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우리 생애 가장 젊은 날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박광기의 행복찾기] 우리 생애 가장 젊은 날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08-0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우리 학과의 조교는 정말 유능합니다. 예전과 달리 학과 조교를 하려고 하는 졸업생이 거의 없어 학과 조교를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학과 조교는 보배와 같은 존재입니다. 상냥하고 늘 웃는 모습에 능력 또한 뛰어나니 말입니다. 올해 1월 전임 조교가 갑자기 서울에 있는 기업에 취업을 하는 바람에 지금 조교는 2월에 졸업과 동시에 조교로 채용되었습니다. 우리 조교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3월에 정식으로 조교로 채용된 이후 전임조교의 갑작스런 퇴임으로 제대로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과의 각종 잡다한 행정적 업무에 대해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최근 들어 가장 유능한 조교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주 이 조교가 종이컵을 들고 왔습니다. 연구실에 종이컵이 없는 것을 알고 보충하러 온 것입니다. 컵을 보충하고 가면서 '또 부족하면 언제든지 보충하겠습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정말 감사하기도 하고 작은 배려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내가 많이 부족하니 부족한 부분을 채워 달라'는 말에, 우리 조교는 '제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교수님 같이 훌륭한 분에게 채워 드릴 것이 없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우리 조교의 말에 '네가 내 나이가 되면, 그 동안 많은 것을 경험하고 쌓아서 나보다도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야. 젊음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니 네가 나보다 못할 것이 없는 것이지'라고 답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젊다는 것은 그 만큼의 열정과 노력으로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용기도 있고, 또 그 젊음으로 못 이룰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나이가 든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젊음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입니다.

사실 요즘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성숙한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롭게 무엇을 한다거나 받아들이기보다는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조금 더 세련되게 그리고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일견 말하는 '성숙'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20대와 30대를 지나면서 그 동안 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했습니다. 포기하려고 했던 대학진학을 하고 대학을 졸업까지 한 후에,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유학을 하고 학위를 받은 것은 그 당시 젊음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 보면 현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무모함'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무모함을 젊음이라는 열정과 노력으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역사나 개인의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이 존재하지 않지만, 지난 시간에서 '만약'이라는 전제를 두고 지난 삶을 돌이켜 본다면, 그리고 그 '만약'에 당시의 현실을 인정하고 수긍한다는 것을 대입해 본다면, 아마도 지금의 현실과 상황은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만약'을 생각하지 않고 당시의 상황과 판단과 결정을 그대로 수용했을 때 나타난 지금의 현실은 물론 '이상'이나 '꿈', 또는 '희망'과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일정부분 '잘했다'고 인정할 수 있고 나름의 만족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은 당시 '젊음'이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에서 나름의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것이 다소 현실감이 없는 무모한 도전이었어도 말입니다.



어느 덧 '미래의 희망'보다는 '과거'를 더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미래의 희망'을 추구하기 위해 도전하기보다는 현재의 것을 더 성숙하게 하는 것에 노력하는 그런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지금보다 더 늙고 나이가 든 그런 미래임이 틀림없습니다. 이 미래는 도전보다는 안주를 추구하는 미래가 될 것만 같습니다. 이런 의식 속에서 수년 전 '퇴직 후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정하기도 했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정하고 추구하려면 또 새로운 도전과 용기가 있어야하기 때문에, 적어도 현재를 잃지 않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정한 것입니다. 스스로 '나이 먹음'과 '늙어 감'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가장 젊은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젊음은 사실 우리가 크게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간 과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살아 있는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가장 젊은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것입니다. 젊음이 가지고 있는 용기와 열정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바로 지금이 우리가 가진 용기와 열정과 도전을 실천해야 할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과거 20대, 30대와 같은 용기와 열정은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 중 가장 젊은 시간에서 할 수 있는 용기를 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용기와 열정은 과거와 같이 무모함이 포함된 용기와 열정은 분명히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용기와 열정과 도전은 과감하고 무모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바탕으로 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지금 최선을 다하라!'라고 합니다. 아마도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선'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최선을 다해야 할지는 사실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한 결과에 대해서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보면 그것이 최선이 아니었음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현재가 우리가 살아 있는 시간 중 가장 젊은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최선'은 바로 우리 생애 '가장 젊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을 의미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젊음'이 우리 생에 가장 큰 무기이고 행복이고 원동력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젊음'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서 서서히 소멸되어 가는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과거의 젊음'을 회상하기보다는 '현재의 젊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젊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바로 지금의 젊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고 또 시작해야겠습니다. 우리 생애 가장 젊은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제천서 실종된 40대 남성… 여전히 행방묘연
  2. 서산을 비롯한 서해안 '물폭탄'… 서산 420㎜ 기록적 폭우
  3. 이장우 "3대하천 준설 덕에…더는 물난리로 불편 없도록"
  4. 이상민,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재선출'
  5. 세종시 북부권 중심으로 비 피해...광암교 붕괴
  1. 천안교육지원청, 호우 특보 관련 비상대책회의 개최
  2. "위험경고 없었다" 금산 수난사고 주장 엇갈려
  3. 19일까지 충청권에 180㎜ 더 퍼붓는다…침수 피해 '주의'
  4. 새솔유치원, '북적북적 BOOK 페스티벌'로 독서 문화 선도
  5. [문예공론] 점심 사냥

헤드라인 뉴스


폭우 오후 다시 온다…19일 새벽까지 시간당 50㎜

폭우 오후 다시 온다…19일 새벽까지 시간당 50㎜

충남권 전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중인 가운데, 밤사이 강수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우려했던 추가 침수 피해는 가까스로 피해갔다. 그러나 서해상에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구름대가 점차 접근하는 중으로 오늘(18) 오후부터 시간당 30㎜ 이상의 강한 비가 예상돼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18일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우려했던 강수는 밤사이 소강상태를 보이며 지역에 간헐적으로 비를 뿌렸다. 17일 오후 9시부터 18일 오전 8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서천 춘장대 30㎜, 연무 16㎜, 태안 14.5㎜, 부여 10.9㎜, 대전 정림 9..

제10회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 18일부터 나흘간 개최
제10회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 18일부터 나흘간 개최

올해로 10회를 맞은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KITS:Korea International Tourism Show)가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 7홀에서 열린다.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와 KITS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전시산업원이 주관하는 이번 박람회는 국내외 관광업계 정보 제공의 장과 관광객 유치 도모를 위한 비즈니스의 장을 마련해 상호 교류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KITS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역별 특색을 살린 여행 콘텐츠와 국제 관광도시 및 국가 홍보, 국내외 관광 콘텐츠 간 네트워..

[이슈현장] 꿀벌이 사라진다… 기후위기 속 대전양봉 위태
[이슈현장] 꿀벌이 사라진다… 기후위기 속 대전양봉 위태

우리에게 달콤한 꿀을 선사해주는 꿀벌은 작지만 든든한 농사꾼이기도 하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수박, 참외, 딸기 역시 꿀벌들의 노동 덕분에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공급의 약 90%를 담당하는 100대 주요 농산물 중 71종은 꿀벌의 수분 작용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꿀벌응애'라는 외래종 진드기 등장에 따른 꿀벌 집단 폐사가 잦아지면서다. 전국적으로 '산소호흡기'를 들이밀듯 '꿀벌 살리자'라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대전 지역 양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위험한 하굣길 위험한 하굣길

  • 폭우에 대전 유등천 교량 통제 폭우에 대전 유등천 교량 통제

  •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창구 준비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창구 준비

  • 밤사이 내린 폭우에 충남지역 피해 속출 밤사이 내린 폭우에 충남지역 피해 속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