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아침단상
2019-12-26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고 우리에게는 <대지>라는 소설로 많이 알려진 펄 벅이 70세가 되었을 때, "다시 청춘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그는 "내가 여기까지 오는 데 치른 값이 얼마인데요. 나는 다시 그것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지금이 좋습..
2019-12-25
세월이 하 수상하여 심란하던 차에 페북의 글을 읽고 좀 위안을 받았습니다. 우리지역 어느 구청의 여 공무원이 세상일을 걱정하는 논쟁에 대해 짧은 글을 올렸습니다. "그래도, 저는 제가 맡은 일에 충실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각자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 한다..
2019-12-24
오늘은 크리스마스날입니다.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생을 경축하기 위하여 종교를 떠나 모두가 기뻐하는 날이지요. 예수는 갈릴리의 작은 마을 나사렛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냈습니다. 당시는 로마의 압제 아래 놓인 역사의 암흑기였고 예수는 그 시대의 한 복판에 있었습니다. 그런..
2019-12-23
민주국가에서 이상적인 사회는 "가난하지만 능력 있는 사람이 성공하고 부유하나 능력은 없는 사람은 실패하는" '공정사회'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이 실현되는 사회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 정의의 핵심 가치는 '계층 이동성'일 것이고, 보수와 진보를..
2019-12-22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바 있는 영화 <기생충>은 '냄새'로 계급을 구획했습니다. 백수로 어렵게 사는 주인공은 부자를 증오하지도 않고 오히려 고맙게 생각했는데, 자신에게서 냄새 난다는 사소한 말 한마디로 격분하고 살인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것은..
2019-12-19
지금은 옛날이야기가 되었지만 과거 선거에 출마했을 때, 점퍼를 입고 검소한 복장으로 시민 앞에 나서면, '단정치 못하다'고 지적하고, 정장 차림을 하면 '서민들이 친근감을 느낄까?'라고 비아냥거립니다. 목청을 높여 열정적으로 말을 하면 '점잖지 못하다'고 하고 차분하게..
2019-12-18
평소 TV를 잘 안 보지만, 농촌 노인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담아 낸 프로들은 흥미롭게 봅니다. 70대는 젊은 편이고 80대가 주류이며 90대 노인도 있지요. 그분들은 대부분 학식이나 재산이 풍부한 분들은 아니나, 평생 농사일을 하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는 대단합니다...
2019-12-17
우리나라는 '응용'보다는 '기초'가 부실합니다. 학문이나 산업에서도 그렇고, 건축에 있어서도 외관은 화려한데 기초가 약해 붕괴되는 경우가 있지요. 몇 십만 명이 모이는 군중집회에서는 집회가 끝나면 쓰레기까지 치우고 질서정연하게 해산하는데 일상에서는 기초질서가 잘 지켜지..
2019-12-16
'용서'를 주제로 강의할 때 갈등을 느낍니다. 물론 혜민, 법정 스님이나 달라이 라마가 말한 용서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세계적인 학자들의 이론도 소개하지요. 혜민 스님은 '그를 용서하세요. 나를 위하여'라는 시를 통하여 용서의 개념과 필요성을 명쾌하게 설명했습니다. 나..
2019-12-15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보수당'이라고 이름을 붙인 정당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새로운 보수당'입니다. 아직 정당 정책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으나 '개혁 보수'를 표방하는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는 '보수'와 '노동'이라는 이념이 당명에 반영된 정당들이 활동하고 있지요...
2019-12-12
동양인 외국 작가의 글에서, 대학교수 엄마와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의 사랑에 대한 대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들은 "절대로 '순수한 사랑'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사랑이 지속되려면 두 사람 사이에 '상호 이익'이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사랑은 결코 지속..
2019-12-11
아침 산책길이 싱그럽습니다. 상큼한 공기도 좋고, 선남선녀들의 분주한 출근길 발걸음에서도 생기를 느끼지요.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목에서는 일찍 등교하는 아들의 손을 잡고 무슨 말인지 주고받는 아빠의 흐믓한 표정도 보기 좋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엄마와 아이들이..
2019-12-10
심리학자 조던 B. 피터슨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캐나다의 황량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접시닦이, 주유소 주유원, 요리사, 석유 시추공, 목공소 인부, 운전기사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랐습니다. 하버드대 교수를 거쳐 현재는 토론토대 심리학 교수이지만 그가 쓴..
2019-12-09
행복을 독특한 방법으로 접근한 사람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며 작가인 프랑수와 를로르는 <꾸뻬씨의 행복 여행>이란 제목으로 소설을 썼는데, 그는 꾸뻬라는 등장인물을 통하여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각도로 행복을 분석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23개의..
2019-12-08
12월의 두 번째 주에 접어들었으니까 올해의 '끄트머리'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끄트머리라는 단어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지요. 일반적으로 맨 끝부분 또는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뜻으로 사용하지만, 일의 단서나 실마리라는 뜻도 있기 때문에 시작을 의미하기도..
2019-12-05
영국의 언론인인 데이비드 굿하트는 21세기 정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틀로 '애니웨어(Anywhere) 대 섬웨어(Somewhere)'를 제시했습니다. 애니웨어는 교육수준이 높고 자율과 개방을 지지하며 급격한 사회변화에도 불안을 느끼지 않는 집단을 말하며, 섬웨어는 교육수..
2019-12-04
정부는 대입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정시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민도 찬성이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모의 '찬스'없이 능력대로 선발한다는 공정성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는지요? 재능에 따른 '능력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시도는 이미 오래전 미국에서 있..
2019-12-03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이는 <그리스인 조르바> 작가인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입니다. 욕심과 두려움이 없는 것은 어떤 상태인지를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욕심과 두려움이 자유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자유가 욕심과 두려움을..
2019-12-02
국회가 꽉 막혀 있습니다. '어려운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을 잘 섬기겠다'고 굳게 약속한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염려하지 마십시오. 우리 국민들의 잠재력과,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혁신성을 믿고 있습니다...
2019-12-01
2008년, 힐러리 클린턴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에게 패배 했습니다. 그때 힐러리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니 '유리천장을 깨지 못한 사람'이라는 자조적인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부인에다 자신이 대통령 후보에까지 오른 그녀가 유리천장을 깨지..
2019-11-28
언젠가 '자아를 죽여라'라는 칼럼을 쓴 바 있습니다. 리더에게는 주관이 뚜렷하고, 카리스마가 있고, 반대자에 대한 설득력을 갖는 능력이 중요하지만, 그러한 리더십은 고집이 세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 특징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자아를 죽여라'라고 한 것..
2019-11-27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에 대해 어떠한 열등감도 없고 당당히 경쟁을 하는 관계기 때문에 굳이 일본에 대해서 증오의 감정을 표출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역사적 사실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교훈으로 삼을 뿐입니다. 로마법을 전공한 한..
2019-11-26
총선이 다가 옵니다. 선거운동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특히 정치 신인들은 의욕을 가지고 나서고 있으나 현장에 들어가면 어려움을 많이 경험하게 되지요. 먼저,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가 누구라고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고 어색하지요...
2019-11-25
문재인 정부 출범 시, 평소 '까칠한' 성격의 어느 분이 조국 수석을 가리켜 '증세 없는 복지'라고 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그 사람을 보면 마치 '복지'를 느낀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최근 이분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많은 실망감을 표명했습니다. 아마 조국으로..
2019-11-24
고세훈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영국 노동당 이론가로 알려진 R. H. 토니 평전을 펴냈습니다. 토니는 경제사학자이며 사상가였고 정치인이었습니다. 도덕주의자였던 그는 현대 사회는 도덕과 이상의 부재로 '병들어 있다'는 진단을 하였지요. 토니는 초기 자본주의의 성취를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