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칼럼
2025-09-03
촉나라 망제(望帝)는 나라를 잃고 두견새, 곧 소쩍새가 되었다. 망제의 원혼이 깃든 두견새는 촉나라로 돌아가고파 '귀촉(歸蜀) 귀촉' 울어대다 급기야 피를 토하고 땅에 스민 피에서 두견화, 곧 진달래꽃이 피어났다. 겨울이 끝나는 초봄 꽃잎부터 연분홍 붉디붉게 피는 꽃,..
2025-08-27
대전 0시 축제는 최근 몇 년간 대전시 민선8기 대표적 문화행사로, 지역 활성화와 도시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해왔다. 특히 2025년 축제는 약 216만 명의 방문객이 찾고, 4천억 원이 넘는 경제 효과를 기록하는 등 양적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
2025-08-20
여름이 깊어지면 도시는 숨을 멈춘 듯 고요해진다. 그러나 그 정적을 뚫고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것은 언제나 매미의 울음이다. 나뭇잎 틈새에서 터지는 청명한 소리, 그 짧은 생을 온몸으로 알리는 울음은 때로 귀를 시리게 하고, 때로 계절의 절정을 실감케 한다. 오래전부터..
2025-08-13
대한민국예술원(이하 예술원) 신규 회원으로 선출된 옻칠 공예가 정해조 교수를 만났다. 대전예술 9월호에 실릴 특집기사를 쓰기 위함이었다. 대전문학관 조성남 관장이 지난 7월에 기사를 제안했을 때 심드렁했다. 예술원에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은 데다 최근 예술원에 대한 부..
2025-07-30
전직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파면된 후 3대 특검이 가동 중이다.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등장 인물들은 어마어마한 권력과 기득권을 가진 인사들이다. 악행을 저지른 이들의 명성과 권력의 몰락이 주는 대중적 쾌감은 아마도 '꼴좋다', '쌤통이다', '고소하다'는 감정일 것이다..
2025-07-23
2023년 9월, 일본 요코하마에 개장한 'K-아레나 요코하마(K-Arena Yokohama)'는 2만 석 규모의 세계 최대 음악 전용 공연장으로, K-POP을 비롯한 글로벌 음악 콘텐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했다. 요코하마 아레나는 단순한 공연시설을 넘어, 도시브..
2025-07-16
무더운 여름이 오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시원한 냉면이나 메밀국수를 떠올린다. 국수는 언제부턴가 축하의 자리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 되었다. 누군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하면 우리는 습관처럼 말한다. "국수 먹여줘야지." 이 말엔 단순한 농담을 넘어선 축원의 감정과 오랜 관습..
2025-07-02
대청호 수몰 지역인 대전시 동구 모래재(사성동)에는 꾀꼬리봉에서 질마고개로 이어진 물미산이 있다. 이산에 접한 주원천은 흰 모래사장과 강바닥까지 투명하게 보일 정도 깨끗한 물로 마을 아이들이 모여 멱을 감던 곳이다. 대청댐 담수 이후 이산은 물에 잠겨 봉우리만 수면 위..
2025-06-25
우리에겐 금지된 범죄지만 대마를 사용한 기호품이 대마초다. 마리화나 또는 해시시라 부른다. 마리화나는 '취하게 만든다'는 포르투칼어 마리왕고에서, 해시시는 '풀'을 뜻하는 아랍어에서 왔단다. 환각과 도취를 불러일으키는 이 풀의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눈길을 끄..
2025-06-18
21세기 도시정책의 핵심은 경제 중심의 물리적 개발에서 벗어나, 지역의 고유한 문화자원을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발전에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며, 특히 한국의 '문화도시' 정책과 일본의 '창조도시' 전략은 문화가 지역의 생존 전략으로 작동하는 대표 사례로 주..
2025-06-11
결혼은 언제나, 한 시대의 감각을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의례였다. 한국의 결혼은 의례와 연출, 전통과 소비가 겹쳐지는 지점에서 독자적 문화를 만들어냈다. 조선시대 결혼은 가문 간의 유대를 강조하는 중요한 사회적 행사였다. 결혼 절차는 엄격한 예법을 따랐다. 사주단자..
2025-06-04
작업실 이사를 앞두고 있다. 동네상권이 쇠락한 상가 1층에서 운 좋게 싼값에 월세 살아왔다. 이 동네에서 12년을 지냈다. 혼자만 쓰는 18평 작업실은 크지도 작지도 않다. 작업 중 만들어진 부산물을 쌓아 놓지 않고 그때그때 정리한 탓에 쉼 쉴 공간도 있다. 가마에서..
2025-05-28
"매화라는 식물은 우아하여 속되지 아니하고 깨끗하여 더럽지 아니하며 보기에 모양은 괴이하고 향기는 더없이 그윽하여 식물 중에서도 고귀한 품종에 속한다. 그래서 이미 작고한 평양군의 박공 계립이 이어 회남 가양리에 좋은 위치를 골라 집을 지어 놓고 친히 뜰에다 매화 세..
2025-05-21
마당 한 귀퉁이 다 찌그러진 양푼이나 이 빠진 사기그릇에 먹다 남은 밥과 반찬 찌꺼기를 대충 뒤섞어 던져주던 게 개밥의 원형이다. 개밥은 개의 먹이라는 의미 외에 짬밥과 함께 질낮은 형편없는 음식을 비하할 때 쓰는 비유다. 하지만 이제는 개의 급격한 신분 상승으로 개밥..
2025-05-14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문화정책의 큰 틀은 2000년대 중반 참여정부 시절 수립된 중장기 국가 문화비전 '창의한국'에 근거해왔다. 이는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1년 이상, 100여 명이 넘는 전문가들과 함께 만들어낸 유례없는 정책 비전이었다. 당시..
2025-05-07
SNS에 올라온 한 장의 이미지, 광장에 들린 손팻말 하나가 시대를 대변한다. 정제된 말보다 날것의 그림이 감정을 빠르게 전파하고, 집단의 정서를 형성한다. 이미지의 언어는 오늘날 정치와 사회, 문화 속에서 강력한 소통 수단이 되었고, 이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민중의 시..
2025-04-23
비 갠 후 도로의 고운 흙이 가라앉은 물웅덩이를 보기가 어렵다. 당연히 아스팔트로 포장한 도로는 비포장도로만큼 물웅덩이를 많이 만들지 않는다. 가끔 물웅덩이가 도로 가장자리에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고운 흙 대신 도로에서 깎인 모래가 대부분이다. 도시의 중심가와 근교를 돌..
2025-04-16
1905년 경부선 철도가 일제에 의해 개통될 때 가장 난공사였던 속성 4구간인 세천역 인근 증약터널 입구 액석에 당시 일본공사 '하야시 곤스게'는 '악신경분'이라는 글을 새겨 넣었다. 그 뜻은 '너희들이 신령스럽게 받들던 산신은 놀라 달아나 버렸다'는 뜻으로 어려웠던..
2025-04-16
1905년 경부선 철도가 일제에 의해 개통될 때 가장 난공사였던 속성 4구간인 세천역 인근 증약터널 입구 액석에 당시 일본공사 '하야시 곤스게'는 '악신경분'이라는 글을 새겨 넣었다. 그 뜻은 '너희들이 신령스럽게 받들던 산신은 놀라 달아나 버렸다'는 뜻으로 어려웠던..
2025-04-09
화가 렘브란트와 고흐, 튤립과 풍차, '비너스'를 부른 록 그룹 쇼킹 블루와 히팅크, 전 세계 대마초꾼들이 꿈꾸는 나라 네덜란드. 이들로 인해 이 나라는 엑조티시즘을 유발한다. 이들과 함께 유년의 원초적 기억 속엔 '플란다스의 개'가 있다. 원작은 1872년 위다가 쓴..
2025-04-02
한국 사회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점차 학교가 소규모화되고, 폐교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학교'는 단순히 교육 기능만을 수행하는 공간이 아니다. 공동체의 중심이자 지역문화의 핵심 공간으로서, 폐교를 비롯한 학교 공간의 재활용은 지역사회..
2025-03-26
매년 3월 1일은 대한민국의 국경일인 삼일절이다. 1919년 3월 1일, 일제강점기 속에서도 한국의 독립을 선언하며 민중들이 펼친 3.1 운동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 시기는 사람뿐만 아니라 한국의 동식물에게도 수난기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의 토종견 삽살개를 들 수있..
2025-03-19
미술 창작자로 살아가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쉽게 말해 미술작품만을 창작해 돈 벌어 먹고 사는 게 어렵다는 말이다. 오히려 작품을 돈과 연결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작품을 창작하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작품을 소비하는 관객이나 수집가조차도 '돈'을..
2025-03-12
1960년대 대전시 부사동에 있던 대전공설운동장에서는 대전 시내 모든 국민(초등)학교 학생들이 모여 학교 대항 체육대회를 열었다. 흙을 쌓아 올려 만든 운동장 언덕은 토끼풀과 같은 잡초 등이 무성했고, 관람석은 시멘트로 만들어진 형태의 운동장이었다. 당시는 도심의 학교..
2025-03-05
보들레르의 『악의 꽃』 가운데 연작시 「환영」의 '어둠' 편에서처럼 근대 이후 예술가는 신적 창조성을 부여받은 축복과 은총 대신 "조롱하는 신의 강요"로 인해 "어둠의 화폭 위에 그림 그리는 화가"나 "음산한 식욕을 가진 요리사"로서 "내가 내 심장을 끓여 먹"을 수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