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미술 아카이브] 39-파리의 동양인 고암 이응노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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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미술 아카이브] 39-파리의 동양인 고암 이응노 '주역'

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승인 2024-05-13 16:43
  • 신문게재 2024-05-14 1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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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전시립미술관 제공
파리의 동양인 고암 이응노 '주역'(2009)은 고암 이응노 서거 20주년을 기념해 그가 1974년 제작한 <주역 64괘 차서도>를 중심으로 고암 예술정신의 본류를 조명한 전시다.

고암은 주역에 녹아있는 자연의 섭리를 진리로 삼아 서체추상과 군상의 이미지로 재연하여 생명력을 부여하고자 했다. 전시는 가장 동양적인 인식을 담았던 그의 예술세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의 미의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유럽화단이 이응노를 주목했던 이유를 주목한다.

당시 도록을 살펴보면 "그는 전통에 기반을 두되 당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던 시대의 정세와 국제적 화단의 흐름을 파악해 자신의 화법으로 승화시켜 서체추상, 군상 시리즈 등 끊임없이 조형적 생명력을 창조했다. 그것은 자신 앞에 놓인 삶과 예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적극적으로 만들어가고자 했던 자기 세계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고암이 장르의 한계와 매체활용의 폭을 넘나들면서 살려내고 있던 생명력은 사실 고암 스스로가 자연의 섭리 가운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활용했던 삶의 지혜와 다르지 않다"고 서술한다.

주역의 핵심은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로 요약되는데 고암은 이를 궁극에 달하면 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질적인 변화는 곧 새로운 지명을 열어 부단히 새로워질 것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예술정신의 원리로 삼았다. 조국을 떠나 타국에서 보내야 했던 그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새로운 예술적 경지로 전환해 생명력을 부여하고자 됐던 고암의 능동적인 예술관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전시는 고암이 취했던 삶의 자세나 예술가로서의 자세가 현실에 굴하는 대신 오히려 새로운 상황으로 극복해 얻어낸 가치 그리고 그것이 그의 작업에서만 드러나는 생명성 임을 시사한다. 이응노미술관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넘어 예술에서 삶의 가치를 탐구했던 고암 이응노의 예술세계 계승과 발전을 위해 2007년 5월에 대전시립미술관 내부에 설립됐다. 이후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이 운영을 맡으며 분리되었고 이응노 예술에 대한 연구와 전시는 물론 파리 보쉬르-센 레지던시는 물론 아트랩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한국미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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