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화가 오정숙의 변신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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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화가 오정숙의 변신을 보며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4-05-26 17:3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2024년 5월 23일~29일 KBS대전총국 제2갤러리.

추상화의 마술사 오정숙 작가의 개인전시회가 열린다해서 버스에 올랐다. 그의 추상화는 언제나 보아도 재미있고, 야릇한 느낌이들어 감상하기에 시간 가는줄 몰랐다.

왜냐하면 작가 오정숙이 그려내는 추상화는 단순히 점, 선, 면, 색채 등의 표현을 목표로 하는 뜨거운 추상화나 차가운 추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오늘날 디자인 분야에서 유용하게 써먹고 있는 일반적인 추상화도 아니며, 조선 시대 추상화 역할을 하고 있던 민화(그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적인 매력의 오정숙의 그림 세계는 무엇을 나타내려 그렇게 아리송한 추상화를 그리고 있는가?

우리나라 추상화는 1930년대 중반 일본에서 유학하던 김환기(金煥基), 유영국(劉永國), 이규상(李揆祥) 등 극소수의 청년 미술학도들에 의해 시작된 이래,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전후 1세대 청년 작가들이 주도한 앵포르멜 미술에 이르러 현대미술의 주류가 되었다고 전해져 온다.

1오정숙
오정숙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KBS제2전시실
그러나 화가 오정숙은 젊은 세대가 아니다.

그의 그림 면면을 살펴보면 빨강, 파랑과 노란색을 사용하되 균일하고 정교한 붓질로 이루어진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보자, 그가 그린 부드러운 그림들을.

2-오정숙
오정숙 작, '여인의명상', Oil on canvas, 65.1x53.0
'여인의 명상'이라는 주제 아래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을 그렸다. 그리고 온몸이 나체인 것이다. 명상을 하려면 나체를 그려 남들의 눈길을 끌어서는 안되고, 하늘을 바라보아서도 명상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아름다운 여인에게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모습에 눈을 떠 하늘을 바라보는 여인을 그렸던 것이다. 그래서 야릇한 기분으로 감상을 했다고 했다.

2창욱
오정숙 작, '청옥빛 자기', Acrylic on canvas, 65.1x53.0, 에스토니아탈린 대사관 초대 전시 기증 작품
화가 오정숙은 꽃 작가였다.

꽃 작가이되 자신을 꽃의 분신으로 보고 꽃과 함께 살아가는 기이한 작가였다. 그림을 그리되 사진을 변형시켜 꽃으로 옷을 입히고, 자신은 압화로 외출복을 만들어 입고, 세상을 바로 보는 것이 미안해 아예 눈 한쪽을 없애버렸던 화가였다.

그런데 변신을 했다.세월이 흘러 작가 오정숙의 외모가 변신한 것이 아니라, 그의 내재된 속마음이 변신을 했던 것이다.

보라, 위에 선보인 그림들에서 꽃을 보기가 흔하지 않다. 새의 깃털이 여기저기 흩어지고, 머리 위에 그려진 꽃의 그림에서는 생각이 흩어지는 모습을 그리지 않았던가! 그리고 지그시 감은 눈을 보라.

지적인 아름다움이 그대로 들어나지 않았던가! 이렇게 내면이 아름다운 여인과 술 한잔 나누고 싶다.그래서 감은 눈속에 숨겨진 고뇌에 찬 그 마음을 알고 싶은 것이다. 오 작가여. 술 한잔 합시다. 술을 마시되 소주로 마시고, 그것도 우리고장의 대표 술 '선양'을 마셔가며 향수에 젖어봅시다.

이왕 흥분된 김에 한번만 더 흥분하자.

그의 변신한 모습으로 그려진 ' 청옥빛 자기'를 에스토니아탈린 대사관 초대 전시 기증작품으로 보내기로 했단다.

고려청자는 은은한 푸른 빛깔, 비색(翡色)과 상감(象嵌) 기법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작가 오정숙은 짙은 색의 청옥빛 청자를 그리고 훨훨 날아드는 나비까지 그렸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묘한 그림이다. 고려 초는 순청자가 유행했고, 인종 임금 이후 기법이 발달하면서 상감청자도 나타났지만 짙은 색갈의 청자는 볼수가 없었다. 그리고 청자는 색깔은 있되 향기와 꿀은 없다. 그런데 나비와 벌이 날아들다니? 그것도 짙은 색깔의 청나비와 벌 한마리까지.

흥분을 가라앉히자. 필자가 글을 쓰며 이렇게 흥분된 적은 없었다. 독자들이 볼 때 늙은이가 주책을 떤다고 비아냥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정숙 화가여!

앞으로도 계속 변신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그래야 새로운 모습의 작가 오정숙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복/평론가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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