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희의 세상읽기] 디지털 잊힐 권리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우창희의 세상읽기] 디지털 잊힐 권리

  • 승인 2022-07-20 14:05
  • 신문게재 2022-07-21 18면
  • 우창희 기자우창희 기자
우창희인
우창희 뉴스디지털부 부장
아동·청소년의 권리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 잊힐 권리'가 강화된다. 잊힐 권리란 온라인상에 개인의 사진이나 글, 동영상에 타인의 접근을 배제하거나 삭제요청 할 수 있는 권리다. 잊힐 권리가 시행된 지 5년이 다 된 이제서야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권리도 보호받게 됐다. 아동·청소년이 디지털에서 보호받아야 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부모와 지인들에 의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다.

# 5월 배우 A씨가 본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부산의 한 호텔 발코니에서 엉덩이를 드러내고 창밖을 보는 아들(5세)의 사진을 게재했다. 프로스포츠 선수와 결혼한 유명 배우 B씨도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옷을 벗은 채 짓궂은 표정으로 춤을 추며 창문을 닦는 26초 분량의 아들(4세) 동영상을 올렸다.

이렇게 온라인상에 노출된 아동들의 개인정보는 자녀의 의사나 권리와 무관하게 부모들에 의해 행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어린 나이일 때는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이유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록해 놓겠지만, 세월이 흘러 아이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올라갔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SNS를 통해 올린 우스꽝스러운 사진이나 영상들이 친구들에 의해 캡처돼 퍼져나가며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자녀의 상세한 정보를 담은 포스팅을 게재하는 행위를 세어런팅(Sharenting)이라고 한다. 양육(parenting) 과정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 공유(share)한다는 의미다. 자녀의 동의 없이 SNS에 공유하는 행위는 '아동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라는 지적도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지난해 조사를 살펴보면, 11살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는 86.1%가 자녀의 의사를 묻지 않고 사진이나 이름 등 개인정보를 SNS에 공유한다고 밝혔다. 7.7%의 부모만이 매우 잘 확인한다고 답했다.

아동·청소년들의 개인정보는 범죄에도 노출될 우려가 높다. 실제로 호주 사이버안전위원회가 호주 소아성도착증 범죄 사이트에서 발견한 사진의 절반가량이 SNS 사진이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밝힌 적이 있다. 국내서도 지난해 10월 한 범죄자가 SNS에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9세 여자아이에게 접근해 유괴했다가 미성년자 약취유인 협의로 구속된 사례도 있다.

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교육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는 11일 합동 브리핑을 통해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디지털 잊힐 권리'를 통해 아동·청소년 시기에 본인이나 제3자가 올린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숨김처리 할 때 정부가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돕기로 했다. 2024년까지 관련 법을 고쳐 본인뿐 아니라 친구나 부모 등이 올린 개인정보까지 삭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필자는 개인 SNS를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초창기에 열심히 하다가 너무 많은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사용을 중지했다. 때로는 지인과의 자리에서 어쩔 수 없이 노출되어 공유되는 사진에는 정중히 업로드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다. 간혹 스타병에 걸려 본인과 일행을 찍어 올리려는 사람이 있을 땐 촬영되는 사진 각도 안에 들어가지 않도록 자리를 피한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개인적인 성향 탓에 두 명의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던 때도 게임에 대한 강제보다 SNS의 폐해를 먼저 설명해 줬다. 당연히 자녀의 귀엽고 사랑스런 모습은 필자의 핸드폰과 보안이 확실한 지인형 SNS에만 기록돼 있다. 무심코 올린 개인정보는 시간이 흐른 후 원치 않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어릴 적부터 교육받은 자녀들은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듯 하다.

'디지털 잊힐 권리'는 개인의 선택이다. 성인이라면 본인의 행동과 결과에 책임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녀의 '디지털 잊힐 권리'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신중히 생각해 보길 권한다.
우창희 기자 jdnews0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4658만$ 수출계약 맺고 거점 확장"… 김태흠 지사, 중국·베트남 출장 마무리
  2. 공회전 상태인 충남교육청 주차타워, 무산 가능성↑ "재정 한계로 2026년 본 예산에도 편성 안 해"
  3. [중도일보 창간74년]어제 사과 심은 곳에 오늘은 체리 자라고…70년 후 겨울은 열흘뿐
  4. [창간74-축사] 김지철 충남교육감 "든든한 동반자로 올바른 방향 제시해 주길"
  5. [창간74-축사] 김태흠 충남도지사 "중도일보, 충청의 역사이자 자존심"
  1. [창간74-축사] 홍성현 충남도의장 "도민 삶의 질 향상 위해 협력자로"
  2. [중도일보 창간74년]오존층 파괴 프레온 줄었다…300년 지구 떠도는 CO₂ 차례다
  3. [한성일이 만난 사람 기획특집-제99차 지역정책포럼]
  4. [창간74-AI시대] 대전 유통업계, AI 기술 연계한 거점 활용으로 변화 필요
  5. [창간74-AI시대] AI, 미래 스포츠 환경의 판도를 재편하다

헤드라인 뉴스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시가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인 4조 7309억 원을 확보했지만, 일부 현안 사업에 대해선 국비를 따내지 못해 사업 정상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비와 웹툰 IP 클러스터, 신교통수단 등 지역민 삶의 질 향상과 미래성장 동력 확충과 직결된 것으로 국회 심사과정에서 예산 확보를 위한 총력전이 시급하다. 1일 대전시에 따르면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제외된 대전시 사업은 총 9개다. 앞서 시는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운영지원 사업비(29억 6000만 원)와 웹툰 IP 첨단클러스터 구축사업 15억 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천댐 건설 재검토 지시를 내린 김성환 환경부 장관을 향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천댐 건설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김돈곤 청양군수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선출직 공무원"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지사는 1일 도청에서 열린 2026 주요정책 추진계획 보고회에서 김 장관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화력발전 폐지 지역에 대한 특별법을 추진할 때 그의 반대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화력발전을 폐지하고 대체 발전을 추진하려는 노력을 반대하는 사람이 지금 환경부 장관에 앉아 있다. 자격이..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특별자치시가 2030년 완성기까지 '국가상징구역'과 '중앙녹지공간'을 중심으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1일 세종시 및 행복청의 2026년 국비 반영안을 보면, 국가상징구역은 국회 세종의사당 956억 원, 대통령 세종 집무실 240억 원으로 본격 조성 단계에 진입한다. 행정수도 추진이란 대통령 공약에 따라 완전 이전을 고려한 확장 반영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년 국비가 집행되면, 국회는 2153억 원, 대통령실은 298억 원까지 집행 규모를 키우게 된다. 국가상징구역은 2029년 대통령실,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 마지막 물놀이 마지막 물놀이

  •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