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7] 충북 음성, 판소리 ‘천재 소리꾼’ 염계달 명창 길러내다

[10년간의 취재 기록-7] 충북 음성, 판소리 ‘천재 소리꾼’ 염계달 명창 길러내다

‘판소리의 아버지’인 염계달, 충북 음성 한 절에서 ‘득음 터’ 선택…충주는 ‘활동무대’
염계달 명창, 중고제 ‘표준’ 만들고…판소리 경드름과 추천목 ‘창시’

  • 승인 2021-04-06 10:50
  • 수정 2021-08-24 00:45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KakaoTalk_20210406_101734945
고려후기 사찰인 충북 음성군 가섭사(조계종 제5교구 본사 법주사 말사)...음성 가섭사는 대웅전이 무너지는 등 격변의 시대 상황을 겪어왔다. 촬영 날짜는 미상이지만 아마도 오래전 사찰 중건이나 보수 때 스님과 신도 등이 잠시 머물던 장소로 보여진다.<음성군 가섭사 주지 상인스님 제공>
충남지역이 우리나라 '판소리 초기'를 주도했다면, 충북지역은 '판소리의 아버지'를 길러냈다. 굳이 비교하자면 서양음악의 아버지 '바흐'같은 존재를 충북이 보유했던 셈이다. 독일 음악가 바흐는 현재, 서양 음악의 발전과 기초 등의 초석을 다졌던 인물로 평가된다. 바흐와 비교될만한 판소리 명창이 바로 '염계달'이다.

염계달은 판소리 중고제의 기초 등 '성음 표준'을 만들었던 인물이다. '도미노 현상'으로 말하면 가장 위에 서 있는 명창이다. 도미노 첫 팻말이 넘어지면 순서대로 쓰러지듯, 거의 대부분 충청도 중고제 명창들이 염계달 명창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만큼 염계달 명창은 중고제의 가장 위, 그러니까 정점에 서있던 인물이다. 중고제뿐만 아니라 판소리 동·서편제를 통틀어도 최고의 국보급이다.

그렇다면 염계달은 어떤 인물일까. 판소리 역사책으로 사용되고 있는 정노식의 조선창극사(25페이지~28페이지)는 염계달을 이렇게 기록했다. 염계달의 출생지는 경기도 여주군이고, 충북 충주에서 머물며 살았다. 어려서부터 노래와 관련해 '천재' 소리를 들었던 그는 판소리 산 공부를 계획하고 충청도 음성 벽절로 들어가 판소리 공부를 했다.

기록에는 충청도 '음성 벽절'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충북도 음성군 벽절을 말한다. 벽절은 가파른 산벽 아래를 뜻한다. 조선창극사에서 기록된 벽절은 현재 음성군 가섭산 내, 고려후기 사찰인 가섭사(조계종 제5교구 본사 법주사 말사) 경내 산 아래 절벽으로 추정된다. 음성 가섭사 산 아래 절벽이 염계달의 '득음 장소'로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염계달의 득음장소가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사찰 스님 등과 국악학계 등이 '득음터'를 추정할 뿐이다.



ㅇ
판소리 중고제 명창 김창룡이 1931년에 녹음한 염계달제 춘향가 '돈타령' SP음반.
김창룡 명창은 녹음에서 "염계달, 염 선생 제"라고 밝히며 취입했다. 이 곡은 염계달의 특기인 경드름으로 불린다.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염계달은 조선시대 전기 8명창에 속한다. 당시 판소리 기량이 가장 뛰어난 명창을 8명창으로 불렀는데, 염계달과 권삼득, 송흥록, 모흥갑 등이 전기 8명창에 속한다. 이후 조선 후기 명창 등으로 구분된다. 그의 출생지는 경기도 여주, 살았던 지역은 충북 충주, 득음장소는 충북 음성으로 기록돼 있다. 경기도 여주는 실제 충북 음성군, 충주시와 인접한 도시다.

당시 여주군은 행정구역상 충북도였다가 경기도로 편입된 지역이다. 염계달은 당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판소리의 성음인 경드름(경기지방의 독특한 선율)과 추천목(그네를 타는 듯한 선율) 대목을 창시했다.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광한루 대목인 '네 그른 내력'이 대표적인 추천목이다. 이 대목의 선율은 고수관제 '자진사랑가'와 비슷하다.

노재명 판소리 학자는 "조선시대 전기 8명창 가운데 한명인 고수관 명창이 염계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고수관이 특히 잘했다는 엇청의 원류가 염계달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창극사를 쓴 정노식은 초기 판소리인 중고제가 염계달 법제를 계승했다고 기록했다. 이런 점에서 염계달 판소리가 중고제의 '표준'과 같다는 게 국악계의 설명이다.

충북 청주에서 중고제 복원을 위해 노력 중인 조동언 판소리 명창은 "염계달 명창의 소리는 중고제의 첫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초기 판소리의 초석을 다진 명창이 염계달인데, 그의 소리 스타일은 충청도 명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명창들에게 영향을 줬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염계달 명창이 충북 음성 벽절에서 득음했다고 했는데, 그곳이 음성군 가섭사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진명 작가 '세종의 나라'에 시민 목소리 담는다
  2. 세종 '행복누림터 방과후교육' 순항… 학부모 97% "좋아요"
  3. [내방] 구연희 세종시교육청 부교육감
  4.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6년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 접수 시작
  5.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한국건축시공학회와 업무협약 체결
  1. 대전 향토기업 '울엄마 해장국'...러닝 붐에 한 몫
  2.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3. 따르릉~ 작고 가벼운 '꼬마 어울링' 타세요!
  4. 세종시 빛축제, 시민 힘으로 다시 밝힌다
  5. 재난위기가정 새출발… 희망브리지 전남 고흥에 첫 '세이프티하우스' 완공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