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성형하는 미인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 성형하는 미인

윤여환 충남대 예술대학 회화과 교수

  • 승인 2019-01-14 09:28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윤여환 충남대 교수
윤여환 충남대 예술대학 회화과 교수
얼마 전 성형 중독으로 고통 속에 살았던 한혜경 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2004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통해 사연이 알려지며 '선풍기 아줌마'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직접 자신의 얼굴에 실리콘과 콩기름 등을 주입, 얼굴이 보통 사람의 4배까지 비대해졌다. 지난 2013년 방송된 KBS2 '여유만만'에 출연해 자살을 시도했던 과거를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는 형모 자체를 바꿔서라도 미인이 되고 싶어 하는 병적인 집착이 초래한 부작용의 결과이다.

의술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단지 그리는 화장법과 문신 화장법만으로 만족했다. 여인의 미모에 대한 선호사상과 유행은 기원전 500여년 전 공자시대에서도 활발했었고 뚜렷한 미인관이 있었다. 여인의 미용사를 보면 이마를 넓어 보이게 하는 미용술이 있다. 이마와 머리와의 경계에 있는 머리카락을 뽑아 발제선(髮際線)을 가지런하게 하고 이마를 네모지고 높게 만드는 미용술인데, 족집게를 이용한 '뽑는 미용법'으로 고대 여인들에서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네모진 이마는 아름다운 여인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진수는 네모진 이마를 뜻하는 미인을 일컫는 단어인데 '진수'의 언급은 일찍이 '詩經'에도 기록되어 있다. 석인- 시경위풍(碩人-詩經衛風)에 보면 진수아미라고 하여 털매미 이마에 누에나방 눈썹이라는 뜻으로, 넓고 네모 반듯한 이마에 초승달 같은 눈썹인 여자 얼굴을 형용한 것으로 보아 진수아미 모양이 그 당시 미인의 전형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미(蛾眉)는 아미청대(蛾眉靑黛)라 하여 주(周)나라 때에는 여인들 사이에서 눈썹을 제거하고 그 위에 눈썹먹, 즉 대(黛)로 검푸른 색의 눈썹을 그리는 풍조가 유행하였다. 아미라는 것은 누에나방에 붙어있는 가늘고 긴 두 개의 더듬이에서 따온 말로, 누에나방의 눈썹처럼 예쁜 눈썹을 이르는 말이다. 이는 초승달과 같은 형태를 하였는데, 초승달을 아미월(蛾眉月)이라고 부르는 것도 여기에서 유래하였다.



조선 시대에는 초승달 같은 눈썹을 표현하기 위해 족집게로 일부를 뽑아 가다듬고 굴참나무, 너도밤나무, 버드나무의 목탄, 보리깜부기를 기름에 개어 바르거나 등잔의 그을음을 가는 붓에 묻혀 눈썹을 그렸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의 문헌에도 진수감도 용안시근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대목을 해석해 보면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 황후가 되기 위해 김수로왕을 처음 만날 때도 진수아미 화장을 하고 맞이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진수아미 화장법은 [고구려벽화 안악3호분]에 그려진 묘주부인의 용모에서도 뚜렷하게 표현되어 있다.

조선 전기 [하연 부인상]에서도 진수아미 화장을 한 것을 볼 수 있고 신윤복의 [미인도]나 평양의 의기 [계월향]영정 그리고 구한말 채용신의 [운낭자상]과 그 당시 여인들의 사진을 봐도 이러한 진수이마 모양을 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거룩한 분노와 숭고한 죽음으로 국난을 극복한 의열여인 논개(論介)도 진수아미 화장을 했을 것으로 짐작되어 "논개국가표준영정(제79호)" 제작에 있어서도 진수아미의 화장법을 따랐다.

일본 에도(江戶)시대에도 강렬한 문신 화장문화가 오랫동안 유행하였다. 이 시대 우키요에(浮世繪) 미인도 중에 거울 앞에서 화장하는 여인의 자태는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현대는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사랑받기 위한 미용연구가 성형미인으로 진화하는 시대에 와 있다. 선풍기 아줌마처럼 부정적인 경우도 있지만 성형하는 미인이 음지의 삶에서 활성화된 양지의 삶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많다. 요즘 BTS와 K팝 아이돌그룹에 전세계인이 열광하고 있는 것도 한국의 뛰어난 성형문화가 가져온 긍정적인 측면일 것이다.

윤여환 충남대 예술대학 회화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양주시, 옥정물류창고 2부지 사업 취소·용도변경 양해각서 체결
  2. 노희준 전 충남도정무보좌관,'이시대 한국을 빛낸 청렴인 대상'
  3. 천안시농업기술센터, 2026년 1~2월 새해농업인실용교육 추진
  4. 천안문화재단, 2026년 한 뼘 갤러리 상반기 정기대관 접수
  5. 천안법원, 토지매매 동의서 확보한 것처럼 기망해 편취한 50대 남성 '징역 3년'
  1. [독자칼럼]센트럴 스테이트(Central State), 진수도권(眞首都圈)의 탄생
  2. 천안중앙도서관, '1318채움 청소년 놀이터' 운영
  3. 대전 아파트 화재로 20·30대 형제 숨져…소방·경찰 합동감식 예정
  4. 은둔고립지원단체 시내와 대전 중구 청년센터 청년모아 업무협약
  5. 백석대학교 물리치료학과, 성장기 아동 척추 건강 선제적 관리 나서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여론` 어쩌나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여론' 어쩌나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지역사회에서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 전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강한 추진 동력을 얻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3월까지 통합 관련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시작점인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도 24일 만나 통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속도를 내면서 지역에서 '주민 의견 부족' 등 졸속 추진에 대한 우려..

대전·충남통합 추진 속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 `3자 구도`로
대전·충남통합 추진 속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 '3자 구도'로

대전·충남통합 추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이 3파전으로 재편된다. 출마를 고심하던 장종태 국회의원(대전 서구갑)이 경쟁에 뛰어들면서다. 기존 후보군인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장철민 국회의원(대전 동구)은 대전·충남통합과 맞물려 전략 재수립과 충남으로 본격적인 세력 확장을 준비하는 등 더욱 분주해진 모습이다. 장종태 국회의원은 29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그동안 장 의원은 시장 출마를 고심해왔다.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며 민주당의 대전·충청권 지방선거 승리를 견인해야 한..

정부 개입에 원·달러 환율 1440원대 진정세… 지역경제계 "한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
정부 개입에 원·달러 환율 1440원대 진정세… 지역경제계 "한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이 정부의 본격적인 시장 개입으로 1440원대로 내려앉았다. 지역 경제계는 가파르게 치솟던 환율이 진정되자 한숨을 돌리면서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우려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8일 금융시장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40.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4일 1437.9원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주 초 1480원대로 치솟으며 연고점에 바짝 다가섰으나, 24일 외환 당국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