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세계문화유산 돈암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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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세계문화유산 돈암서원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9-07-1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한국의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문화유산 등재 기사를 모아보다 보니 "1995년 종묘, 해인사 장경판 등이 등재된 이후 우리나라는 총 14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고 전한 기사가 더러 있다. 이 중 '해인사 장경판'이라 쓴 것은 잘못이다. 실수로 보이나 중요한 차이가 있어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13세기 제작된 팔만대장경판을 봉안하기 위해 15세기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는 '해인사 장경판전'이다. 간결하고 소박하나 매우 아름다운 건물이다. 목판을 보전하기 위해 지어진 세계 유일의 건축물로 지금도 재현하지 못하는 보관기능을 가지고 있다. 자연통풍만으로 적절히 온도와 습도가 조절된다. 실내 전체가 균일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물을 배치하였다. 그 오랜 세월 8만여 장의 대장경판이 조금도 변질되거나 손상되지 않았다. 장경판은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으로 2007년 별도로 기록유산에 등재된다.

한국의 서원은 돈암서원(충남 논산)을 비롯, 소수서원(경북 영주), 도산서원(경북 안동), 병산서원(경북 안동), 옥산서원(경북 경주), 도동서원(대구 달성), 남계서원(경남 함양), 필암서원(전남 장성), 무성서원(전북 정읍) 등 총 9개로 구성된 연속유산이다. 모두 국가지정문화재이다. 진정성·완전성·보존관리계획 등 제반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판단,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유산 14건, 무형유산 20건, 기록유산 16건을 등재하게 되었다. 실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돈암서원은 논산시 연산면 1번 국도변에 있다. 김장생(金長生, 1548 ~ 1631)의 부친 계휘(金繼輝, 1526 ~ 1582)가 경회당을 설립하였고 김장생이 양성당을 세워 학문 연구와 후진 양성에 힘썼다. 1634년 경회당과 양성당을 중심으로 서원이 건립, 1660년(현종1) '돈암(遯巖)'이라 사액(賜額) 된다. 1993년 10월 18일 사적 제282호로 지적된 바 있다. 호서는 물론 기호유림 전체를 영도하는 서원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처음엔 김장생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김장생의 위패만 모셨다가 1658년(효종9) 김집(金集, 1574 ~ 1656), 1688년(숙종14) 송준길(宋浚吉, 1606 ~ 1672), 1695년(숙종21)에 송시열(宋時烈, 1607 ~ 1689)을 각각 추가 배향한다.

의도당
돈암서원 내에 있는 보물 제1569호 의도당
양성당
동재와 서재, 양성당
흥선대원군이 1864년부터 시작한 서원철폐에도 훼철(毁撤)되지 않고 존속한 47개 서원 중의 하나로, 입덕문(入德門) 앞에 산앙루(山仰樓)가 있고, 담장 아래로 하마비(下馬碑)와 송덕비(頌德碑)가 정리되어 있다. 문을 들어서면 좌측에 보물 제1569호인 응도당(凝道堂)이 있고, 우측에 경회당이 있다. 사우(祠宇)인 숭례사(崇禮祠)·기숙사인 동재 거경재(居敬齋)와 서재 정의재(精義齋)·양성당(養性堂)·장판각(藏板閣)·정회당(靜會堂)·내삼문(內三門)·외삼문(外三門) 등의 건물이 있다. 각 건물의 현판과 목판 등은 예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서원의 역할은 성리학의 연구와 교육, 보급하는 것에 있다. 돈암서원은 좀 다르다는 생각이다. 가례를 완성한 김장생을 모시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예학(禮學)의 종장(宗匠)은 누가 뭐래도 사계 김장생이다. 거의 조정에 나가지 않고 향리에 머물면서 학문과 교육에 전념하였다. 그러함에도, 인조반정 이후 서인의 영수 격으로 영향력이 매우 컸다. 비중 있는 명사를 즐비하게 배출하였다. 많은 저술 활동을 하였던바, 『사계전서(沙溪全書)』 51권이 전한다. 대부분 예에 관한 것이라 한다. 예학의 태두로 예학파의 한 주류를 형성하였다.

예는 인간의 품성을 다스리는 일이다. 관습에 근거한 행동규범이다. 집단에 의해 강제되기도 한다. 대인관계 및 관혼상제를 비롯한 제반 의식행사에 있어서 바람직한 처세를 제시한다. 지켜야 할 도리이다. 특히 유학은 예를 강조했기 때문에 유교 문화를 예의 문화라고도 한다. 사회에는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하지 않거나 상호존중, 경건, 엄숙함이 필요하다. 따라서 예는 덕이기도 하다. 공자는 인간 최고의 덕을 인으로 보았다. 그 인은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克己復禮)이라 하였다.

현재 돈암서원에서는 '돈암서원 예(禮) 힐링캠프'와 '돈암서원 인성학교'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들었다. 동시에 한옥 체험마을과 예학관 등의 개관을 서두르고 있다 한다. 내년 개관을 목표로 한옥 체험마을과 예학관 등 16개 건축물을 건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물이 문제가 아니라 나아가, 살아 있는 예학과 예의 전당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영웅호걸도 가까이 보면 필부필부匹夫匹婦로 보인다. 뛰어난 보배도 늘 바라보면 하찮게 느껴진다. 뛰어난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지역에 있다 보니, 우리 모두 소홀히 대한 것은 아닐까? 우리가 소중히 하지 않는데 누가 소중히 하겠는가? 누구나 깊은 관심으로 문화유산을 바람직하게 보전해야 한다. 기려야 한다.

사람의 인식은 늘 변화한다. 예절이나 규범도 바뀌게 되어있다. 그러나, 바람직한 사회 존속을 위해 변함없이 필요로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요즈음 세태는 예를 벗어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동방예의지국의 혼이 되살아나기를, 되살려 보기를 희망한다. 명실상부한 충절의 고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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