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자본의 세계와 노동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자본의 세계와 노동

  • 승인 2022-09-21 08:04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PYH2022071220010005200_P4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이것은 한국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웅변하는 단발마였다. 유최안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는 6월 22일부터 한달동안 푹푹 찌는 한여름에 철제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 자신을 가뒀다. 1㎡(0.3평) 공간에 180m 가까이 되는 몸의 관절이란 관절을 구부리고 꺾어 욱여넣고 꼼짝 못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그의 부리부리한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절박함을 국민들은 공감했을까. 22년차 조선업 하청노동자의 월급이 207만원이라고 한다. 사실 나도 깜짝 놀랐다. 아무리 하청 노동자라고 해도 배 만드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일인데 고작 207만원이라니. 그것도 22년차가 말이다. 툭하면 떨어져 죽고 무시무시한 쇳덩이에 깔려 머리가 깨지는 노동의 대가가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국부론>의 애덤 스미스는 인간의 노동으로 자본주의 양식에 의해 사회가 발전하고 물자가 풍족해지면 구성원 모두 나눠가지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실은 어떤가.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나라가 잘돼야 국민이 잘 살게 된다며 노동자들에게 열심히 일할 것을 주문했다. 기업이 성공해야 노동자들도 잘 산다고. 그런데 전태일은 왜 분신자살을 했을까. 거기다 IMF 경제위기의 후유증은 노동자에게 너무 가혹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일상화되고 빈부격차가 군사독재 시절보다 더 커졌다. 진보정권조차 서민과 중산층의 정부를 자처하면서도 재벌의 전횡을 견제하기는커녕 이들과 결탁해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쥐어짰다. "자본주의는 모든 땀구멍과 털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흘리며 태어난다"고 한 마르크스의 말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지난 5월 대법은 정년 연장 등의 보상조치 없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것은 연령에 따른 차별에 해당돼 위법하다는 첫 판단을 내놨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임금이 삭감되는데 그에 대한 정년 연장과 같은 보상조치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임금이 줄어든 대신 업무량이나 강도가 줄었다는 증거도 없고 평가방법이 완화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재계는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고 반발했지만 앞으로 임금피크제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때맞춰 부산일보 전·현직 직원 28명도 지난달 임금피크제로 받지 못한 임금 삭감분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언론계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 정년을 연장하며 임금피크제를 운영하지만 곳곳에서 임금피크제를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편집기자협회도 설문 조사 결과 대다수가 임금피크제 폐지에 손을 들었다. 임금피크제는 2016년 언론계에 전격 도입됐다. 인건비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신입사원을 뽑자는 취지다. 언론사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퇴직 2~5년 전부터 월급이 감소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언론계 임금수준이 낮아 퇴직 후의 삶에 걸림돌이 된다고 임금피크 대상자들의 우려가 크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일부 중앙지는 이 제도를 없애거나 좀 나은 방도를 마련하고 있다. 지방 언론은 엄두도 못내는 현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은 가능한가. 인간의 존엄은 보편적인 가치라고 배웠다. 그러나 존엄성을 지키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입이 닳도록 부르짖지만 그 영혼없는 멘트 진절머리 난다. 일명 '노란봉투법'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불법파업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기업에 큰 피해를 준다"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했다. 이것이 권력자들의 논리다. 더 가슴 아팠던 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때 일부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욕이었다. 이들은 욕설과 린치를 서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도 그랬다. 기업 편에서 하청노동자들을 비난했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비난하는 것이다. 왜 한국의 노동자들은 자신을 노동자로 보지 않을까? 언제까지 자본가의 논리로 세상을 판단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는 새 교과과정서 '노동'이란 단어를 아예 빼버렸다. 나는 기자라는 직종의 노동자다. 나도 지난 6월부터 임금피크제 대상이 됐다. 월급날마다 힘이 쫙 빠지고 마음이 늦가을 가랑잎처럼 바스라진다. <지방부장>
우난순 수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증화상·중독·사지절단 응급진료 역량 확충 필요"…대전·세종 응급실 진료 분석해보니
  2. 대전 구청장 선거전 본격화…현역 "수성" vs 도전자 "변화"
  3. 청주교도소 특별사법경찰대장 박경민 대전교정청 '이달의 모범교관'
  4. '연구비 자율성 강화'에 과학기술계 "환영… 세심한 후속 관리 필요"
  5. 정치색 없다는데…교육감 선거 진영 프레임 반복
  1. 대전 구청장 선거전 가열…정용래·서철모 출마 선언
  2. [르포] "멈춰야 할 땐 지나가고, 지나도 될 땐 멈추고"… 우회전 일시정지 단속 현장 가보니
  3. 민주당, 충남 아산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전은수 영입
  4. 대전교육청 산업재해 증가세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아"
  5. ‘우회전 시 일시정지 꼭 해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멈춰? 그냥 가? 헷갈려요"… 우회전 일시정지 시민 혼선

"멈춰? 그냥 가? 헷갈려요"… 우회전 일시정지 시민 혼선

29일 오전 9시 30분께 대전 용소네거리. 출근길 정체는 어느 정도 빠졌지만 주택가에서 도안동로와 건양대병원 방면으로 빠져나가려는 우회전 차량 흐름은 적지 않았다. 차량 대부분은 속도를 조금 줄인 뒤 그대로 우회전했다. 바퀴가 완전히 멈춰 선 차량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가 시행된 지 시간이 흘렀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서행'과 '일시정지'의 경계가 흐릿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오전 9시 36분께였다. 우회전 일시정지 집중단속을 앞두고 경찰 차량과 경찰관들이 교차로 주변에 모습을 드러내자 우회전 차량들이 눈..

6·3 지방선거, 대전·충청 분위기 고조… 선대위 띄우고 공동선언도
6·3 지방선거, 대전·충청 분위기 고조… 선대위 띄우고 공동선언도

6·3 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두고 기선을 잡으려는 여야 각 정당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전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워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돌입했고,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충청권 공동대전환'을 선언하는 등 선거 열기가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대전, 세종, 충남, 충북 4개 시·도지사 후보들은 29일 오전 세종시청에서 '충청권 공동대전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공동선언은 민주당 충청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이재명 정부의 '지방주도 성장' 기조에 맞춰 충청을 변방이 아닌..

대전 버드내초 인근 신생 핫플레이스로 `주목`…신규 창업점포 지속적 증가
대전 버드내초 인근 신생 핫플레이스로 '주목'…신규 창업점포 지속적 증가

대전지역 곳곳에서 신생 상권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평소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에 아파트가 들어서거나, 다시금 유동인구가 늘어나며 신규 점포 등이 하나둘 문을 열고 있어서다. 기존 상권과 달리 신규 창업 점포가 눈에 띄게 눈에 띄게 확장되자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다. 29일 소상공인 365 빅데이터가 추려낸 대전 신생 핫플레이스는 중구 유천1동 '버드내초등학교' 인근이다. 신생 핫플레이스란, 상권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장소로 최근 들어 급부상하는 곳을 뜻한다. 5만 1045㎡ 규모의 해당 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기자간담회 갖는 이장우 대전시장…오늘 예비후보 등록 예정 기자간담회 갖는 이장우 대전시장…오늘 예비후보 등록 예정

  • 때 이른 더위에 장미꽃 ‘활짝’ 때 이른 더위에 장미꽃 ‘활짝’

  • ‘우회전 시 일시정지 꼭 해주세요’ ‘우회전 시 일시정지 꼭 해주세요’

  • ‘74명 사상’ 안전공업 건물 철거 돌입…현장감식 병행 ‘74명 사상’ 안전공업 건물 철거 돌입…현장감식 병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