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우리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지역 대학 벚꽃의 의미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우리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지역 대학 벚꽃의 의미

이정화 대전보건대학교 총장

  • 승인 2025-04-08 10:29
  • 신문게재 2025-04-09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이정화 총장
이정화 대전보건대학교 총장
우리나라의 24절기 중 청명(淸明). 봄의 시기로 대학가에는 벚꽃들이 만개하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많은 대학의 캠퍼스에는 삼삼오오 푸른 잔디밭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을 받은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도란도란 흘러나오지만, 교직원들의 얼굴에는 한층 격상된 표정들이 번져 나온다. 그 이유는 3월과 4월에 진행되고 있는 다수의 사업 제안서들의 제출 마감일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대학 내 교직원들은 무한 경쟁의 시대에 학생들에게 최신, 그리고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항시 고민하고 있으며, 정부 지원사업을 비롯해 각종 사업에 혼신을 기울여 지원하고 밤샘작업도 마다하지 않으며 더 좋은 제안서를 작성하기 위해 끊임없는 릴레이 마라톤도 이어가고 있다.

'벚꽃이 지는 순서대로 지역 대학의 존속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라는 말은 이미 10년 전부터 인구 소멸 위기와 함께 대학가에 퍼진 악성 바이러스 같은 존재다. 이 악성 바이러스는 남쪽 지방 도시에서부터 시작돼 서서히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으며, 이젠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면서 그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의 방식은 더욱 다양해지면서 대학가의 분위기는 다름에 대한 인정과 받아들임의 경계를 낮추고, 서로 융합하며 '이음'해 나가려는 마음이 만개하는 벚꽃처럼 널리 퍼져가고 있다.

며칠 전, 캠퍼스를 걷다 수업을 마치고 천천히 걸어가는 학생들을 보았다. 혼자 걷는 이, 친구와 웃는 이, 벤치에 앉아 쉬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저 아이들은 어디로, 얼마나 빨리 가고 싶은 걸까?'



우리는 어릴 때부터 빠르게 움직이도록 훈련받아 왔다. 빨리 배우고, 빨리 해내고, 빨리 성공해야 칭찬을 받는 강박감 속에서 살아온 게 현실이다. 대학에 와서도 그 강박감은 계속된다. 재학 중에는 학점과 스펙을 쌓아야 하고, 졸업을 앞둔 시점에는 취업과 미래에 대한 걱정들이 이어진다. 그 모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남들보다 늦는 것 같고 뒤처지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은 조금해지고 불안감은 커진다.

하지만,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다. 살아보니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같은 길, 같은 속도로 가는 것은 아니다. 잠시 멈추어 서도, 천천히 가도, 자신만의 리듬으로 걸음을 계속 걸어가다보면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어 있다.

대학은 그런 여유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곳,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곳, 정답보다는 '나답게' 사는 길을 고민해볼 수 있는 곳. 이 같은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진정한 성장으로 이어진다.

나는 학생들에게 종종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뒤처지는 게 아니라, 너만의 리듬으로 걷고 있는 거야.'

모두가 자기 속도로 살아가야 하며, 그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그 길이 자신의 길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조용히 전한다.

지금 속도, 괜찮다. 너만의 걸음으로, 천천히 가도 괜찮다.

벚나무의 꽃이 피고 져서 떨어져 없어지는 것이 아닌, 아악무(분홍색의 새순이 마치 꽃처럼 자라면서 초록색의 잎사귀가 되어 나뭇가지로 뻗어나가는 나무)의 잎사귀처럼 꽃이 핀 후 잎으로 다시금 푸르름을 선사해주는 벚꽃나무의 싱그러움이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서 무한한 긍정적 아름다움을 퍼트려주길 기대한다. /이정화 대전보건대학교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제51회 양성서도회원전 12일까지 전시
  2. 대전경찰청, 봄 행락철 음주·마약 운전 집중 단속
  3. 영남 지역 산불 피해 복구 위한 성금 기탁
  4. 안전사고 일어날라… '사전투표소 대관' 고민 깊은 학교
  5. 대전교육청 급식 갈등 봉합 장기화되나… 조리원 직종 교섭 일정도 못 정해
  1. 나노종합기술원 반도체 소부장 테스트베드 역할 톡톡… 21개 품목 국산화 달성
  2. [인터뷰] "장마철 비 피해 막는 호우 긴급재난문자 큰 도움 되길"
  3. ‘6월3일, 꼭 투표하세요’
  4. 폭우 내린 곳에 긴급재난문자 보낸다…충청 위험기상 조기대응 기대
  5. 대전·충남 등 11개교육청 '거점형 돌봄기관'… 시 2곳·도 3곳 등 52곳

헤드라인 뉴스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의… 차기정부 시선은 ‘도로 청와대’?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의… 차기정부 시선은 ‘도로 청와대’?

2022년 5월 10일 전면 개방과 함께 국민 품에 안긴 지 3주년을 맞은 '청와대'. 영욕의 상징으로 통한 청와대의 미래지향적 선택지는 어디일까. 6월 3일 대선 국면에선 다시금 권력의 품으로 돌아가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청와대 방문객 수가 부쩍 늘고 있다. 운영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청와대 재단은 이 같은 여건 변화와 관계 없이 일상적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중도일보는 '국민 vs 권력' 사이에서 기로에 선 청와대 개방 3주년을 재조명하고, 대통령실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 필요성에 무게를 싣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

美 연준 금리 동결…한은 금리 인하 카드 꺼낼까
美 연준 금리 동결…한은 금리 인하 카드 꺼낼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세 번째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5월 29일 예정된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지 주목된다. 연준은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과 3월에 이어 세 번 연속 동결이다. 이에 따라 한국(2.75%)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로 유지됐다. 연준은..

"엄마 아빠 사랑해요" 아주 특별한 어버이날 편지
"엄마 아빠 사랑해요" 아주 특별한 어버이날 편지

대전하기초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드론 플래시몹' 행사를 열고 부모님께 사랑과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행사는 대전하기초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전교생과 직원 400여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학급별로 맞춘 색색의 단체 티셔츠를 입고 운동장에 질서정연하게 모여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글자를 만들어냈다. 사전 연습을 거쳐 정밀하게 구성된 플래시몹은 드론을 활용한 항공 촬영을 통해 감동을 생생히 담아냈다. 촬영된 영상은 어버이날 오전 학부모들에게 공유됐고, 학부모들은 영상 속 운동장을 가득 메운 자녀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6월3일, 꼭 투표하세요’ ‘6월3일, 꼭 투표하세요’

  • 제51회 양성서도회원전 12일까지 전시 제51회 양성서도회원전 12일까지 전시

  • ‘어버이 은혜 감사합니다’ ‘어버이 은혜 감사합니다’

  • 성심당과 함께 선거빵 출시…‘함께 투표해요’ 성심당과 함께 선거빵 출시…‘함께 투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