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아침단상
2018-11-14
누군가 제게 '당신은 왜 글을 쓰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변하고 싶습니다. 인간은 나이 들면서 반드시 무언가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 그 경험에서 얻은 열린 눈으로 세상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양극을 배터리로 연결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늦은 나이에 책을 많이도 쓴..
2018-11-13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친구들은 적절한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 않는지 '이제 고아가 되었네'라고 인사합니다. 맞습니다. 부모가 계시지 않으니 고아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고아라는 의미는 '외로운 사람'을 뜻하기도 하지요. 이 세상에서의 생 자체는 외롭고 쓸..
2018-11-12
사랑에 대한 다양하고 무수한 담론을 접하면서 사랑의 정의는 다시 고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전적으로 사랑은 에로스, 필리아, 아가페로 설명하지요. 그런데 예일대학 심리학 교수인 스턴버그의 '사랑의 삼각형이론'에 의하면 에로스, 필리아, 아가페는 상호 독..
2018-11-11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는 선거 캠페인 구호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를 선정해서 많은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것을 '문제는 정치야, 바보야'로 수정하고 싶습니다. 불평등은 시장논리로부터 연유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그것은 정치에 의해서 형성되고 확대되..
2018-11-08
미국의 작가 엘리자베스 아펠의 <위험>이라는 짧은 시가 있습니다. "마침내 그날이 왔다/ 꽃을 피우는 위험보다/ 봉오리 속에/ 단단히 숨어 있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날이." 이 시는 안전한 곳에 머물기 보다는 불확실하더라도 밖으로 나오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누..
2018-11-07
꿈이 생생합니다. '긴 터널을 빠져나왔지만 밝은 빛 대신 우중충한 하늘만 보이는 꿈'이었습니다. 꿈을 깨니 갑자기 파스칼이 얘기 한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두렵게 한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 세상'에서의 꿈과 현실은 같다고 하지요. 꿈을 깨면 현실이고..
2018-11-06
다니엘 키시라는 미국인 시각장애인이 있습니다. 그는 망막모세종을 앓아 생후 7개월에 오른쪽 눈을, 생후 13개월에 나머지 한 쪽 눈을 적출해 앞을 볼 수 없게 되었지요. 그런 그가 자전거도 타고 등산도 하고 요리도 척척해냈습니다. 그는 박쥐의 습성에 착안하여 혀를 차서..
2018-11-05
일상에서 발생하는 대립과 갈등은 많은 경우 '감정'에서 연유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감정으로 인하여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게 되고, 집단적으로는 각종 매스컴이나 이벤트를 통하여 감정적 반응을 극대화시킵니다. 과격한 언어를 동원하여 감정을 자극하고 싸움을 부추기는데, 거..
2018-11-04
최근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하락하는 반면 대통령, 국회, 대기업, 언론, 법원, 중앙부처, 노조, 종교, 군대, 경찰, 검찰, 시민단체 등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에서는 대통령이 1위를 기록하고 국회는 최하위입니다. 이것은 경제적 불황으로 인해 지지율은 하락..
2018-11-01
오래전부터 많은 학자들은 민주주의는 '때로는 혼란에 빠지면서', '완전하지도 못하면서', '요모양 저모양으로 움직이면서' 오랜 시일에 걸쳐 나타나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민주주의에 대한 피상적 생각을 파커 J. 파머는, 언젠가도 소개했던..
2018-10-31
인간은 누구나 대화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며,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육체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육체조직이 파괴되어서 기능을 하지 못할 때를 죽음이라고 말하지요. 누구에게나 육체기능과 인지기능이 있는데 대부분 육체기능이 아니라 인지기능이 멈추는 시점을 죽음이라고..
2018-10-30
오늘은 시월의 마지막 날, 가을의 향기라는 꽃말을 가진 꽃향유가 지기 시작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산과 들 그리고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꽃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커피의 향이나 와인의 향도 은은하지만 그것을 가을의 향기라고는 말 할 수 없지요...
2018-10-29
'나이는 못 속인다'는 말도 있고 '나이 듦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가치중립적으로 말한다면 늙은이와 젊은이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어떤 사람보다는 나이가 많고 어떤 사람보..
2018-10-25
미국의 시애틀은 대전의 자매도시이기 때문에 몇 번 방문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시애틀의 랜드마크는 좀 특이하게도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이라는 전통시장이었습니다. 100년 전통의 이 시장은 '시애틀의 혼'이라고 할 정도로 시애틀의 자부심 입니다. 이 전통시장은 여느 시..
2018-10-24
오늘은 <아침단상>이 500회째 되는 날입니다. 500이라는 숫자는 참 깔끔하고 예쁩니다. 어떤 글을 보니까 500일이면 하루 세끼 기준으로 1500끼니를 먹는다고 했습니다. 1500끼니를 먹는 동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많겠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하게 되겠..
2018-10-23
지난 주 '사회적 자본'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로버트 퍼트남 하버드대 교수가 서울대학에서 특별 강연을 하였습니다. 그는 미국 사회는 지금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양극화, 사회적 고립, 문화적 나르시시즘의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울한 진단은 미국..
2018-10-22
학생들에게 '행복'에 대해서 강의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하버드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의는 '긍정심리학'이라고 하는데 거기에서 강조하는 것도 '자신을 남과 비교하며 남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행복은 달아난다'고 했습니..
2018-10-21
히말라야 트레킹을 갔다 오면서 일행끼리 의기양양하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 사람을 히말라야를 갔다 온 사람과 갔다 오지 않은 사람으로 구별해야 한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면서, 히말라야 트레킹을 경험한 아마추어들이 갖는 '호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언젠가 송길..
2018-10-18
4차 산업혁명은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최근 십수 년 전 부터 이미 급격한 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민주주의 원리가 바뀌고 있습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직접민주주의로, 최근에는 숙의민주주의가 대두되었지요. 40대 이상에게 익숙한 것은 대의제 민주주의인데..
2018-10-17
나르키소스는 투명한 연못에 비친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자신의 모습만 바라보다 죽음을 맞아 수선화가 된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독일인 네케는 나르키소스의 이름을 따서 '자기애'의 의미인 나르시시즘이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요즘 자신이 사진을 찍고..
2018-10-16
어제도 슈베르트에 대해서 간략하게 썼지만 이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은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아닐는지요. 이 곡은 슈베르트가 작곡한 많은 실내악곡 가운데 불멸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슈베르트는 가장 비참한 생활을 하고..
2018-10-15
불우하고 고독한 환경 속에서 명작을 낸 예술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작곡가로서 귀가 들리지 않는 고통을 극복하기 어려워 자살 결심을 하고 유서를 썼지만 57세까지 수많은 불후의 명작을 남긴 베토벤, 가장 비참한 생활을 할 때 밤마다 자신을 학대 하며 불멸의 실내악곡 아르..
2018-10-14
지독한 역설이 있습니다. 어느 시인은 자신에겐 희망이 없으니까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시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뜻일 텐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요? 물론 욕심을 줄이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희망이 있어야..
2018-10-11
엊그제도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걷기를 하는데 7시쯤 되니까 아이들이 여행용 가방을 들고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너희들 어디 가니?', '2박 3일 수학여행을 떠나요'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들은 한결같이 청바지에 잠바 차림이었습니다. 외관상으로는 모든 아..
2018-10-10
흔히들 '욕망'은 억누르고 감춰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법학자는 '욕망해도 괜찮다'고 하면서 오히려 한 발짝 선을 넘으면 인생은 즐거워진다고까지 주장합니다. 그래서 욕망은 억제의 대상이 아니라 건강하게 표출해야 할 삶의 친구라고 했지요. 그러나 존..