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 승인 2020-10-05 14:33
  • 신문게재 2020-10-06 18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2020082401001722500068621
서준원 정치학 박사
역시 나훈아였다. 코로나19 탓에 언택트(비대면) 공연이었지만, 국민은 오랜만에 신나는 감흥과 속절없이 허물어져 가는 희망과 용기를 챙길 수 있었다. 음악은 순간 예술이지만, 음을 통한 전달력이 강해서 맘 속 깊이 파고든다. 나훈아 추석맞이 공연을 주최한 KBS도 오랜만에 시청률(29.0%)이 급등했다. 온 국민의 성원 속에서 재방송했고, 이번에도 높은 시청률(18.7%)을 기록했다.

나훈아 신드롬이 추석 명절을 감싸 안았다. 우리 사회와 국민에게 던져준 그의 메시지는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다. 가황 나훈아는 코로나19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진심 어린 격려와 함께 "대한민국 어게인"을 외쳤다. 그렇다, 우리는 다시 이겨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보다 더한 난국도 헤쳐 나온 민족이다. 위정자를 믿기보다는 국민이 바로 서면 어떤 역경도 헤쳐나갈 수 있기에, 다시 일어서자는 외침에 온 국민은 큰 박수로 답했다.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국민이 힘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다"는 대목을 놓고 정치권은 여전히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마, 가황은 위선이 아닌 진정한 정치와 권력행사를 기대한 것 같다.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단순의미의 위정자(爲政者)가 아닌 사심에 빠진 위정자(僞政者)를 의미하는 것 같다. 정치의 원조 교주격인 소크라테스까지 노랫말로 불러낸 가황이다. 속 좁은 의미에서 현 정권만을 염두에 둔 적시가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지난 역사를 통해서 얻어 낸 통시적 관점의 심경을 쏟아낸 것이지만, 현 정권과 여야 모두가 겸허하게 새겨들었으면 한다. 게다가 공연을 마련한 KBS에도 내뱉기 어려운 고언을 했다. "KBS가 여기저기 눈치 안 보고, 정말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거듭 날 겁니다”라는 기대와 희망을 토로했다. 이 대목에선 KBS 입장에선 듣기가 거북해서 아마 그의 발언을 편집과정에서 삭제하고 싶었을 것이다.



노개런티로 공연한 그의 사전 주문이 치밀했던 것 같다. 예인으로서의 길을 간다지만, 작곡과 작사를 하다 보면 다양한 고심이 따를 것이다. 오죽하면 소크라테스까지 불러내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를 되묻고 있을까 싶다. 정치학자로서도 플라톤 이전의 소크라테스는 먼 존재다. 그는 말만 남겼지, 글을 남긴 게 없다. 플라톤부터 정치학의 기둥이 세워졌다. 노랫말에 사랑과 효심을 반영시켰지만, 내심 현실을 보면서 '테스 형'을 불러낸 것 같다. 어쩌면 가황은 탁월한 낭만주의자이자 반면에 지극히 현실주의자다.

10월 3일 개천절(開天節)의 광화문 광장은 경찰 버스로 옹벽을 쌓아 기괴한 산성이 만들어졌다. 하늘이 열리고 우리 민족이 나라를 세운 날에,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각종 집회와 국민의 목소리가 원천차단 봉쇄돼 광화문 광장은 굳게 닫혔다. 국내에서도 기본권을 제한하는 집회 원천봉쇄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례가 있다. 현 정권이 보여준 기괴망칙한 장벽을 보고, 국제사회는 어떤 평가를 할까. 코로나19 탓에 가뜩이나 맘과 몸이 힘든 데, 기본권마저 훼손된다면 훗날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현 정권은 왜 그렇게 매사에 자신이 없는지, 코로나19를 앞세운다 해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다.

광화문 광장을 원천봉쇄하고, 대중이 모여드는 놀이동산과 백화점은 인산인해로 풀어 놓았다. 현실이 이러니 형평성과 공정의 가치가 헷갈린다. 코로나19 관련해 쏟아지는 각종 대책과 기본권 훼손 충돌 탓에, 세계 각국에서 연일 집회가 펼쳐지고 극렬한 저항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선 우리처럼 원천적 차벽 봉쇄를 하지 않고 있다. 시위대는 "공포의 정치(정책), 중단하라”, “우리의 자유를 강탈하지 마라” 등 기본권 수호를 외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이런저런 과잉대응이 점점 우려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런 사안을 놓고 언론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침묵하고 있다.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으니, 국민의 기본권마저 코로나19에 감염돼 서서히 무너지는 중이다. 코로나19는 한시적 현상이지만, 기본권은 한번 무너지면 엄청난 희생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서준원 정치학 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4658만$ 수출계약 맺고 거점 확장"… 김태흠 지사, 중국·베트남 출장 마무리
  2. 공회전 상태인 충남교육청 주차타워, 무산 가능성↑ "재정 한계로 2026년 본 예산에도 편성 안 해"
  3. [중도일보 창간74년]어제 사과 심은 곳에 오늘은 체리 자라고…70년 후 겨울은 열흘뿐
  4. [창간74-축사] 김지철 충남교육감 "든든한 동반자로 올바른 방향 제시해 주길"
  5. [창간74-축사] 김태흠 충남도지사 "중도일보, 충청의 역사이자 자존심"
  1. [창간74-축사] 홍성현 충남도의장 "도민 삶의 질 향상 위해 협력자로"
  2. [중도일보 창간74년]오존층 파괴 프레온 줄었다…300년 지구 떠도는 CO₂ 차례다
  3. [한성일이 만난 사람 기획특집-제99차 지역정책포럼]
  4. [창간74-AI시대] 대전 유통업계, AI 기술 연계한 거점 활용으로 변화 필요
  5. [창간74-AI시대] AI, 미래 스포츠 환경의 판도를 재편하다

헤드라인 뉴스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시가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인 4조 7309억 원을 확보했지만, 일부 현안 사업에 대해선 국비를 따내지 못해 사업 정상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비와 웹툰 IP 클러스터, 신교통수단 등 지역민 삶의 질 향상과 미래성장 동력 확충과 직결된 것으로 국회 심사과정에서 예산 확보를 위한 총력전이 시급하다. 1일 대전시에 따르면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제외된 대전시 사업은 총 9개다. 앞서 시는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운영지원 사업비(29억 6000만 원)와 웹툰 IP 첨단클러스터 구축사업 15억 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천댐 건설 재검토 지시를 내린 김성환 환경부 장관을 향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천댐 건설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김돈곤 청양군수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선출직 공무원"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지사는 1일 도청에서 열린 2026 주요정책 추진계획 보고회에서 김 장관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화력발전 폐지 지역에 대한 특별법을 추진할 때 그의 반대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화력발전을 폐지하고 대체 발전을 추진하려는 노력을 반대하는 사람이 지금 환경부 장관에 앉아 있다. 자격이..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특별자치시가 2030년 완성기까지 '국가상징구역'과 '중앙녹지공간'을 중심으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1일 세종시 및 행복청의 2026년 국비 반영안을 보면, 국가상징구역은 국회 세종의사당 956억 원, 대통령 세종 집무실 240억 원으로 본격 조성 단계에 진입한다. 행정수도 추진이란 대통령 공약에 따라 완전 이전을 고려한 확장 반영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년 국비가 집행되면, 국회는 2153억 원, 대통령실은 298억 원까지 집행 규모를 키우게 된다. 국가상징구역은 2029년 대통령실,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 마지막 물놀이 마지막 물놀이

  •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