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습지 생태보고서] 대전 생태계 보물 갑천습지…"여름철 범람 공존 관리계획을"

  • 사회/교육
  • 환경/교통

[갑천습지 생태보고서] 대전 생태계 보물 갑천습지…"여름철 범람 공존 관리계획을"

6월 5일 31번째 습지보호지역 '갑천' 지정
장마철 산책길 물에 잠기는 범람 습지현상
유영한 교수 "영양분 유입으로 생태계 유지"
습지 관리계획 수립·사유지 매입 시급 과제

  • 승인 2023-09-18 17:26
  • 신문게재 2023-09-19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갑천 습지 범람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갑천습지 산책로에 장마철 범람이 이뤄지고 있다.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풍경이면서 습지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자연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사진=임병안 기자)
대전시민들이 즐겨 찾는 갑천습지를 전국 31번째 내륙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지 100일을 넘어섰다. 지난 두 달 간 집중적으로 관찰한 갑천습지는 여름철 수시로 범람하고, 도솔산과 단절 없이 연결된 덕분에 아스팔트 도심의 가운데 위치했음에도 다양한 생명의 보금자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내륙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으나 생태계 관리체계는 아직 수립되지 않았고, 습지 내 사유지 매입 내년 예산도 마련되지 않았다. 반대로, 호수공원 개발에 대한 생태계 교란 대비 방안도 서둘러 제시될 시점이다. 갑천습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편집자 주>

1. 범람이 만든 도심 습지

2. 시민이 지킨 첫 생태계

3. 호수공원, 도전과 과제



8월 11일 대전에 많은 비가 쏟아졌을 때 이곳 갑천습지는 큰물이 넘쳐 범람을 이뤘다. 금강의 제1지류인 갑천에 불어난 강물이 버드나무 군락을 넘어 시민들이 산책길 삼아 오가는 지점까지 들어찼고, 산책로에 섰을 때 성인 허리쯤 오는 높이에 수위가 형성됐다. 흙이나 돌담을 쌓아 범람을 막는 대부분의 하천과 달리 이곳은 도심 방향의 갑천 좌안에만 제방이 있을 뿐 습지를 이루는 우안에는 도솔산과 월평공원이 제방 구실을 하면서 인공구조물 없이 자연 지형을 지킬 수 있었다. 이곳 산책길을 오가던 시민들에게 이날 범람은 당황스러운 풍경이었으나, 습지 생태계를 연구하는 전문가 시각에서는 습지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자연현상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유영한 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갑천에서 중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에서 습지는 잠깐이라도 물이 차고 넘치는 기회를 가질 때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국내 대부분 하천은 개발돼 제방이 놓임으로써 습지의 특성을 상실하고 있다"며 "갑천습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솔산과 갑천이 단절 없이 연결되고 홍수를 통해 영양분이 유입되는 범람을 경험함으로써, 도심에 있지만 습지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갑천습지2
여름 장마철 갑천습지에 강물이 유입되면서 산책길부터 시작해 습지 전역이 물에 잠긴다.  (사진=임병안 기자)
비가 멈추고 하천 수위가 정체되는 동안 갑천습지는 하천의 수면이 나무와 숲이 있는 곳까지 넓게 연장된 기묘한 풍경을 보여준다. 버드나무는 물에 잠겨 가지만 수면 위로 드러나 아열대 기후 나라의 맹그로브숲을 연상시키고, 달뿌리풀은 물속 수초처럼 물살을 따라 파란 이파리를 너풀거린다.

그렇게 나흘 정도 지나 수위가 내려가서야 산책로가 드러났고, 곳곳에 고운 모래가 쌓이거나 자갈이 모여들어 습지는 전과 다른 지형으로 그 새 바뀌어 있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멸종위기종인 미호종개는 갑천중에서 이곳에서만 서식을 확인했고, 역시 멸종위기의 큰고니도 수년째 이곳 습지를 찾아온다"라며 "갑천 습지가 넓은 것도 아니고 인접한 도솔산이 높은 곳도 아닌데 생물 다양성이 지켜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공적인 시설을 최대한 자제하는 관리계획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유영한 교수 이경호 처장
유영한 공주대 교수와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처장이 갑천습지의 생태계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환경부는 6월 5일 대전 정림동 가수원교부터 월평동 신설 도솔대교까지 총연장 4㎞ 갑천 유역을 습지보호지역(0.901㎢)으로 지정했다. 다만, 대전시가 2020년 수립한 '습지보전실천계획(2021~2025)'에서 설정한 갑천습지(0.959㎢)보다 축소된 것으로 미호종개 서식이 확인된 만년교 하부의 갑천은 이번 습지보호지역에서 제외됐다. 또 현장에는 보호지역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 하나 부착되지 않았을 정도로 국가습지에 맞는 관리는 시작되지 않았고, 습지 내 사유지를 매입할 예산도 내년도 관리계획 수립 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와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다른 국가습지에서 이뤄진 것처럼 서식 생태계 조사 후 시민 이용은 어떻게 보장하고, 습지 생태계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관리계획 수립을 준비하는 단계"라며 "대전시와 협의해 사유지 확보 등의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다가동 예식장 연회장서 천장 마감재 떨어져 하객 10명 부상
  2. 전통시장 수산물 구매, 최대 30% 환급 시작
  3. 아산시, "걷기로 건강도 혜택도 챙기세요"
  4. 어촌마을 워케이션, 바다와 함께 일하며 쉼표 찍는다
  5. aT, 무궁화 보급 유공자에 표창 수여
  1. '노후 원양어선' 대체 건조 본격화...6월 중 최종 사업자 선정
  2. 상명대, 소수정예 웹툰작가 양성사업 선정 및 참여 교육생 모집
  3. '고향서 100일' 부석사 불상 日 귀양길…"그곳서 일본 양심 깨우길"
  4. '소 써레질·손 모내기' 특별한 광경...5월 21일 만난다
  5. 천안동남서, 대학 축제기간 마약류 이용 성범죄 예방 캠페인 실시

헤드라인 뉴스


`고향서 100일` 부석사 불상 日 귀양길…"그곳서 일본 양심 깨우길"

'고향서 100일' 부석사 불상 日 귀양길…"그곳서 일본 양심 깨우길"

충남 서산 부석사에 모셔져 신자들이 친견법회를 가진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5월 10일 이운 법회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여정에 올랐다. 신자들은 지난 100일 정성으로 봉양한 불상을 떠나보내는 슬픔과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른 채 오히려 그곳에서 일본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가 되어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했다. 10일 오전 부석사가 있는 서산 도비산은 짙은 안개와 함께 강한 바람으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악천후 속에서 이운 법회가 개최됐다. 이날 부석사 설법전에는 신자 50여 명과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과 수덕사 주지 도신..

의대생 8305명 유급, 46명은 제적… 수업참여 34.4% 그쳐
의대생 8305명 유급, 46명은 제적… 수업참여 34.4% 그쳐

전국 40개 의과대학 재학생 46명이 제적되고 8305명이 유급 대상자로 확정됐다. 학기 말 성적경고 예상자 등을 포함하면 1만 2767명에 달해 수치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40개 의과대학 유급 및 제적 대상자 현황'에 따르면, 의대생 1만 9475명 중 42.6%에 해당하는 8305명이 유급, 0.2%인 46명이 제적될 예정이다. 예과 과정에 유급이 없는 대학의 경우, 2025학년 1학기 이후 성적경고 예상 인원은 3027명(15.5%)으로 나타났다. 또 1학기 등록 시 1개 과목만 수강 신청해..

청남대 이어 `국민 품으로` 청와대...거스를 수 없는 대의
청남대 이어 '국민 품으로' 청와대...거스를 수 없는 대의

2022년 5월 10일 전면 개방과 함께 국민 품에 안긴 지 3주년을 맞은 '청와대'. 영욕의 상징으로 통한 청와대의 미래지향적 선택지는 어디일까. 6월 3일 대선 국면에선 다시금 권력의 품으로 돌아가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청와대 방문객 수가 부쩍 늘고 있다. 운영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청와대 재단은 이 같은 여건 변화와 관계 없이 일상적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중도일보는 '국민 vs 권력' 사이에서 기로에 선 청와대 개방 3주년을 재조명하고, 대통령실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 필요성에 무게를 싣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봄비가 와도 즐거운 제14회 월화수목 대전달빛걷기대회 봄비가 와도 즐거운 제14회 월화수목 대전달빛걷기대회

  • ‘6월3일, 꼭 투표하세요’ ‘6월3일, 꼭 투표하세요’

  • 제51회 양성서도회원전 12일까지 전시 제51회 양성서도회원전 12일까지 전시

  • ‘어버이 은혜 감사합니다’ ‘어버이 은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