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아침단상
2018-12-19
미국의 시인 로버트 블라이가 사랑에 대해 쓴 아주 짧은 시가 있습니다. 시의 제목도 <사랑 시>이지요. "사랑을 할 때 우리는 풀을 사랑하게 된다 / 헛간도, 가로등도 / 그리고 밤새 인적 끊긴 작은 중앙로들도" 사랑을 할 때는 상대방과 좁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2018-12-18
며칠 전 영국인 청년이 '한국 정치는 이상하다'라고 한 말을 소개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진보도 보수도 아니면서 기이하게 좌우 진영 논리가 모든 정치적 아젠다를 집어삼켜 합리적인 중도가 설 자리가 없는 나라라는 의미입니다. 불과 1년 여 전, 북한은 '서울 불바다'론을..
2018-12-17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란다"고 말 했습니다. 사람을 사귀고 마음을 얻기란 쉽지 않음을 말한 것이지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의 부인은 생전 남편이 겪었던 일 중..
2018-12-16
내 생각을 결정하는 것은 내 '마음'이고 내가 보는 것은 내 마음의 안경을 통해서입니다. 마음이란 어느 개인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격을 말하는데, 굳이 정신이라 하지 않고 마음으로 표현하는 것은 마음은 정신보다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아름다..
2018-12-13
80대 노인인 파커 J. 파머와 쿠르트 호크의 책을 즐겨 읽습니다. 이분들의 책을 읽다 보면 수다 떨기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아 행복해지지요. 파커 J. 파머는 나이 듦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면, 시인 윌리엄 에이츠가 표현한 '거짓으로 보낸 젊은 시절'을 넘어 '진실을..
2018-12-12
'한국인 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사람'이라고 알려진 다니엘 튜더라는 36세의 영국 청년은 좀 '당돌하게' 한국의 정치와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한국에서 증권회사, 언론 특파원, 맥주집 경영 등 다양한 경험이 있는 그는 일단 한국이 이룬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
2018-12-11
얼마 전 대전 적십자사 소강당에서는 1억원을 기부한 기업인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는 작은 모임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회장님은 우리 지역에서 가장 이기적인 사람입니다'라고 인사를 했지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뒤에서 많은 봉사를 하는 분을 이기적인 사람으로 표현했..
2018-12-10
성과주의가 각광을 받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성과주의의 이름 아래 자기 스스로를 착취하는 현대인의 모습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지요. 성과주의는 손해를 보거나 상처를 받는 것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자아는 상처를 받고 고통을 느끼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2018-12-09
지난주에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향년 94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분의 장례식을 외신으로나마 지켜보면서 역시 '위대한' 미국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미국은 대통령의 서거 시 '전직 대통령'을 극진히 예우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일단 전직 대통령의 국장을 치룰..
2018-12-06
영국에 '설교자의 왕자'라고 하는 찰스 스펄전 목사가 있었습니다.그분은 "친구에게 나의 약점을 말해달라고 해라. 더 좋은 방법은 나를 열심히 관찰하고 잔인하게 비판할 적을 찾는 것이다. 현명한 이에게는 짜증나게 비판하는 자가 축복이다"라고 말했습니다.이것을 실천하기는..
2018-12-05
어느 대학의 행사장에서 축사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서두에 '이 대학의 총장은 깡패입니다'라고 말을 하니까 잠시 술렁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바로 수습에 나섰지요. 깡패는 '남에게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주 부정적인 의미입니다. 그런데 깡패가 가진 부..
2018-12-04
다산의 <목민심서>는 공직자의 교범으로 전해 내려옵니다. 모두 48권 16책의 방대한 저작으로 12부로 구성되었지요. 최근에 7권으로 된 <목민심서>의 전면 개정판이 나왔는데, 올해는 <목민심서> 200주년이 되는 해이자 저자 다산 정약용이 귀양에서 풀려 난 200주년..
2018-12-03
갈애(渴愛)란 말이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애타게 사랑함을 뜻하지만, 불교에서는 목이 말라 물을 찾듯이 5욕을 몹시 탐하여 집착에 이르는 것을 말합니다. 밑도 끝도 없는 인간의 중독적인 갈망이 갈애이고 이는 어느 한 인간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앨리스 워커는..
2018-12-02
TED 강연들을 모아 우리에게 쉽게 소개하고 있는 박용삼 박사는 미국 프로야구에서 큰 성과를 거둔 '머니볼(moneyball)'개념을 설명합니다. '머니볼'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야구팀의 빌리 빈 단장이 고안한 전략으로, '홈런이나 타율이 높은 스타 선수 보다 출루율이..
2018-11-29
봄도 좋고 가을도 좋습니다. 그러나 빛바랜 잎새가 을씨년스럽게 하늘에 걸려 있는 초겨울 풍경이 더욱 좋습니다. '세상의 외롬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진' 않더라도(김용택 시인) 그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11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해거름의 낙조가 단풍 색깔만큼이나..
2018-11-29
요즘 아이들은 지나치게 경쟁 공간에 내몰려 '머리의 힘'은 길러졌을지 몰라도 '마음의 힘'은 길러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정일근 시인은 "우리 시대의 어둔 바다와 해협을 지나/언제나 맑은 햇살과 바람이 자유로운 그곳으로/함께 알몸으로 뒹구는 그곳으로" 도달할 수 있도..
2018-11-27
교통사고로 일찍 요절한 김수영 시인의 <풀>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풀이 눕는다 /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바람 보다 더 빨리 울고 / 바람 보다 먼저 일어난다" 이 시를 두고 풀이 민초를 상징하는 참여시의 대표작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대지에 뿌리를 내린 풀을..
2018-11-26
가을이 저물어 갑니다. 릴케는 <가을>이라는 시에서 '추락'을 얘기했지요. '나뭇잎 떨어지는데',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무거운 대지'가 '고독 속으로 떨어 진다'고도 했고 드디어 '모두가 떨어 진다'고 했습니다. 가을은 아름다운 계..
2018-11-25
언젠가 지인의 소개로 대전 근교에 있는 자그만 사찰에 간 적이 있습니다. 나지막한 산자락에 조용히 앉아 있는 법당은 옛날 고향의 풍경을 연상하게 했고, 일단 도시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니까 푸른 하늘이 더 짙어 보였습니다. 그 절에는 비구니 스님이 계셨는데 그 분과 차담을..
2018-11-22
길을 오가며 가끔 시청 공무원들을 만나게 됩니다. 어느 때는 눈인사만 하고, 어느 때는 악수를 나누고, 어느 때는 서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눕니다. 헤어진 후 잠시 '그 사람'을 생각해 봅니다. 몇 살일까? 공무원은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그동안 어떤 성과를 냈을까? 근무..
2018-11-21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나 어른들로부터 '사람답게 살라'는 가르침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일까요? 일단 가족이나 공동체 안에서 '사람의 도리'를 다 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의 도리'가 무엇인지..
2018-11-20
사람 사이의 갈등은 꼭 크고 심각한 것만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모두가 완벽하지 않고 부족한 게 많은데도 다른 사람에게는 완벽한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자신의 행위는 잘 합리화 하면서도 상대방의 행위를 이해하는 데는 인색합니다. 오히..
2018-11-19
프랑스의 정신과의사 프랑수아 를로르는 소설가로서 더 유명합니다.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행복과 사랑 등을 주제로 소설을 썼는데, 꾸뻬라는 인물을 설정하여 '치유 여행'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이미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2018-11-18
작년 말 현재 세계 인구는 76억 명입니다. 그런데 76억 명의 얼굴이 다 다르지요. 지문이 같은 사람도 한 사람도 없습니다. 유전적 환경적 조건이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의 운명도 똑같지 않으니까요. 그동안은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데 고전 연구가 고미숙씨에 의하면, 지구는..
2018-11-15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공개한 날은 2007년 1월 9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해 7월 21일, <뉴욕 타임스>는 '잡스가 18세기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보도했고, 잡스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블레이크와 잡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