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2023년: 지천명에서 이순, 종심까지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2023년: 지천명에서 이순, 종심까지

윤희진 정치행정부장(부국장)

  • 승인 2022-12-14 10:28
  • 수정 2022-12-14 10:57
  • 신문게재 2022-12-15 18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2022081001000817200027821
윤희진 부국장
「50부터는 인생관을 바꿔야 한다」를 만났던 곳은 ‘백화점세이’에서다. 대전을 대표하던 백화점에서 지금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으로 남게 된 백화점세이 지하 1층에 있었던 서점, 세이북스에서다. 코로나19 사태가 세계를 뒤덮었던 2020년 초여름쯤이었다. 40대 후반 진입을 앞두고 중반의 끝자락을 놓지 않으려 무던히 애썼던 터라 유난히 50이라는 숫자가 눈에 띄기도 했었다.

자존심과 꿈은 과감히 접고 자신을 위해 삶을 다시 설계하라는 내용을 시작하는 책인데, 이상하게 모두 40대 후반을 앞둔 ‘윤희진’과 비슷했다. 후배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마다 눈이 풀리며 몸에 힘이 빠졌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오전 5시 전에 눈이 떠졌다. 늙어가는 걸 실감하지 못했는데, TV를 보면 한참 늙어 보이는 남성의 나이가 더 어렸다. 도무지 믿기질 않는다.

이게 다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여러 변화가 생긴 업무나 조직, 인간관계 등에서는 예전과 같은 열정이 발산되지 않을 때였다. 다시 바꿔야 한다는 생각만 맴돌고 있는데, 책은 오히려 회사나 사회, 인간관계에서도 지위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말라고 했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후배들에게 오히려 업무 지시를 받을 마음의 준비까지 하란다.

심지어 친구들과 사회에서 만난 수많은 지인과의 연결고리도 느슨하다 못해 풀릴 때가 됐고 이성들은 매력이 떨어진 당신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으니 착각하지 말고 자신만의 새로운 인생관을 서서히 준비하라고 했다.



50세를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한다. 「논어(論語)」〈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글인데, 말 그대로 천명(天命: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라고 한다. 40대까지는 주관적 세계에 머물렀으나, 50대는 세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2021년 7월 기준으로 대한민국 총인구(5173만 8000명) 중 지천명 범위에 속하는 50대는 857만 6000여명에 달한다. 아직까진 사회 곳곳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제 버리고 비울 준비를 해야 한는 얘기에 공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듯하다. 그래야 곧 다가올 이순(耳順)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천명보다 더 대단한 나이는 60대, 이순(耳順)이다. 귀가 순해져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707만 4000여명이 살아 계신다.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이해하고 세상을 읽는다니 마음 또한 하해(河海)와 같이 무한히 넓어지는 때다.

1963년생인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2023년 만 60세인 환갑이 된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1965년생이지만 실제 나이는 보름 후 만 59세, 아직까진 유효한 한국 나이로 60이다.

두 수장의 공통점은 많다. 지역에서 정계에 입문해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내다가 국회의원에 여러 차례 당선돼 당에서 중책을 맡기도 했다. 조직을 위해 막말 등 정치인으로서 치명타를 입고 온갖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지만, 올해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에 당선돼 민선 8기 대전시와 충남도를 이끌고 있다.

임기 초부터 저돌적이고 과감함으로 주목을 받았고 인사와 예산권을 틀어쥐며 조직을 장악했으며 굵직한 현안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여러 성과를 냈다. 물론 이면에는 불필요한 이념 갈등과 편 가르기, 독주 등으로 ‘통 큰’ 리더십이 퇴색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민선 8기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는 2023년, 이순의 삶을 만나는 두 수장에게 포용과 관용이 필요할 때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얼마 전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정태춘&박은옥의 콘서트에서 정태춘 씨가 “저도 내년이면 70이 된다”고 했다. 70이면 마음을 쫓는다는 종심(從心)이다. 그의 아내인 박은옥 씨는 “깊은 고뇌로 10년 넘게 곡을 쓰지 않았던 정태춘 씨가 올해에만 30곡을 쓸 정도로 열정적으로 살았다”고 했다.

한 살을 더 먹는 2023년,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포용하면서도 ‘뜻을 세운다’는 이립(而立), 30대의 열정이 간절한 연말이다.

윤희진 정치행정부장(부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4658만$ 수출계약 맺고 거점 확장"… 김태흠 지사, 중국·베트남 출장 마무리
  2. 전공의 돌아온 대학병원 '활기' 속에 저연차 위주·필수과목 낮은 복귀율 '숙제'
  3. 예산 서부내륙고속도로서 승용차가 중앙분리대 들이받아… 1명 숨져
  4. 합참의장에 진영승 공군 전략사령관 내정, 군내 4성 장군 전원 교체
  5. 충청권 의대 중도이탈자 증가… 의대 모집정원 확대에 수도권행 심화
  1. 공회전 상태인 충남교육청 주차타워, 무산 가능성↑ "재정 한계로 2026년 본 예산에도 편성 안 해"
  2. [중도일보 창간74년]어제 사과 심은 곳에 오늘은 체리 자라고…70년 후 겨울은 열흘뿐
  3. "탈시설을 말하다"… 충북장애인인권영화제 4일 개최
  4. [2026 수시특집-배재대] 1863명(정원 내) 선발… "수능최저 없애고 전과·융합전공 자유롭게"
  5. 폭염 속 건설현장 근로자 마음응원 캠페인…마음구호 키트 나눔도

헤드라인 뉴스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시가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인 4조 7309억 원을 확보했지만, 일부 현안 사업에 대해선 국비를 따내지 못해 사업 정상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비와 웹툰 IP 클러스터, 신교통수단 등 지역민 삶의 질 향상과 미래성장 동력 확충과 직결된 것으로 국회 심사과정에서 예산 확보를 위한 총력전이 시급하다. 1일 대전시에 따르면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제외된 대전시 사업은 총 9개다. 앞서 시는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운영지원 사업비(29억 6000만 원)와 웹툰 IP 첨단클러스터 구축사업 15억 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천댐 건설 재검토 지시를 내린 김성환 환경부 장관을 향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천댐 건설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김돈곤 청양군수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선출직 공무원"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지사는 1일 도청에서 열린 2026 주요정책 추진계획 보고회에서 김 장관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화력발전 폐지 지역에 대한 특별법을 추진할 때 그의 반대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화력발전을 폐지하고 대체 발전을 추진하려는 노력을 반대하는 사람이 지금 환경부 장관에 앉아 있다. 자격이..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특별자치시가 2030년 완성기까지 '국가상징구역'과 '중앙녹지공간'을 중심으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1일 세종시 및 행복청의 2026년 국비 반영안을 보면, 국가상징구역은 국회 세종의사당 956억 원, 대통령 세종 집무실 240억 원으로 본격 조성 단계에 진입한다. 행정수도 추진이란 대통령 공약에 따라 완전 이전을 고려한 확장 반영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년 국비가 집행되면, 국회는 2153억 원, 대통령실은 298억 원까지 집행 규모를 키우게 된다. 국가상징구역은 2029년 대통령실,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 마지막 물놀이 마지막 물놀이

  •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