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김정은의 모란봉악단

  • 오피니언
  • 문화산책

[문화산책] 김정은의 모란봉악단

  • 승인 2016-03-20 13:23
  • 신문게재 2016-03-21 22면
  • 노덕일 중구문화원장노덕일 중구문화원장
▲ 노덕일 중구문화원장
▲ 노덕일 중구문화원장
몇 개의 세계적 악단이 생각난다. 미국의 베니 굿맨 악단은 클라리넷 주자로 스윙음악을 개척한 악단이다. 1930년대 미국의 백인 우월시대에 자기 악단에 흑인과 어우러진 새로운 음악을 선보인 것이다. 이 시대 그 유명한 '싱싱싱', '렛 츠 댄스'같은 명곡을 발표해 오늘날까지 빅 밴드에서 사랑받는다. 베니 굿맨이 스윙을 전파했다면 트롬본 주자인 글렌 밀러는 스윙을 완성한 악단이다. 대표곡으로 '문 라이트 세레나데', '인 더 무드'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명곡으로 스윙 음악시대의 절정을 이룬다. 너무 유명하여 글렌 밀러 음악 생애를 다룬 영화도 있었다. 아쉬운 것은 40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필자는 1950년대 이 영화를 본 인연으로 빅 밴드에서 단원으로 활동도 했다.

만토바니 악단도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 출생이지만 영국에서 많이 활동했다. 클래식, 뮤지컬, 라틴음악까지 폭 넓은 레퍼토리로 특히 무드음악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잊을 수 없는 폴 모리아 악단, 이 악단은 음악의 마법사라 불린다. 프랑스태생으로 작곡과 피아노 전공이다. 1960년대에 악단을 조직해 그 유명한 '러브이스블루'를 탄생시킨다. 풀밴드에 스트링을 많이 사용해 브라스의 박력과 현악기의 부드러움을 잘 조화시킨 악단이다. 직접 피아노 주자로 지휘도 하며 1970년대 최고의 악단이다. 1975년 내한해 아리랑 연주를 그들 식대로 편곡 연주한 것이 비디오로 판매되기도 했는데 인기가 대단했다.

1950~60년대 우리나라의 유명 악단은 김광수 악단, 바이올린 주자로 마라카스 주법이 멋있었고 탱고 연주가 일품이었다. 김인배, 고계화는 트럼펫 주자로 당시 유명했던 '체리핑크', 맘모는 이 두 사람의 18번이었다. 김인협, 황중원 이들은 피아노 주자였고 작. 편곡을 잘해 당시 가수들에게 인기였다. 필자는 이 두 악단에서 단원으로 활동도 했다. 이 시대의 악단 대부분은 나이트클럽, 호텔 혹은 미8군에서 활동했고 가끔은 쇼(show)단을 이끌고 지방공연에도 자주 갔다. 이 시대 그 누구보다 유명했던 2인의 색소폰 라이벌 이봉조, 길옥윤의 활동이다. 작곡가 이면서도 색소폰은 세계적 수준의 주자였다. 특히 1950년대 영국민요 '아! 목동아'를 데니보이란 이름으로 편곡하여 연주한 당시 세계최고의 색소폰 주자 실 어스틴에 버금갈 만큼 위 2인의 활동은 선의 경쟁자로 한국 경음악계의 전설로 남는다.

지금까지 열거한 악단은 자기 이름을 악단 이름으로 이념 같은 것은 없이 순수 음악만 연주했다.

화제의 북한 모란봉악단, 작년12월 중국에서 연주하기로 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연주하지 않고 철수, 귀국한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져 연주를 보고자 했던 중국인들을 분노케 했다. 필자의 카톡으로 김정은 등 당 간부들 앞에서 모란봉악단 연주 장면이 들어왔다. 일본 측에서 촬영한 것인데 참 잘한다. 이정도면 기능으로는 세계적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있을 것이다. 연주 내용은 세계 명곡 메들리였다. 터키 행진곡, 낙엽, 소녀의기도, 라데스키 등 위의 세계적 악단에서 연주했던 곡들도 다양하게 연주하여 필자는 흥미 있게 보았다. 어쩌면 우리들 악단보다 나아보였다. 보컬도 5명, 옷차림과 율동도 파격적이라 할 만큼, 창법은 그들 식이고 몇 곡 지나서 '세상이 부러울 것 없어라', '그대 없이는 못살아 김정은 동지',등 계속 김정은 찬양 노래 연속이다. 무대 위에는 미사일, 핵, 불꽃, 김정은 초상 등 온통 선전장면이다. 김정은은 모란봉악단을 내세워 자기시대의 핵심통치 아이콘으로 모란봉 악단을 이용한 것 같다. 앞 곡 몇 곡을 빼고는 그야말로 김정은에 김정은을 위한 선전 음악, 정치노래다.

무대 연습과정에서 이러한 연주를 했으니 중국 측은 정치색 띤 연주는 안 된다고 이를 지적했을 것이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철수한 것이다. 아무리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집단이라 해도 역시 북한답다. 언젠가 통일되면 모란봉악단이 그 좋은 기술로 순수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 막연히 기대해본다.

노덕일 중구문화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통소식] 대전 백화점과 아울렛서 가정의 달 선물 알아볼까
  2. "금강수계기금 운영 미흡 목표수질 미달, 지자체 중심 기금 개선을"
  3. 서산 금동관음상 5일 친견법회 마치고 10일 이국땅으로
  4. 대선 앞 세종 집값 상승률 2주 만에 12배↑… 대전·충남은 '하락'
  5. 세종시 이응다리 무대...시인들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1. 나의 MBTI 맞춤형 반려식물은? 정원문화 새바람
  2. JB주식회사, 지역 노인들에게 소중한 장수사진 선물
  3. 천안을 이재관 의원, 디자인일부심사등록제도 남용 방지하는 디자인보호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4. 대전 대흥동 숙박업소 화재…4명 경상, 35명 대피
  5. 백석대,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 위한 협력체계 강화

헤드라인 뉴스


대선 앞 세종 집값 상승률 2주 만에 12배↑… 대전·충남은 `하락`

대선 앞 세종 집값 상승률 2주 만에 12배↑… 대전·충남은 '하락'

6월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실 이전 기대감에 세종시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70주 만에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4년 8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면서다.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4월 넷째 주(28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49% 상승했다. 2주 전(0.04%)과 비교해 무려 12배 이상 오른 수치다. 세종 집값은 2023년 11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4월 둘째 주 0.04%로 70주 만에 상승 전환됐다. 셋째 주(0.23..

산책과 물멍으로도 힐링이 되는…  대청호 오백리길 ‘명상정원’
산책과 물멍으로도 힐링이 되는… 대청호 오백리길 ‘명상정원’

본격적인 연휴가 시작됐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들과 국내외로 여행계획을 잡았거나 지역의 축제 및 유명 관광지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인파가 몰리는 지역을 싫어해 여유롭고 한가하게 쉴 수 있는 곳, 유유자적 산책하며 휴일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곳이 있다. 바로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에 위치한 명상정원이다. 명상정원은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인 호반낭만길을 지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차량을 이용한다면 내비게이션에 명상정원 한터주차장을 검색하면 된다. 주차장에서는 나무데크를 따라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한덕수, 대선출마 선언…"임기단축 개헌후 대선·총선 동시실시"
한덕수, 대선출마 선언…"임기단축 개헌후 대선·총선 동시실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기 첫날 대통령 직속 개헌 지원기구를 만들어 개헌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3년 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이어 "취임 첫해에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 차에 개헌을 완료하겠다"며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와 국민들이 치열하게 토론해 결정하시되, 저는 견제와 균형, 즉 분권이라는 핵심 방향만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산책과 물멍으로도 힐링이 되는 ‘명상정원’ 산책과 물멍으로도 힐링이 되는 ‘명상정원’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화려한 개막…4일까지 계속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화려한 개막…4일까지 계속

  •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