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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습지 일원에서 서식하는 오소리, 익모초와 호랑나비, 후투티, 납자루(시계 방향순) 모습. 사진=임병안 기자 |
지난 7월 10일부터 20여 차례 탐사를 통해 흰눈썹황금새, 파랑새, 검은댕기해오라기, 아물쇠딱다구리, 후투티 등의 조류를 육안으로 확인했고, 계곡에서는 민달팽이, 기후변화에 민감한 지표종인 큰산개구리, 무당개구리, 측범잠자리 등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또 갑천의 범람이 물러간 후에는 익모초 꽃향기에 이끌린 호랑나비 떼가 꿀을 빨고, 뱀눈을 닮은 무늬의 부처나비, 애기세줄나비도 쉽게 눈에 들어왔다. 버드나무 그늘이 내려앉은 갑천 수면에는 얼룩동사리와 피라미가 인기척에 놀라 모래톱 바닥으로 숨고, 때마침 수정기를 맞은 납자루는 혼인색을 띤 수컷과 수정관을 늘어트린 암컷이 돌멩이 밑을 헤집으며 산란할 곳을 찾고 있었다.
유영한 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기자와 갑천습지를 둘러본 끝에 "납자루는 수초가 우거지고 물이 맑은 하천에서 서식하는데, 산란기 암컷은 조개가 물을 들이마실 때 그 구멍에 산란관을 꽂아 알을 낳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라며 "납자루가 많다는 것은 모래톱 속에 조개류 그중에서 대칭이나 민물 펄조개가 있다는 의미인데 조사를 해보면 깃대종으로 삼을만한 귀한 개체가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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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갑천생태계 보전을 위해 시민들이 금줄잇기 캠페인을 진행했고, 같은 해 환경단체 회원들이 보트시위 소식을 전한 중도일보 기사. |
당시 '월평공원·갑천생태계 지키기 시민연대' 대표 의장을 맡은 박재묵 충남대 명예교수는 중도일보와 만나 "도로가 놓일 경우 갑천의 생태계가 파괴될 것인 뻔한 상황에서 환경단체가 외로운 투쟁을 할 때 시민들이 나서고 전문가들도 보존할 가치를 인정하면서 도로 계획이 취소된 곳에 습지가 남을 수 있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2006년 월평공원 도솔터널 건설 때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2018년 갈마지구 민간 아파트 건설사업을 취소했으며, 2021년 다시금 습지에 제방도로를 건설하는 국토교통부 계획을 백지화하는 등 대전시민과 환경이 가장 밀접하게 결속하는 장소가 되었다는 해석이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1999년 도로건설이 그대로 추진되었다면 이후 지역에서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지금과 다르게 미약하거나 실천도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며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만큼 보존가치는 변치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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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갑천습지 생태적 가치와 보전운동에 대해 유영한 공주대 교수, 박재묵 충남대 명예교수,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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