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짜리' 포항 마리나 계류장, 준공 18개월 지나도 개장 못해

  • 전국
  • 부산/영남

'100억짜리' 포항 마리나 계류장, 준공 18개월 지나도 개장 못해

"태풍 오면 시설물·정박 요트 파손 불 보듯 뻔해"
시의원들 "입지 선정 문제… 감사원 감사 필요"
"계류장내 부유식 접안시설 이격… 수심도 얕아져"
“시설 이관 조례 개정·시설 보수 인건비 확보 안해”

  • 승인 2025-06-01 09:28
  • 수정 2025-06-03 13:17
  • 김규동 기자김규동 기자
사진
포항시가 2023년 12월 준공하고도 1년 6개월째 개장하지 못하는 '형산강 마리나 계류장'.
100억 원짜리 '포항 형산강 마리나 계류장'이 준공된 지 1년 6개월이 되도록 개장하지 않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포항시는 2020년 7월부터 해상 60척, 육상 14척 등 74척을 정박할 수 있는 4만5892m²(1만3906평) 규모의 계류장을 형산강 하류지점(바다 인접)에 조성, 2023년 12월 초에 준공했다.

오랜 시간 방치하다보니 계류장 내 부유식 해상 접안시설 일부가 이격돼 파도에 출렁이고 있고, 강물 범람을 막는 콘크리트 벽 아래 벽돌들은 곳곳에 탈착돼 있다.

계류장 수심은 송도해수욕장 모래 유입으로 지난해 9월보다 얕아 보였다.



사정은 거북이걸음을 걷는 행정도 마찬가지다.

준공과 함께 해당 시설이 시설부서에서 관리부서로 이관돼야하지만 계류장 시설은 여전히 계류장을 조성한 포항시 푸른도시사업단에서 관장하고 있다.

해양수산국으로의 이관에 따른 조례도 개정하지 않고 있고, 시설물 보수를 위한 인건비도 확보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푸른도시사업단 관계자는 "50년 빈도의 심해설계파(해안구조물 및 항만의 설계 시 적용하기 위한 먼바다 기준 파도, 5년 단위 보완·개정) 기준이 6.44m에서 7.4m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기준에 적용해 마리나 계류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용역을 하반기에 의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관가 주변에서는 계류장을 개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호 마리나 계류장 등과 달리 방파제 내 계류장을 조성한 것이 아니라 파도를 막아줄 시설이 없는 송도바다와 인접한 형산강 하류에 계류장을 조성해 태풍이 오면 시설물 파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태풍으로 때 조성 중인 계류장 시설이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계류장과 형산강 하류의 준설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도해수욕장의 모래가 형산강으로 유입돼 계류장을 포함한 강 하류에 해수욕장 모래와 형산강 상류에서 떠내려온 각종 퇴적물이 쌓여 해마다 준설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송도 앞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해온 해녀들은 몇 년 전 "송도해수욕장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설치된 수중방파제(잠제)가 2/3 정도 모래에 묻혀 있다"며 해수욕장 모래 유실을 우려했다. 실제 태풍 때 송도 바닷물이 마리나 계류장을 지나 형산대교까지 밀려오고 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서 수년 전부터 송도해수욕장의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한 수중방파제(잠제) 3기를 설치했으며, 해변에 모래 15만㎥를 채우는 공사를 진행했다.

포항요트협회 관계자는 "계류장이 준공되면 수심 문제가 돌출될 것이라는 의견을 시에 전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선의 안전운항도 우려되고 있다.

정동화 해송어촌계장은 "마리나 계류장과 포스코까지 형산강 폭은 300m이며, 이중 어선이 운항할 수 있는 폭은 평균 50m 안쪽에 이른다"며 "출항을 하거나 입항할 때 수상스키나 모터보트, 요트 등과의 충돌이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배가 지나갈 때 좌우로 일어나는 물결 안으로 다른 배들이 들어올 수 없다"며 "형산강 하구에서 배 충돌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수상 기구는 잘 보이지 않아 충돌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의원들은 "형산강 마리나 계류장을 개장하지 못한 이유는 입지 선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감사원 감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태풍이 내습하면 마리나 계류장 시설의 초토화는 불 보듯 뻔하다"며 "바다와 강 경계지역에 요트 계류장을 만든 것 자체에 상당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정보에 밝은 한 인사는 "막대한 국비를 들여 만든 요트 계류장을 개장하지 못한 이유는 태풍으로 인한 시설과 정박 중인 요트 파손과 이에 따라 예상되는 엄청난 시민들의 비난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태풍이 언제 포항으로 내습할지 알 수 없어 그 때까지 기다려 결과를 보지 말고, 계류장을 개장해 운영하다가 태풍이 오면 요트들을 동빈내항으로 피항시킨 뒤 파손된 계류장 시설물을 보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korea80808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산을 비롯한 서해안 '물폭탄'… 서산 420㎜ 기록적 폭우
  2. 세종시 북부권 중심으로 비 피해...광암교 붕괴
  3. [우난순의 식탐] 열대의 관능과 망고시루의 첫 맛
  4. 김석규 대전충남경총회장, 이장우 대전시장과 경제발전방안 논의
  5. [대전다문화] 아이들의 꿈과 열정, 축구
  1.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본부, 취약계층 아동 지원
  2. 세종시, 에너지 자립 스마트시티로 도약 선언
  3. [대전다문화]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사례관리 신청하세요!!
  4. 한밭대 성백상·이주호 대학원생, OPC 2025 우수논문상
  5. 초복 앞두고 삼계탕집 북적

헤드라인 뉴스


충청 덮친 ‘500㎜ 물폭탄’… 3명 사망 피해신고 1883건

충청 덮친 ‘500㎜ 물폭탄’… 3명 사망 피해신고 1883건

16일 밤부터 17일 오후까지 충청권에 5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인명사고 등 비 피해가 속출했다. 시간당 110㎜ 이상 기록적 폭우가 내린 서산에선 2명이 사망했고, 당진에서도 1명이 물에 잠겨 숨지는 등 충남에서 인명사고가 잇따랐으며, 1800건이 넘는 비 피해가 접수됐다. 세종에서는 폭우로 인해 소정면 광암교 다리가 일부 붕괴 돼 인근 주민 30명이 식당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17일 충청권 4개 시·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까지 충남 지역에만 1883건, 충북 222건, 세종 48건,..

[WHY이슈현장] 꿀벌이 사라진다… 기후위기 속 대전양봉 위태
[WHY이슈현장] 꿀벌이 사라진다… 기후위기 속 대전양봉 위태

우리에게 달콤한 꿀을 선사해주는 꿀벌은 작지만 든든한 농사꾼이기도 하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수박, 참외, 딸기 역시 꿀벌들의 노동 덕분에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공급의 약 90%를 담당하는 100대 주요 농산물 중 71종은 꿀벌의 수분 작용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꿀벌응애'라는 외래종 진드기 등장에 따른 꿀벌 집단 폐사가 잦아지면서다. 전국적으로 '산소호흡기'를 들이밀듯 '꿀벌 살리자'라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대전 지역 양봉..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효과 100배? 역효과는 외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효과 100배? 역효과는 외면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가져올 효과는 과연 세종시 잔류보다 100배 이상 크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객관적 분석 자료에 근거한 주장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충청 타운홀 미팅,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가 14일 청문회 자리에서 연이어 강조한 '이전 논리'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효과 분석' 지표는 없어 지역 갈등과 분열의 씨앗만 더욱 키우고 있다. 사실 이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용역(가칭 해수부의 부산 이전 효과)을 거쳐야 나올 수 있을 만한 예측치로, 실상은 자의적 해석에 가깝다. 해수부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우에 대전 유등천 교량 통제 폭우에 대전 유등천 교량 통제

  •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창구 준비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창구 준비

  • 밤사이 내린 폭우에 충남지역 피해 속출 밤사이 내린 폭우에 충남지역 피해 속출

  • 폭우 예보에 출입통제 폭우 예보에 출입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