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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솜 세종캠퍼스고등학교 교사. 사진=시교육청 제공. |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넘길 뻔한 한 공문이 눈에 들어왔다. '수업 나눔 지원단의 수업 나눔 토크'. 큰 기대 없이 참여했던 자리에서 여러 교사들의 수업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과 위로, 지지가 함께 찾아왔다. 그 자리를 계기로 '수업 나눔 한마당'에도 참여했고, 서로의 치열한 고민과 시도를 나누며 학생의 성장을 중심에 둔 수업을 지지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후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서는 실제 수업을 공개하고, 수업 후 동료 교사들과 성찰을 나누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내 교실은 언제든 열려 있다는 마음으로, 동료 교사들이 편하게 찾아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랐다. 수업을 나누는 일은 기대만큼이나 걱정도 컸다. 내 수업이 평가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까, 학생들이 지금 이 수업을 삶과 연결된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나의 의도는 잘 전달되고 있을까. 하지만 매 학기 진행한 학생 요구 조사와 수업 피드백을 통해, 수업이 학생들의 삶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업 방식도 점차 변화했다.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고, 학생들의 관심사와 삶의 맥락에서 출발해 수업을 구성했고, 현실적인 사회 이슈나 개인적 고민을 영어 지문으로 바꾸어 적용해보기도 했다. 또한 다른 교과와 주제를 연결한 융합 수업을 시도하면서, 학생들이 과목 간 연계성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연말에 진행한 수업 피드백의 내용이다.
"선생님 수업을 통해 처음으로 영어가 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는 어려운 과목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수업을 따라가며 나도 뭔가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학생들의 이러한 진심은, 내가 가르치는 방식이 누군가의 삶에 작지만 분명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확신을 안겨주었다.
교실은 그렇게, 수업에 대답하고 있었다. 수업을 나누면서 동료 교사들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교내 메신저를 통해 수업 운영에 관한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고, 함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서로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작은 연결점이 생겨났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학교는 조금씩 더 따뜻한 공간이 되어갔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지켜야 할 수업의 중심도 더욱 분명해졌다. 수업은 학생의 언어에서 출발해야 하며, 지금의 이해보다 한 걸음 높은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주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의 삶, 감정, 관심사와 연결된 수업은 그 자체로 배움의 동기를 일으킨다.
수업이 학생의 세계와 만나는 지점에서, 진짜 배움은 시작된다. 그래서 지금도 매 수업마다 다시 고민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영어가 학생들에게 부담이 아닌 도전이 될 수 있을까.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도 포기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으려면, 나는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 설명은 더 쉽게, 내용은 더 깊이 있게 전달하려면 수업을 어떻게 다시 설계해야 할까. 이 고민들은 수업을 나누며 더 분명해지고 구체화되었다.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사실,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은 교사로서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힘이 되었다.
수업을 열자 교실이 반응했고, 학생들은 자신만의 배움의 방식을 만들어갔다. 그 안에서 나 역시 교사로서 성장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수업은 내가 가장 고민하고, 나누고, 변화시켜야 할 핵심이다. 학생들과 함께, 그리고 동료 교사들과 함께, 조금씩 더 나아가는 교실을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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