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2022-07-07
교직에 들어선지 어느덧 19년, 그리 길지 않은 경력이지만 내게 대전둔산초등학교에서의 2020년도 교직 생활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전 세계에 영향을 주었고, 이로 인해 2020년의 교육 현장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
2022-06-16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해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 인연을 맺으면서 기쁜 일, 슬픈 일, 기분 나쁜 일, 화나는 일 등을 함께 겪으며 아이들 뿐만 아니라 교사로서 나도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왔다.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
2022-06-09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한 해를 보낸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어엿한 성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마친 학생들과 대화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고, 학창시절 마지막 선생님과의 추억으로 기억될 시간을 함께 보내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다. 한편, 고등학교 3학년을 담당하며 보내..
2022-05-26
"우와~이걸 제가 만들었다고요?" 아이들이 블록코드로 직접 제작한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종이 VR카드보드를 활용하여 확인하고 탄성을 자아낸다. 학생이 스스로 만든 포켓몬고 같은 증강현실(AR) 콘텐츠를 스마트기기로 확인하며 뿌듯해한다. 학생들과 함께한 실과 수업의..
2022-05-05
어느 날 나는 수업 시간에 복도를 순회하고 있었다. 교실 안을 보니 수업하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이 여느 때와 달랐다. 평소에 책임감이 철저했던 선생님이라 더욱 이상하게 보였다. 창 너머 어렴풋이 먼 산을 보고 있는 모습이 수심에 가득 차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곧바로..
2022-04-21
세계적으로 국제결혼, 중도입국, 외국인 등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배경의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부 나라에서 이민 수용 여부에 대한 국민적 갈등, 브렉시트 등 국경의 벽을 높이는 국수주의 회귀와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다른 인종과 문화를 대상으로 한 차별과..
2022-04-14
하필 왜 공인가. 교양 체육에서 끝날 줄 알았다. 대학을 졸업해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체육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내 몸인데 내 몸이 아닌 몸. 운동이면 운동, 춤이면 춤, 도무지 주인 말을 듣지 않는 몸치의 표본이다. 한데, 친목 피구라니! 마스크에 갇히기..
2022-03-24
S를 처음 만난 것은 코로나의 기세가 맹렬하던 2020년의 가을쯤이었다. 당시 우리 반에는 주의력결핍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 H가 있었는데, 이 학생은 학교 곳곳을 자유롭게 누비며 여러 가지 사건을 만들어내곤 했었다. 수업이 시작된 지 5분쯤 지났을 무렵,..
2022-03-10
올해는 세종교육청 출범 1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한해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숙고해야 할 시기이다. 교육회복을 위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여 새롭게 시작해야 할 시점임에는 분명하다. 식물이나 물건이 쓰러지지 않게 받치어 세우는..
2022-03-03
해마다 2월은 학교가 가장 분주하고 바쁠 때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매번 새롭다. 교직원은 책걸상 등 시설에 미비한 것은 없는지 점검하고, 교과서를 주문하며 학급 배정을 살핀다.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점검하는 것 정도가 기존에 살펴볼 수 없던 새로운 준비 사항일..
2022-02-10
울긋불긋한 숲이 가을의 겉옷이라면 산등성이는 가을의 몸이고 계곡의 물은 가을의 속살이다. 아름다운 단풍잎 숲속에서 산줄기 따라 새하얗게 흘러가는 계곡물을 떠올려 보라. 그것은 열심히 일하여 결과를 기다리는 순수한 농부의 마음과 같으며, 해맑고 수줍은 소녀가 세수한 민낯..
2022-01-20
방학 중에도 인조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100명 남짓한 학생들이 매달 5000원의 회비로 축구를 배우고 있다. 개중에는 여학생이 30명 정도 된다. 작년 3월에 사단법인 대전축구스포츠클럽과 스포츠교육 지원 협약을 맺은 덕분이다. 특..
2022-01-12
학교가 코로나 시대로 기존의 학교와는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린 채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며 표정과 얼굴을 보며 배우는 수업이 없어지고, 급식을 먹으려 떠들고 웃고 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기 힘들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함께 생활지도와 수업에..
2021-12-09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선생님은 어린 시절부터 내가 꿈꾸어 온 선생님의 모습이다. 누군가는 내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환상일 뿐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이상적인 교사가 되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아이..
2021-11-18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 더욱 마음이 안 좋았던 건 아이가 떠나기 하루 전에도 나는 그 반에서 아이들을 웃겨가면서 수업을 했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을 갈등했던 영혼 앞에서 나는 무엇을 가르쳤던 걸까. 그날 밤 늦게까지 뒤척이며 시를 적어 내려갔다. 시 말미의 독백 사..
2021-10-28
골프경기에서 온 그린(On Green)이란 볼이 그린에 올라오는 것으로 원 온더 그린은 한번의 티샷이 바로 온그린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올림픽 경기에서 온 그린, 원 온더 그린하는 선수들을 볼 때 짜릿한 감정이 앞서지만, 그 뒤에는 얼마나 많은 벙커샷과 그들의 좌절..
2021-10-07
당연한 것들을 기다립니다.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 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봄이 오고 하늘 빛나고 꽃이 피고 바람 살랑이면은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구..
2021-09-24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저는 교육청 소통담당관에 근무하는 이호성 주무관입니다. 8월 말에 교육감과 함께 하는 공감데이트를 할 수 있을까요? "네? 저는 세종예술고 교사 박영주인데요. 그리고 무슨 공감데이트를?" 지난 8월 초 교육청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
2021-09-16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한지 1년하고도 6개월에 접어들었다.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코로나의 확산세는 끝이 보이지 않고 있고, 정부는 '위드 코로나'로의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다. 유치원 현장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발생 초기,"선생님,..
2021-09-09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알피콘(Alfie Kohn)은 "공동체 의식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학생들이 신뢰와 존중을 받으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과 힘이 있다고 느낄 때 이들은 바른 행동을 선택하고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의 뇌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서로서로..
2021-09-02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예측불가한 세상으로 내몰았다. 백신 예방접종으로 집단면역이 생겨 일상으로의 회복을 기대했으나 아직까지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로 인해 '비대면'이라는 용어는 코로나19 펜데믹 시대에 일상용어가 되었다.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대면회의는 영상회의..
2021-08-26
신년에 '승리호' 영화를 우리집 아이들과 둘러서 함께 보았다. 헐~ 우리나라도 이렇게 멋진 SF영화를 만든다니…. 이런 생각에 한껏 고무되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이들도 재밌다고 난리다. 스토리, 연출, 촬영, 그리고 배우 등 손색 없는 멋진 영화란 생각이 들었고 이..
2021-08-05
현재 나는 교생실습학교를 운영 중인 대전노은초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육대 학생들이 교직의 실무를 학습하기 위해 교육실습을 나온다. 노은초 선생님들은 교육실습을 위해 학교에 오는 대학생인 교생 선생님을 지도한다. 실습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외에 지도 교사이..
2021-07-15
'보건교사 안은영'은 작년에 방영됐던 넷플릭스 드라마다. 주인공인 안은영은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학교 지하실 문이 열리면서 젤리들이 튀어나와 학교와 학생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자 보건교사 안은영이 여전사처럼 이..
2021-06-24
The one who delivers milk is healthier than the one who drinks it." 즉,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라는 영국 속담이다. 작년과 올해 코로나19로 수업의 어려움, 종목 선택의 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