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책쾌'와 '책가도(冊架圖)'를 알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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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책쾌'와 '책가도(冊架圖)'를 알고 계십니까?

최정민/평론가, 명지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수료

  • 승인 2024-05-14 20:14
  • 수정 2024-05-14 20:1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종이책을 전자기기로 보는 시대가 열렸다. 클릭 한 번으로 다양한 장르의 책을 볼 수 있는 독서 플랫폼이 즐비하다. 우리나라의 근대적 의미의 출판사와 서점은 개항 이후 19세기 말∼20세기 초에 들어서야 활성화 되었다. 조선 시대에는 현대와 같이 서점이나 세책업(貰冊業, 돈을 받고 책을 빌려주는 직업)이 발달하지 못하였다. 대신 조선 시대에는 책을 매매하는 중개상 '책쾌(冊?)'가 서점의 빈자리를 대신하였다.

또한, 조선 시대에는 책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려는 욕구가 넘쳐났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는 조선 후기의 도시 풍경을 담아낸 작품이다. (그림 1). 그림을 살펴보면 책에 둘러 싸여 있는 서적 중개상 책쾌와 책을 사고자 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책의 내용을 훑어보는 인물과 책에 관련하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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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의 책쾌(태평성시도). 조선후기 국립 중앙박물관 소장
책쾌가 판매했던 서적의 종류는 무엇이었을까?

유희춘(柳希春, 1513-1577)이 작성한 『미암일기(眉巖日記)』에 따르면 "책쾌 송희정이 『여지승람(輿地勝覽)』을 가져왔다. 또한 조선을 다녀간 중국 사신들의 문집을 거래하는 일을 의논하고 돌아갔다"라는 기록이 전해진다. 『여지승람』은 우리나라의 지리서로서 각 도(道)의 지리와 풍속 등 여러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나아가 중국에서 건너온 서적도 조선 사회 내로 유입되었다. 책쾌의 등장으로 인하여 시간적, 지리적으로 다양한 활동이 불가했던 당시 조선 사회 내에 새로운 정보 열풍이 불어왔다.



조선 시대 선조들은 책에 대한 사랑이 지대했음은 분명하다. 이는 조선왕조 중 가장 독서와 책을 사랑했던 정조(正祖, 재위 1776∼1800)의 영향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조는 궁궐 정전의 어좌 뒷 편에 왕권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대신 <책가도(冊架圖) 병풍>을 배치하였다. 책장과 서책을 중심으로 그려진 <책가도>는 책에 대한 애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왕의 일기라고 불리는 『일성록(日省錄)』에서는 정조가 바쁜 업무로 인해 책을 읽지 못할 땐 책가도 병풍을 통해 스스로 그 즐거움을 채워 넣는다 하였다. 이러한 일화로 책이 주 소재로 그려진 <책가도>는 정조 때부터 크게 유행하면서 민화(民畵)의 소재로도 사용된 정황을 통해 신분을 막론하고 선조들의 책에 대한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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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도 병풍, 조선후기.국립 고궁박물관 소장
조선 시대에는 현대와 같이 다양한 정보를 통해 지식의 욕구를 충족시킬만한 사회 제도 및 문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 그러나 책쾌들의 열성적인 활동을 통해 선조들은 간접적으로나마 세상을 탐험할 수 있었다. 2024년 현재의 우리들은 조선 시대와 달리 국내외 여러 장르의 책을 쉽게 사고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 닫는 서점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이는 IT의 발달로 온라인에서 쉽고 간편하게 책을 볼 수 있는 환경도 한 몫 할 것이다.

필자는 때때로 이상한 상상을 하곤 한다. 모든 전자기기가 멈추면 그때의 우리들은 종이로 된 책을 다시 찾을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종이책과 전자책 중 무엇이 더 좋고 나쁜지를 따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어렸을 적 신간 도서가 나오면 부리나케 달려갔던 동네 서점에서 풍겼던 종이 냄새와 그 분위기가 그리울 뿐이다.

최정민/평론가, 명지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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