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투명함을 계속 증명해야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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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투명함을 계속 증명해야 하는 사람들

대전시선관위 유권자기자단 김지훈

  • 승인 2025-03-09 16:54
  • 신문게재 2025-03-10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유권자기자단(김지훈)
김지훈
여느 날과 같이 학교 신문에 발간할 기사를 작성하는 중이었다. 나는 대학에 입학하고 지난 1년간 충남대학교 학보사에서 학내 기자로 일했다. 그러던 중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중도일보와 같이 대전에 소재한 대학교 신문사, 방송국의 학생들을 유권자 기자단으로 임명해 활동할 기회를 준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고 자란 도시의 선거 과정을 직접 취재할 수 있는 기회에 기쁘게 활동을 시작했다.

첫 활동은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 투표안내문 발송 작업을 참관하는 것이었다. 선거를 하려면 후보자의 정보와 공약 등을 유권자에게 제공해 줘야 한다. 그 선거공보와 선거인명부 등재번호 등이 기재된 투표안내문까지 봉투에 동봉하는 작업이 내가 참관한 그것이었다. 작업장 내부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정겨웠다. 다양한 나이대로 구성된 지원자분들은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작업하고 계셨다. 그러는 중에도 그들의 손은 정확하고 빠르게 투표안내문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여기서 선거관리위원회 분들의 고충을 들었다. 투표안내문을 봉투에 동봉하다가 손이 베이기도 한다. 그리고 실수로 봉투에 뭐 하나라도 누락 되면 그날은 민원 전화를 각오해야 한다. 또 우체부의 실수로 봉투가 파손되기도 하고 발송 기준일 이후에 선거인이 거주지를 바꾸면 투표안내문을 받을 수 없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민원을 넣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노력을 현장에서 직접 보니 일부 극성 민원인들이 이들을 좀 더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활동은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개표 참관이었다. 특히 기대하고 있는 활동이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선거를 단순히 재미 요소로만 보면 안 되겠지만, 티비로만 보던 개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대됐다. 개표는 대전 선거관리위원회 7층 건물에서 이뤄졌다. 활동 때문에 와 봤던 공간이지만, 전과는 다른 보다 엄숙한 분위기가 건물 안을 메우고 있었다.



봉인·봉쇄된 투표함이 개표장 안으로 들어오고 개표장 내의 모든 인원이 투표함 개함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개표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원래 '투표지분류기'라는 장비만 사용하여 개표가 빠르게 진행되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투표지분류기가 개표를 마치고 나서도 사람이 직접 투표용지를 하나하나 다시 세보고 틀렸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가졌다.

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분이 투표지분류기가 오류를 일으키는 경우는 0에 수렴한다고 하셨다. 사람보다 투표지분류기가 더 정확할 텐데 왜 투표지분류기 개표를 마치고 사람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투표지분류기는 너무 빨라서 개표 참관인이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 손으로 한 번 더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뭐 하나 쓸모없는 노력이 없었다.

혹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투명성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다. 특히 요즘처럼 민감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하게 되어 은근히 긴장하고 활동을 결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직접" 경험한 선거관리위원회는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없었다. 위에 써 내린 나의 활동 중 뭐 하나 선거관리위원회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없었다.

당장에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그 산증인 아닌가. 선거관리위원회와 아무 접점도 없던 내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취재했다. 그곳에 있었던 건 혹자들이 주장하는 그림자가 아니라,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땀 흘리는 이들과 투명한 선거 절차가 있을 뿐이었다.

/대전시선관위 유권자기자단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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