컵피옥이라 명명한 이유에 대해 "커피는 보통 coffe인데 컵피는 cupffee로 작은 컵이라는 뜻이다. 옥은 상형 문자로 집을 의미한다. 그래서 뜻은 커피집이다"라고 설명하며 "많은 분들이 저렴한 가격에 부담없이 행복함을 즐기고 가는 그런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작은 바램을 드러냈다.
에스프레소만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 대부분이 아메라카노를 마신다. 원래 아메리카노는 이탈리아에서 나온 것으로 이탈리아 사람들이 커피에 물을 섞어서 이름을 아메리카노로 명명한 거다. 여기에 사람들이 다 길들여져 있는데, 이제 커피를 마시다 보니 사람들의 기호가 또 다르게 생기게 됐다. 쉽게 말해 커피 맛을 알게 됐고, 그래서 원조를 찾아가 보면 거기게 에스프레스가 있기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썬웨이 사옥 1층에 위치한 컵피옥은 원래 직원들 복지로 시작했다. 회사 고객이나 거래처 손님들 접대도 이루어진다. 그러나 컵피옥을 '놀이터'라고 지칭한 조 대표의 욕망은 조금 더 멀리 가 있다.
그는 컵피옥이 위치한 보수동 사거리를 직접 '보리단길'이라고 명명하면서 새로운 문화의 장소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보수동 사거리는 5~6시 되면 사람이 없다. 그러나 길 건너 깡통시장은 그때부터 새벽까지 피크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여기는 사람이 없다"는 그는 "보수동이 예전에는 시인들, 작가들, 그림쟁이들, 음악하는 사람들, 소위 예술가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면서 얘기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게 다 사라져 버렸다"며 다시 한 번 거리를 살려보자는 취지를 이야기했다.
조 대표는 "제가 만든 문화적인 공간인 컵피옥은 갤러리 에스프레소 바로, 작가들의 전시공간도 된다"며 "작가들이 보통 전시를 할 때는 대관료가 필요한데, 특히 젊은 작가들은 꿈도 못 꾼다. 그래서 그런 친구들이 와서 무료로 전시도 하고 그림도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화적인 공간이 컵피옥부터 해서 다시 살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가수로서의 끈도 놓지 않았다. 신곡 발표를 앞두고 있는 그는 신곡에 대한 힌트를 살짝 공개했다. 이번 신곡은 "트롯과 젊은 친구들의 비트가 합쳐진 '록 트롯, EDM 트롯'이다"고 말한 그는 예전과 같은 정신없는 활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효리 씨 방송을 봤다는 그는 이효리 씨처럼 한번씩 서울 생활을 하면서 방송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수는 노래 제목을 따라간다고 하는 말이 있다. 잼의 리더였던 가수 조진수는 신재생 에너지 기업의 이사로, 또 컵피옥 대표로, 문화의 거리를 살리고자 하는 예술인으로, 신곡을 발표하는 가수로서 노래 제목처럼 정말 멈추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여러분들과 계속 소통하는 조진수가 되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부산=손충남 기자 click-k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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