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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갑천습지 산책로에 장마철 범람이 이뤄지고 있다.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풍경이면서 습지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자연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사진=임병안 기자) |
1. 범람이 만든 도심 습지
2. 시민이 지킨 첫 생태계
3. 호수공원, 도전과 과제
8월 11일 대전에 많은 비가 쏟아졌을 때 이곳 갑천습지는 큰물이 넘쳐 범람을 이뤘다. 금강의 제1지류인 갑천에 불어난 강물이 버드나무 군락을 넘어 시민들이 산책길 삼아 오가는 지점까지 들어찼고, 산책로에 섰을 때 성인 허리쯤 오는 높이에 수위가 형성됐다. 흙이나 돌담을 쌓아 범람을 막는 대부분의 하천과 달리 이곳은 도심 방향의 갑천 좌안에만 제방이 있을 뿐 습지를 이루는 우안에는 도솔산과 월평공원이 제방 구실을 하면서 인공구조물 없이 자연 지형을 지킬 수 있었다. 이곳 산책길을 오가던 시민들에게 이날 범람은 당황스러운 풍경이었으나, 습지 생태계를 연구하는 전문가 시각에서는 습지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자연현상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유영한 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갑천에서 중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에서 습지는 잠깐이라도 물이 차고 넘치는 기회를 가질 때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국내 대부분 하천은 개발돼 제방이 놓임으로써 습지의 특성을 상실하고 있다"며 "갑천습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솔산과 갑천이 단절 없이 연결되고 홍수를 통해 영양분이 유입되는 범람을 경험함으로써, 도심에 있지만 습지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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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마철 갑천습지에 강물이 유입되면서 산책길부터 시작해 습지 전역이 물에 잠긴다. (사진=임병안 기자) |
그렇게 나흘 정도 지나 수위가 내려가서야 산책로가 드러났고, 곳곳에 고운 모래가 쌓이거나 자갈이 모여들어 습지는 전과 다른 지형으로 그 새 바뀌어 있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멸종위기종인 미호종개는 갑천중에서 이곳에서만 서식을 확인했고, 역시 멸종위기의 큰고니도 수년째 이곳 습지를 찾아온다"라며 "갑천 습지가 넓은 것도 아니고 인접한 도솔산이 높은 곳도 아닌데 생물 다양성이 지켜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공적인 시설을 최대한 자제하는 관리계획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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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한 공주대 교수와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처장이 갑천습지의 생태계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환경부와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다른 국가습지에서 이뤄진 것처럼 서식 생태계 조사 후 시민 이용은 어떻게 보장하고, 습지 생태계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관리계획 수립을 준비하는 단계"라며 "대전시와 협의해 사유지 확보 등의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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