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세태 풍자, 출문간월도(出門看月圖)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세태 풍자, 출문간월도(出門看月圖)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9-08-0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생육환경이 좋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는 십수 년이면 목재로 사용이 가능하다. 생태환경이 조금 뒤지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속도로 자라는 나무가 있다. 바로 오동나무이다. 가장 빨리 자라는 나무로 손꼽힌다. 빠르면 10년, 보통 15 ~ 20년 자라면 아름드리나무로 성장, 훌륭한 목재가 된다. 빨리 자라면 목질이 단단하지 못한 단점이 있다. 밀도로 보면, 제일 단단하다는 박달나무 삼 분의 일 수준이라 한다. 그러함에도 효과적인 세포분열과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적절히 조화시켜 자신의 몸값을 올렸다. 얇은 판으로 만들어도 갈라지거나 뒤틀리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다. 거기에다 가볍고, 울림과 소리 전달력이 좋아 거문고, 가야금, 비파 등의 악기 재료로 쓰인다. 소리와 울림이 좋은 탓일까? 전설 속의 새, 봉황이 깃든다는 나무이기도 하다. 문양 또한 좋아서 책장, 경대, 장롱 등의 가구재로도 인기 만점이다.

과거 선조들은 딸 낳으면 울안에 오동나무를 심었다 한다. 원줄기를 잘라주면 줄기가 새로 돋는데, 그를 자동(子桐)이라 하고, 한 번 더 잘라주어 돋는 줄기를 손동(孫桐)이라 한다. 손동이 가장 질 좋은 목재가 된다. 고이 기른 여식이 시집가게 되면 오동나무를 벤다. 목수 드려 각종 가구를 만들어 주었단다. 지금이야 자녀를 위해 오동을 심는 경우는 흔치 않겠지만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나무이다.

김득신의 출문간월도(出門看月圖, 25.3 × 22.8㎝, 개인소장)를 보자. 잘 사용하지 않는 파격적인 구도다. 대담하게 한가운데에 오동나무를 우뚝 세웠다. 화면이 양분된다. 양분된 화면을 하나로 엮어내는 교묘한 수법이 탁월하다. 넓은 잎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이도 거꾸로다. 절로 무게를 느끼게 한다. 모두 탈속의 경고 같다. 그 아래 개가 앉아 둥근 달을 올려다보며 짖어댄다. 잘 사는 집이 아닌 듯, 초가 가까이 작은 나무가 담장을 대신한다. 앞쪽으론 울타리다. 채근에 못 이겨, 누워있던 아이가 사립문 밖으로 나온 모양이다. 잠옷 바람이다. 개 짖는 소리 외엔 휘황한 달빛만 고고하다. 다소 거칠게 표현했으나 달밤의 운치가 그대로 담겨있다. 아이는 잠도 잊고 울타리에 의지한 채 달빛에 젖는다.

시골에 살아 본 사람은 안다. 어쩌다 스치는 소슬바람에 흔들리는 오동잎, 잎이 떨어지는 소리, 열매가 살 부딪는 소리를 내면 놀란 개가 짖는다. 한 마리가 짖게 되면 옆집 개가 따라 짓고, 급기야 온 동네 개가 영문도 모르고 함께 짓는다. 어른들은 알면서, 혹여 밤손님이라도 온 것일까 헛기침하기도 하고 내다 보기도 한다. 개를 안심시키는 호응이기도 했으리라. 겁많은 개가 호들갑이다. 사나운 개는 짖지 않는다. 몰래 다가가 덥석 물고 늘어진다.

이 그림은 아무래도 중간에 쓴 화제畵題에 눈길이 간다. "一犬吠 二犬吠 萬犬從此一犬吠 呼童出門看 月卦梧桐第一枝.(개 한 마리가 짖네, 두 마리가 짖네, 만 마리 개가 이 한 마리 개를 따라 짖네, 아이 불러 문밖에 나가 살피라 했더니, 달이 오동나무 제일 높은 가지에 걸려 있네)".

이 이야기는 "개 한 마리가 그림자 보고 짖으면 수많은 개가 소리 듣고 짖는다. 一犬吠形 百犬吠聲"는 고사성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왕부(王符, ? ~ 162, 중국 후한의 철학가)의 『잠부론潛夫論』〈현난賢難〉에 나오는 속담에서 유래 됐다. 내용이 대단히 길다. 현난은 어진 사람 얻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한 사람이 헛된 말을 꾸며서 퍼뜨리면 다른 사람이 그를 사실로 알고 퍼트리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거짓의 병폐, 들리는 소리만 좇다가 과오를 저지르고 사회를 도탄에 빠트린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출문간월도
출문간월도(出門看月圖),? 25.3 x 22.8 cm, 서울 개인소장, 긍재(兢齋) 김득신(金得臣)
왕부는 출세 지향 주의 풍조에 염증을 느끼고 일생 은거하며 저술에 전념하였다. 공허한 논리와 화려한 수식을 반대하고 실질을 숭상하였다. 그의 저서 잠부론은 2004년 임동석 교수가 완역, 더 많이 알려졌다. 과거에도 세간에 많이 회자 되었던 모양이다. 같은 내용의 그림, 비슷한 내용의 글이 많다. 김득신 또한 떠도는 말을 옮겨 적은 것으로 보인다.

왠지 요즘 우리 사회를 적나라하게 풍자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SNS 시대의 가장 큰 장점이요 단점이다.

나라가 총체적 난국이다. 진정으로 걱정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학계의 자발적 기술자문 등 바람직한 움직임도 보인다. 이성적 방향 제시도 있다. 정작 정부는 이렇다 할 해법이 없는 듯하다.

아무 노력 없이 해놓은 합의는 모두 깨고, 준비나 대응 없이 외면하고 있다 불거진 잘못은 남 탓으로 돌린다. 감성팔이로 선동질만 하다가, 해법이라고 내놓은 것이 평화경제다. 먹고 살기도 급급한 북한과 협력하여 일본을 이기겠단다. 기술력 차이를 선언만으로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인가? 기업활동, 생산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기나 하는지? 뜻 모르는 미사여구로 혹세무민(惑世誣民), 21세기 대명천지에 아무런 대책 없이 이웃과 싸우자고 한다. 외교는 냉철해야 한다. 감정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뜻을 함께할 국가가 있기나 한가? 외교전을 펼치겠다는 말도 공허하기만 하다. 일반인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울분과 격정을 토로할 수 있다. 국정 책임자가 할 일은 아니다. 그와 부화뇌동하여 따라 짖는 자들은 무엇인가?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교육청 2026년 공무직 채용 평균 경쟁률 6.61 대 1… 조리실무사 '최저'
  2. 의대 정원은 늘리는데 비수도권은 교원 확보 난항…감사원 "대책 시급"
  3. 6개월 째 치솟는 주담대 금리…대전·세종·충남 실수요자 부담 가중
  4. 표준연 '플래시 방사선 1초 암 치료기' 프로젝트 시작 "2035년 상용화 목표"
  5. 교복부터 릴스까지… 대전교육감 후보 이색 홍보 경쟁
  1. 임신 23주 600g 신생아 4개월 집중치료 덕분에 '집으로'
  2. [박현경골프아카데미]호구 안 당하고 싶다면 이렇게 하세요..현직 프로들이 말하는 OECD 극복하기
  3. 대통령 체험학습 발언에 지역 교원단체 "교권 보호" 한목소리
  4. "지식재산고등법원으로" 특허법원 명칭 개정 목소리 나와
  5. 대전 구청장 선거전 본격화…현역 "수성" vs 도전자 "변화"

헤드라인 뉴스


"멈춰? 그냥 가? 헷갈려요"… 우회전 일시정지 시민 혼선

"멈춰? 그냥 가? 헷갈려요"… 우회전 일시정지 시민 혼선

29일 오전 9시 30분께 대전 용소네거리. 출근길 정체는 어느 정도 빠졌지만 주택가에서 도안동로와 건양대병원 방면으로 빠져나가려는 우회전 차량 흐름은 적지 않았다. 차량 대부분은 속도를 조금 줄인 뒤 그대로 우회전했다. 바퀴가 완전히 멈춰 선 차량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가 시행된 지 시간이 흘렀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서행'과 '일시정지'의 경계가 흐릿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오전 9시 36분께였다. 우회전 일시정지 집중단속을 앞두고 경찰 차량과 경찰관들이 교차로 주변에 모습을 드러내자 우회전 차량들이 눈..

與 충청 시·도지사 후보, "수도권 일극 깨부순다" 초광역 협력 선언
與 충청 시·도지사 후보, "수도권 일극 깨부순다" 초광역 협력 선언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4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수도권 일극체제 타파와 초광역 협력을 내걸며 세몰이에 나섰다. 더 이상 지역 간 소모적인 경쟁 없이 세종 행정수도 완성과 광역 경제·생활권 구축 등 핵심 의제에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담았다. 이를 통해 충청권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지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이어갔다. 허태정(대전), 조상호(세종), 박수현(충남), 신용한(충북) 시·도지사 후보는 29일 오전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충청권 공동대전환' 선언식을 가졌다. 이들은 "수도권 일극체제는 더 이상 대한민..

대전 버드내초 인근 신생 핫플레이스로 `주목`…신규 창업점포 지속적 증가
대전 버드내초 인근 신생 핫플레이스로 '주목'…신규 창업점포 지속적 증가

대전지역 곳곳에서 신생 상권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평소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에 아파트가 들어서거나, 다시금 유동인구가 늘어나며 신규 점포 등이 하나둘 문을 열고 있어서다. 기존 상권과 달리 신규 창업 점포가 눈에 띄게 눈에 띄게 확장되자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다. 29일 소상공인 365 빅데이터가 추려낸 대전 신생 핫플레이스는 중구 유천1동 '버드내초등학교' 인근이다. 신생 핫플레이스란, 상권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장소로 최근 들어 급부상하는 곳을 뜻한다. 5만 1045㎡ 규모의 해당 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때 이른 더위에 장미꽃 ‘활짝’ 때 이른 더위에 장미꽃 ‘활짝’

  • ‘우회전 시 일시정지 꼭 해주세요’ ‘우회전 시 일시정지 꼭 해주세요’

  • ‘74명 사상’ 안전공업 건물 철거 돌입…현장감식 병행 ‘74명 사상’ 안전공업 건물 철거 돌입…현장감식 병행

  • 이재명 대통령,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제481주년 기념다례 참석 이재명 대통령,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제481주년 기념다례 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